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1:28 (금)
“이용객이 적다고, 예산 든다고 ‘시민의 발’을 없애나요”
“이용객이 적다고, 예산 든다고 ‘시민의 발’을 없애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2.20 11:12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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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매봉도서관 야간 셔틀버스 폐지 논란

수개월째 혼자서 싸우고 있는 김상범씨

“행정은 체험을 해보고 결정 내려주길”

삼매봉도서관 입구. 셔틀버스가 오고간 흔적인 바닥에 새겨 있다. 미디어제주
삼매봉도서관 입구. 셔틀버스가 오고간 흔적인 바닥에 새겨 있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서귀포시 서홍동에 사는 김상범씨는 두 발이 차량이다. 자가용이 없는 그는 가까운 곳은 걸어서 볼일을 보고, 좀 멀다 싶으면 버스를 이용한다. 그러니 그에게 버스는 두 발과 아울러 없어서는 안 되는 교통수단인 셈이다.

특히 그는 삼매봉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그가 사는 곳과 다소 멀지만 셔틀버스라는 친숙한 차량이 있었기에 오가는데 불편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삼매봉도서관을 가는 길은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셔틀버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여기저기 문제점을 호소했으나 돌아오는 건 빈 메아리였다. 왜 그의 울림은 빈 메아리일까.

그를 만났다. 삼매봉도서관 입구에서 마주한 그는 그동안의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두툼한 A4용지를 들고 있었는데, 그가 지난해 11월부터 제주도와 삼매봉도서관 등에 문제를 제기한 민원내용이었다.

“삼매봉도서관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1990년대 초반부터 있었어요. 일호광장, 동홍사거리 등을 거쳐요. 저녁 6시부터 밤 11시대까지 6회 운행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된 줄 알았고, 지난해 말엔 ‘위드 코로나’ 상황이기에 셔틀버스 운행을 하겠지 생각하고 삼매봉도서관에 연락을 해보니 아니더라고요.”

셔틀버스는 그가 고교생 때도 이용하던 벗이었다. 그러나 삼매봉도서관에 문의한 결과는 그의 예상을 빗나갔다. 당연히 운행 재개를 꿈꿨는데, 삼매봉도서관측은 ‘셔틀버스 폐지’를 이미 결정한 터였다.

“내부에서 폐지를 결정했다고 하더라고요.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야 별로 아쉬운 게 없죠. 도서관 측은 주변을 오가는 버스노선이 있어서 괜찮다고 하는데, 낮에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밤에는 오가기가 위험해요. 장애인들은 이용할 수도 없어요. 어쨌든 삼매봉도서관을 오가려면 자가용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어요.”

삼매봉도서관 입구 바닥엔 ‘버스전용’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셔틀버스가 오고가는 흔적이지만 이젠 그 버스는 사라졌다. 김상범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들이 있다. 다들 자가용으로 도서관을 오간다. 김상범씨처럼 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에겐 삼매봉도서관은 너무 멀게 보인다.

삼매봉도서관 셔틀버스 폐지와 관련,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김상범씨. 그의 손에 든 A4 용지는 그가 문제제기한 내용이다. 미디어제주
삼매봉도서관 셔틀버스 폐지와 관련,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김상범씨. 그의 손에 든 A4 용지는 그가 문제제기한 내용이다. ⓒ미디어제주

“셔틀버스가 사라지니, 본의 아니게 자가용 이용을 유도하는 상황이 돼버렸어요. 셔틀버스는 지금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어요. 일호광장까지 태워주니까 중문이나 효돈 등 외곽에 사는 학생들도 이용을 했거든요.”

그의 말을 빌리면 셔틀버스는 서귀포 시내를 오가는 이들에게만 필요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외곽에 사는 이들에게는 ‘연결자’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 그는 그런 가치를 지닌 셔틀버스를 폐지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욱이 삼매봉도서관 리모델링에 수많은 돈을 투입하면서도 셔틀버스는 예산을 핑계로 없앤다는 점에 더 공감이 되지 않았다.

“얼마 전에 삼매봉도서관을 싹 리모델링했어요. 그런데 셔틀버스는 돈이 든다고 없앤다는데, 과연 얼마나 비중을 차지할까요. 버스는 시민의 발인데, 시민의 발을 없애는 정책은 매우 잘못됐고,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라고 봐요. 이용자가 적다고 없앤다는데, 읍사무소나 면사무소도 행정에 대한 수요가 적어지면 없애거나 공무원을 줄이는 것이랑 다를 게 없잖아요.”

