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0:27 (금)
“제주4.3 고결한 화해·상생의 상징 … 세계에 보여줘야“
“제주4.3 고결한 화해·상생의 상징 … 세계에 보여줘야“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2.20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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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추진위 출범
"4.3기록들,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고유한 자료"
"화해·상생 의 상징 ... 이 기록들도 같이 보여줘야"
20일 오후 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주친위원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0일 오후 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주친위원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 4.3은 이제 가자 고결한 세계 정신의 상징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4.3 기록을 통해 세계에 4.3과 관련된 고결한 정신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국가폭력의 아픔을 넘어 이제는 화해와 상생의 상징으로 자라난 제주4.3의 한 단계 더 도약하려고 하고 있다. 제주4.3의세계화를 위한 걸음으로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나선 것이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0일 오후 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주친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출범식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광수 도 교육감,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 김창범 4·3유족회장, 현기영 작가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등재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오영훈 지사, 김경학 도의회 의장, 김광수 교육감, 현기영 작가, 댄 스미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장, 문혜형 유족, 박주영 제주대 총학생회장과 고(故) 진아영 할머니(명예공동위원장) 등 8명이 선출됐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 협동과정 교수가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된 발제에 나섰다. 

박 교수는 제주4.3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기록물을 갖고 있는 이념과 관련된 사건이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세계 이념 대결과 강대국간 냉전 대결은 최악의 민간인 학살과 연결돼 있곤 했다”며 “특히 4.3과 관련된 자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초기 시점의 세계 냉전과 세계이념대결, 국가폭력, 그리고 민간인 학살 관련 자료들을, 한 사건을 통해 한 눈에 보여주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하고 고유한 기록 자료들”이라고 강조했다. 

20일 오후 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주친위원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박명림 교수가 관련 내용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0일 오후 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주친위원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박명림 교수가 관련 내용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박 교수는 아울러 4.3의 해결 과정이 화해와 상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4.3의 해결 과정은 화해와 상생을 이루고, 서로 용서하고 그것을 국가에 청원했다. 이어 국가가 민주화되면서 청원이 받아들여졌고, 행방불명인 묘역과영모원 등에 세계 어떤 학자나 종교인, 정치 지도자를 데리고 가도 가장 고결한 세계 정신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고강조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를 할 때 이념과 관련된 사건 자체에 대한 기록뿐만 아니라 이 교결한 화해와 상생, 용서의 기록들도 같이 보여줘야 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갈등과 폭력 등에 맞서 극복하고 생명과평화, 인권을 확산시켜왔는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가장 잔인한 학살과 가장 감동적인 화해를 동시에 보여주는 기록들”이라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이 자리에서 미군의 자료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미군 정보 보고를 보면 여기에 희생자의 80%가 군경 토벌대에 의해 학살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얼마나 많은 마을이 불타고 소개됐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은 인류가 살아갔던 당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후 극복과정도 그러하다는 점에서 함께 공유를 해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외에도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제주도와 4.3관련 단체 유족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지원과 협조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중앙 정부의 각별한 지원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출범식에서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유족인 문혜형씨가 아버지에게 전하는 편지도 낭송됐다. 문씨의 아버지는 고 문순현 희생자다. 등재추진위원회는 문순현씨가 대구형무소에서 보낸 엽서 3장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20일 오후 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주친위원회 출범식’이 열리는 가운데, 4.3당시 아버지를 잃은 유족 문혜형씨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0일 오후 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주친위원회 출범식’이 열리는 가운데, 4.3당시 아버지를 잃은 유족 문혜형씨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문씨는 편지를 통해 “아버지의 역사를 비롯해 생생한 4.3의 기록들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신청을 한다고 한다”며 “아버지가 억울하고 참혹한 죽음을 맞을 때, 얼마나 비통하고 무서웠을지, 겨울 24살였던 아버지의 고통을 우리들이 기억한다면, 끔찍한 4.3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이어 “아버지의 유품이자 어머니 한 평생 소원이 담긴 이 역사와 4.3의 기록들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돼, 4.3이 영원히 기억되고 평화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아버지 역시 계신 곳에서 힘을 더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이외에도 고(故) 진아영 할머니 생전 영상 상영과 허영선 시인의 ‘무명천 할머니’ 시 낭송, 공동 선언문 낭독, 등재추진위 출범 세리모니 등도 이어졌다. 

공동선언문 낭독은 오영훈 지사, 김광수 교육감, 김창범 4·3유족회장, 현기영 작가, 박주영 제주대 총학생회장이 함께 했다.  

이날 오영훈 지사는 “우리의 당당한 역사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올려 세계가 인정하는 과거사 해결의 모범사례이자 어떤 비극이 있더라도 평화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세계적인 상징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4.3의 기록과 역사를 온 세계에 알려 4.3이 세계사에서 당당히 빛을 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4.3기록물은 냉전과 분단 정세 속에 국가폭력으로 인한 집단 희생의 아픔을 딛고 ‘진실·화해·상생’을 이뤄낸 역사의 기억이자 기록으로, 과거사 해결 사례의 선도적인 기록물로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대상은 공공기관 생산기록, 군·사법기관 재판기록, 미국 생산기록 등 4·3 당시 기록과 4·3희생자 심의·결정 기록, 도의회 조사기록, 피해자 증언, 진상규명운동 기록, 화해·상생 기록 등 4·3 이후 기록을 포함해모두 3만 여건이다.

등재추진위원회는 앞으로 4.3기록물 등재 당위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 4.3기록물 가치 확산 등 등재 추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도는 특히 생존 희생자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제주4.3 희생자 1만4660명 중 생존 희생자는 116명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전 국민의 전폭적인 관심과 응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온라인 응원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온라인 응원 캠페인은 4.3종합정보시스템(https://peace43.jeju.go.kr) 에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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