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9:27 (금)
기후변화 속 식물들 위기 ... 제주 한라산 고유종도 '멸종' 직전
기후변화 속 식물들 위기 ... 제주 한라산 고유종도 '멸종' 직전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2.23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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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 자연자원 조사 결과 공개
한라산 자생식물 '한라송이풀' 확인되지 않아
'한라솜다리' 자생지도 한 곳 뿐 ... 멸종 위기
전세계에서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한라솜다리. 최근 자생지가 1곳만 확인이 되면서 '멸종' 위기에 몰려 있는 식물이다. /사진=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전세계에서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한라솜다리. 최근 자생지가 1곳만 확인이 되면서 '멸종' 위기에 몰려 있는 식물이다. /사진=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 한라산에서 자생하던 식물이 최근 조사에서 관찰되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결국 멸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 다른 식물들 역시 자생지가 줄어들면서 한라산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 한라산을 중심으로 진행된 ‘한라산국립공원 자연자원 조사 연구용역’의 최종본을 최근 공개했다.

이 연구는 한라산국립공원 내 자연자원 현황 및 변화에 대한 5년 단위의 주기적인 조사를 통해 더 원활한 공원관리를 하기 위해 이뤄졌다. 용역은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맡아 진행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한라산에서 자생하던 식물인 ‘한라송이풀’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라송이풀’은 한해 혹은 두해살이 풀로 10cm에서 30cm까지 자라며, 여름철에 자주색의 꽃이 피어난다. 보통 고산지대에서 자라나며, 1911년 한라산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식물이다. 이어 1947년 전세계에 새로운 종의 식물로 보고됐다.

예전에는 전세계에서도 제주도 한라산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경상남도 가야산이나 강원도 설악산 등에서 발견되는 송이풀 역시 같은 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한라송이풀은 이전에는 한라산 정상 부근 암벽과 영실기업 주변에서 자라던 것으로 조사됐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단 한 개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3년간의 정밀조사에서도 단 한 차례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앞으로도 한라산국립공원 내에서 분포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근래 들어 처음으로 지역에서 절멸된 종으로 기록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한라송이풀을 가야산이나 설악산에서 발견되는 송이풀과 다른 종으로 보는 분류학적 견해도 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견해를 받아드릴 경우 한라송이풀은 사실상 멸종에 직면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이외에 전세계에서 오직 한라산에서만 존재하는 식물인 ‘한라솜다리’ 역시 멸종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라솜다리는 국내 고유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한라산 해발 1500m 이상의 고지대에만 분포하는 식물이다. 자생지의 훼손에 더해 남획 등으로 개체군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는 한라산에서도 단 1곳에서만 자생이 확인되고 있다.

한라솜다리는 2006년 복원사업이 추진된 바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실패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한라산 자생 식물은 무분별한 남획에 따른 개체수 급감도 있지만 기후변화의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고산 및 아고산에 서식하는 식물군은 쇠퇴하거나 멸종하는 등의 생태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특히 “한라산의 고산지역에 분포하는 희귀식물 및 고유식물은 지리적으로 고립돼 그 분포 면적이 좁기 때문에 위협요인에 더욱 더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그러면서 “한라산의 고산식물들에 대해 앞으로 특별한 보존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고지대에 분포하는 고산 및 아고산 식물군이 미래에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예측하고, 분포범위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한라산 지역을 보존하는데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용역에서는 일부 비법정 탐방로가 불법출입 탐방객들의 답압에 의해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차라리 탐방로를 정식으로 개설하고 관리를 하는 방안이 나을 수도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대표적인 곳으로 ‘백록샘’이 언급됐다. 백록샘은 해발 1655m 지점에 있는 샘으로 제주는 물론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샘이다. 탐방로에서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 거리가 멀지 않은데다 비교적 잘 알려져 있어 많은 이들이 몰래 들어가곤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 ‘백록샘’에 대해 “이런 곳은 오히려 탐방로를 개설하고 주변에 휴게 및 전망용 데크를 설치, 지형훼손을 방지하면서 한라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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