그는 행정은 ‘공공’을 따져볼 것을 주문한다. 행정은 이익을 남기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선버스를 보세요. 적자가 아니라서 유지하는 게 아니잖아요. 적자가 나더라도 필수불가결, 반드시 필요한 공공재이기 때문에 유지를 하잖아요. 여러 대안이 있잖아요. 6회 운행하던 것을 3회 운행할 수도 있잖아요.”

그는 삼매봉도서관 관장에게 직접 전화를 하기도 했다. 적자가 난다고 해서 셔틀버스를 폐지하는 것은 공공성과 맞지 않다고 문제점을 던졌다. 그럼에도 도서관 측의 폐지 고수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서귀포시청 게시판, 제주도청 게시판에도 문제점을 올렸다. 답변은 도서관 측과 다르지 않았다. ‘제주도지사에 바란다’ 청원을 하기도 했다. 버거웠다. 청원은 1500명을 넘겨야 하는데, 그에겐 너무 높은 장벽이었다.

“행정에 문제를 제기하면 뻔한 답만 나왔어요.”

삼매봉도서관 셔틀버스 문제는 아주 작게 보이지만, 그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행정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볼 수 있는 사례였다. 수개월째 문제를 제기했으나 행정은 응대할 줄 모르는 벽과 다를 게 없었다. 수개월째 혼자 싸우면서 그는 도서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올해 삼매봉도서관과 중앙도서관에 2000만원씩, 4000만원의 도서구입비가 추가됐는데 그의 노력 덕분이었다.

“도서관별로 희망도서 사업이 있는데 11월이면 예산이 없어요. 몇 년째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행정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요. 읍소를 해서라도 예산을 더 가져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요. 시민 자격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고의숙 도의원이 그걸 잘 이해해줘서 올해 예산도 확보하게 됐어요.”

수개월째 싸우면서 그가 얻은 건 없다. 대신 도서관 측은 희망도서구입비를 더 확보하게 됐다. 그는 일상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소박하고 상식적인’ 요청이란다. 혼자만의 싸움을 지속해야 할까. 그는 ‘1인시위’를 빼고는 다 해봤다고 한다.

김상범씨는 시민의 발인 셔틀버스를 지켜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 자자용이 없는 그에겐 버스가 곧 그의 발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제주
김상범씨는 시민의 발인 셔틀버스를 지켜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 자자용이 없는 그에겐 버스가 곧 그의 발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제주

“삼매봉도서관을 오가는 대중교통이 늘었고 접근성이 좋다고 계속 강조하는데, 일주일만 체험해보세요. 그것도 야간에 이용해 보세요. 진짜 불편해요. 행정은 제발 체험을 해보시고 결정을 내려줬으면 해요.“

오히려 그는 삼매봉도서관을 향해 ‘셔틀버스로 특화된 도서관’으로 홍보하는 발상의 전환을 제시하기도 했다.

”도서관 이용객이 줄고 있다는 것에 대해 큰 문제의식이 없다면 그야말로 ‘노답’이죠. 생각을 바꿔 셔틀버스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그걸로 도서관 이용자를 늘려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예산 몇 푼을 아끼자고 폐지부터 결정한다니 아쉽죠. 그래서 무슨 행정을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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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발이 사라질 수 있답니다 2023-02-22 21:33:15
도서관 버스를 발이라 여기고 걷지 않으시면 결국 고혈압당뇨병으로 발을 잘라내야 한답니다 진짜 발이 사라지는 걸 원치 않는다면 걸으세요 뛰세요 매일 1시간씩 노력하지 않으면 진짜 발 사라집니다

도민 건강 위하여 2023-02-22 21:25:51
편하면 살이 찝니다 불편하더라도 걷고 달려야만 조금이라도 장수합니다 오래 살아야 책도 오래 보시지요 도민 건강 위해 도서관 버스 폐지가 정답입니다 제주도는 가장 비만인구 많아서 조기사망 하니까요

도민 모두 걷고 달리기 집중합시다 2023-02-22 21:19:52
도서관 버스 타고 여행하듯 도서관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들이랍니다 놀 시간 취미시간 많은 부자들 이죠 폐지해야 합니다 도민 모두 건강 위해 걷고 달리는것에 집중합시다

사진보니 걷고달리셔야 2023-02-22 21:14:13
도서관버스앉아 세금흡혈하다가 일찍죽지말고 달리기 걷기 운동 매일 1시간씩 하세요 그러다가 일찍 죽으실 듯

폐지하는게 맞아요 2023-02-22 21:07:45
이용객도 없는데 세금 흡혈하려는 이들만 타는 버스잖아요 민폐족들만 타는 거 폐지하는게 맞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