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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지시, 팩트" 이틀 연속 제주4.3 흔들기 태영호, 규탄 봇물
"김일성 지시, 팩트" 이틀 연속 제주4.3 흔들기 태영호, 규탄 봇물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2.14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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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의원, 부산 합동토론회에서도 "4.3은 김일성 지시"
"종북 좌파에 왜곡 대한민국 현대사 바로잡아야" 발언도
도내·외에서 규탄 발언 어이져 "태영호·국민의힘 사죄해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갑)이 지난 13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자리에서 참배를 하는 모습. /사진=태영호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갑)이 지난 13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자리에서 참배를 하는 모습. /사진=태영호 의원 페이스북.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갑)이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제주4.3을 폄훼하는 발언한 것에 이어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와 같은 발언을 이어갔다. 제주에서 “제주4.3은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는 발언을 내놔 제주 정치권은 물론 도내 다양한 4.3단체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과는 커녕 자신의 발언이 ‘팩트’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태영호 의원은 14일 부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제가 제주에서 4.3과 관련해 팩트를 이야기 했던이 민주당이 저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고 한다. 이어 저보고 사과하라고 한다. 하지만 사과를 해야할 대상은 제가 아니라 김일성의 손자인 김정은”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이어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는 입 한 번 뻥끗 못하면서, 한국 현대사에서 김일성의 책임을 이야기면 낡은 색깔론이라고 야단을 치는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제주4.3의 팩트는 5.10선서 반대 투쟁에 총궐기하라는 김일성의 지시를 집행하기 위해 남로당 제주도당이 당시 3.1절 발포사건에 격분해 있는 주민들의 감정을 악용해 무장폭동을 결정하고 권력기관을 공격하면서 일어난 것”이라며 "우리는 종북 좌파들에 의해 왜곡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이보다 앞서 지난 13일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도 4.3평화공원을 방문, “4.3은 명백히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날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제주 4.3의 장본인은 김일성 정권”이라고 발언했다.

태 의원의 이와 같은 발언은 제주4.3특별법에 규정된 4.3의 정의와는 다른 시각인데다, 도내·외 극우단체에서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는 제주4.3을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서는 1947년 3월1일 기념행사 중 경찰의 기마대에 의해 촉발된 소요사태 속에서 경찰의 발포에 의해 민간인이 숨지면서 4.3이 시작됐다는 시각을 담고 있다. 이는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 피해가 제주4.3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군다나 태 의원이 언급한 '4.3의 원인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지금까지의 학술조사와 증언 등을 토대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극우단체 등에서는 제주4.3을 ‘남로당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태영호 의원 역시 “제주4.3은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언급하며 단순 공산주의 폭동으로 몰아가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는 3.1절 발포사건 이후 이어진 제주 민관 총파업과 학생들의 등교거부 등 국가 공권력의 잘못을 바로잡고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제주도민들의 움직임을 '공산주의 세력의 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단순화시키는 시각이기도 하다.

태 의원의 발언은 아울러 지금까지 ‘화해와 상생’을 강조해온 제주4.3의 노력을 퇴색시키는 발언이기도 하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역시 이를 지적하며 14일 입장문을 통해 “제주4.3은 질곡의 세월로 이어진 아픔을 이겨내고 화해와 상생의 정의로운 해결로 나아가며, 과거사 해결의 세계적 모범사례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이외에도 “제주 사회는 더 이상 철 지난 색깔론에 흔들리지 않으며,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과 4.3정명 등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며 국민의힘 등을 향해 “4.3의 치유와 명예 회복에 앞장서겠다고 한 국민의힘도 진정성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제주를 지역구로 둔 3명의 국회의원과 민주당 및 정의당 제주도당 등 제주지역 정당, 4.3관련 제주도내 단체들은 모두 입을 모아 태 의원의 발언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특히 태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14일에는 서울지역 4.3관련 단체들도 공동성명을 내며 태 의원을 향한 비판에 힘을 실었다. 사단법인 제주4.3범국민위원회와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회,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사단법인 제주바람 등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여당 국회의원의 여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공언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망언을 했다”며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4.3의 망언과 무지의 역사왜곡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정부여당이자 공당으로서 태 의원의 망언에 대해 공식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태 의원의 이와 같은 발언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년 동안 제주에서 국회의원을 내지 못했던 국민의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제주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는 당 대표 후보와 최고의원 후보는 물론 당지도부까지 총출동해 “20년 동안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제주에서 배출되지 않고 있지만, 오늘(13일)을 기점으로 제주에 국민의힘 열기를 들불처럼 확산시켜달라”며 총선필승을 다짐했다.

하지만 그 시작부터 태 의원의 4.3 발언으로 발목을 잡히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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