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도매, 약사 있어야 하지만 편법 사용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관리약사 업무 미이행, 한약업사 자격증 대여 등 약사법 위반 혐의로 3개 업체를 적발해 2개 업체는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1개 업체는 입건 수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자치경찰단은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 도내 의약품 도매상 및 한약 도매상 12개소 전체 대상으로 제주보건소 등과 기획수사를 펼쳐왔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허가를 받은 의약품 도매상은 약사를 두고 의약품 또는 한약재의 입․출고, 유통기한 등 품질관리의 도매 업무를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 한약 도매상은 약사, 한약사, 한약업사 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대학의 관련학과를 졸업한 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두고 있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향정신성 의약품은 남용될 경우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특정 한약재는 독성을 포함하고 있어 의약품 도매 과정에서도 약사 등 면허·자격소지자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한약업사의 자격증만 빌리거나 도매업무관리자로 지정된 이가 실제로 근무하지 않고 의약품 또는 한약재 도매업무를 수행해 약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반종합 도매상 A업체는 2016년 9월경 약사인 B씨(82)와 주 5일 근무에 월급 16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도매업무관리자로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B씨는 2020년 2월경부터 지난해 5월9일 적발일까지 주 1~2회만 출근해 한두 시간만 근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치경찰은 이를 토대로 의약품의 입·출고, 품질관리 업무 등 총괄 관리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봤다.
한약 도매상 C업체는 지난해 3월경부터 한약 관련학과를 졸업한 C업체 대표 아들 D씨(25)를 도매업무관리자로 지정했지만 실제로는 2022년 5월 10일 적발일까지 D씨는 한약재 입․출고, 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고, 도외 소재 한약회사에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약 도매상 E업체 역시 C업체와 비슷한 방법으로 2009년 8월경부터 올해 1월31일 적발일까지 한약업사 F씨(88)에게 한약업사 자격증을 대여하는 대가로 매월 50만 원씩 지급하고 실제 관리업무 없이 자격증만 걸어 놓고 한약도매업을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고정근 수사과장은 “도매업무관리자로 지정된 약사, 한약업사 등이 현직에서 은퇴한 고령이거나 실질적으로 타 업체에 종사하는 등 도매업무관리자 지정에 불법 행태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보건소 등 유관기관과 합동점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치경찰단은 지난해 무면허 의약품 판매, 대체조제 준수사항 위반, 의약품 허위․과장 광고 등 총 10건의 약사법 위반 사건을 수사해 송치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