제주 제2공항 인근 국제적 멸종위기 저어새·흑두루미 등 확인
제주 제2공항 인근 국제적 멸종위기 저어새·흑두루미 등 확인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3.0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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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민생태조사단, 모니터링 결과 멸종위기종 다수 발견
"제2공항 예정지, 많은 조류·생물 서식하는 중요한 지역"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확인된 저어새 무리. /사진=제주시민생태조사단.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확인된 저어새 무리. /사진=제주시민생태조사단.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 제2공항 성산읍 예정지에서 다양한 종류의 멸종위기종 조류가 관찰되고 있다. 특히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멸종위협종인 흑두루미 등이 발견됐다.

제주시민생태조사단은 주용기 전북대 연구원과 공동으로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의 조류 모니터링을 한 결과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 지역 인근에서 다양한 종류의 법정보호종 새들이 관찰됐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이 모니터링을 실시한 지역은 성산읍은 물론 인근의 구좌읍과 표선면 등이다. 표선면 성읍저수지와 성산읍 신천리, 신산리, 온평리 신양리, 고성리, 구좌읍 종달리, 하도리 등에서 모니터링이 이뤄졌다. 이번 조류 모니터링은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마을동쪽신문 곱을락’, ‘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이 공동 주관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지난달 서귀포시 제2공항 부지 인근에서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흑두루미가 수차례 관찰된 것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15일에는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상공을 선회하는 흑두루미가 20여 마리가 관찰됐으며, 16일에는 조천읍 함덕리 상공에서 200여 마리가 관찰됐다. 또 19일에는 성산읍 고성리에서 3마리의 흑두루미가 목격됐다.

이에 따라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될 경우 항공기의 비행경로와 흑두루미의 이동경로가 겹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이번 모니터링이 이뤄지게 됐다.

이 지역에서 관찰된 조류는 모두 41종, 개체수는 1만1678마리로 나타났다. 이 중 국내 법정보호종이 9종에 총 63마리가 관찰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세계자연보전연맹 지정 국제보호종 중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저어세와 멸종위협종으로 지정된 흰죽지, 흑두루미, 준위협종으로 지정된 청머리오리, 댕기물떼새, 관심종으로 지정된 큰기러기와 노랑부리저어새, 물수리, 매 등 9종이 확인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산읍 오조리에서 확인된 흑두루미. /사진=제주시민생태조사단.
성산읍 오조리에서 확인된 흑두루미. /사진=제주시민생태조사단.

이번 모니터링 행사를 기획한 김현지씨는 “늘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름조차 몰랐던 생명들과 생태계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관찰하는 시간이 마련돼 뜻 깊었다”며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배경인 자연환경에 대한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환경부 역시 진실된 결정을 내려줄 것을 바란다”고 전했다.

역시 이번 모니터링에 참여한 주용기 전북대 연구원은 “제2공항 건설 예정지와 주변 지역은 오름과 구릉 및 절벽, 수많은 내륙습지, 암반 해안과 갯벌 등 연안습지 등 다양한 지형과 자연적 조건으로 인해 수많은 조류와 생물들이 서식하는 중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제주 2공항 건설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수많은 조류를 비롯한 생물들이 생존의 위협에 처할 수밖에 없으며,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서 대규모 인명피해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모니터링에 나선 제주시민생태조사단은 “그간 국토부는 이 사업에 있어 입지타당성조사 재조사 등 온갖 물의를 일으키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생물종이 출현하지 않을 때 조사를 해왔다”며 “이 때문에 공항부지내에서 쉽게 관찰되는 생물종들을 누락시키는 등 고의적 부실이라는 말을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 역시 제주도와의 협의 없이 미공개로 진행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책사업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은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게 되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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