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3:21 (화)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놀이를 찾는다”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놀이를 찾는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1.16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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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환경, 놀이] <6> 전주시의 ‘맘껏숲놀이터’

덕진공원 자전거 대여소에서 놀이터로 변신

유아들이 노는 곳과 청소년들 노는 곳 분리

활동가 배치해 프로그램 짜고 놀이도 계획

전주시 덕진공원에 위치한 맘껏숲놀이터. 미디어제주
전주시 덕진공원에 위치한 맘껏숲놀이터.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전주 시민들에게 덕진공원은 추억의 장소이다. 오래 전에 수영장이 있던 곳이었고, 나이 든 어르신들에겐 햇볕과 어우러지며 수영을 즐겼던 추억이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옛날 수영장’이라고 하면, 어르신들은 덕진공원을 떠올린다. 현재는 실내수영장이 갖춰져 있는데, 옛날 모습은 어땠을지 자못 궁금하다.

오랜 추억의 장소는 다른 세대의 추억이 되곤 한다. 시간의 흐름이 있듯, 추억도 시대별로 달라지곤 한다. 나이 든 어르신들에게 추억이 가득한 덕진공원 일대엔 새로운 추억을 새길 장소가 만들어졌다. 바로 ‘맘껏숲놀이터’다.

맘껏숲놀이터는 덕진공원 북동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덕진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자전거를 빌려주던 곳이 아이들의 놀이터로 새로 태어났다. 지난 2020년 12월에 2층 건물이 생기고, 건물 앞쪽에 어린이들이 그야말로 ‘맘껏’ 놀 수 있는 놀이터가 탄생했다. 맘껏숲놀이터는 아주 어린 아이부터 초등생까지 놀 수 있는, 놀이의 폭이 큰 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맘껏숲놀이터가 본격 운영된 건 2021년 5월부터이다. 활동가 2명이 어린이들의 도우미가 되고 있다. 활동가들은 1년간 아이들이랑 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다양한 놀이를 아이들이랑 함께하고 있다.

맘껏숲놀이터를 가장 많이 찾는 아이들은 뭐니 뭐니해도 놀기에 바쁜 유치원 또래 아이들이다. 초등학생도 물론 많이 찾는데, 주말이면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들르는 곳으로 변한다.

때마침 맘껏숲놀이터 개장 시기는 코로나19와 맞물렸다. 다중 접촉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에 맘껏숲놀이터를 이용하려면 ‘사전 예약’은 필수인 셈이다.

맘껏숲놀이터의 유아존. 미디어제주
맘껏숲놀이터의 유아존. ⓒ미디어제주

프로그램은 월별로 바뀐다. 주말은 가족단위 이용객들이 많기에, 가족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평일 오전은 유치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맘껏숲놀이터는 유치원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계층이 오가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맘껏숲놀이터의 동쪽과 서쪽의 놀이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서쪽의 놀이환경은 유아들의 공간이다. 미끄럼틀이 있고, 모래놀이를 즐기는 공간이 있다. 특히 ‘물덤벙’이라고 불리는 공간은 인기만점 공간이다. 다만 물덤벙은 여름철에만 운영된다. 아이들은 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퍼다가 모래에 붓고, 맘껏 놀면 된다. 모래놀이 도구는 사무실 앞에 놓여 있다.

놀이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려면 부모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맘껏숲놀이터는 제격이다. 아이들이랑 함께 온 부모들은 건물의 2층에서 쉬면서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볼 수 있다.

맘껏숲놀이터에서 만난 활동가 정은성씨는 이렇게 말한다.

“어릴 때는 손으로 놀이를 많이 해봐야 두뇌도 발달되죠. 그런데 아파트 단지를 가보면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아요. 도심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그렇죠. 그러나 맘껏숲놀이터는 모래놀이를 실컷 즐길 수 있습니다. 모래놀이 도구를 개인적으로 가져오는 친구들도 있어요.”

맘껏숲놀이터가 ‘맘껏’ 놀 수 있도록 돼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아이들에게 위협이 될 차량은 이 일대에 들어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맘껏’ 뛰어놀면 된다.

맘껏숲놀이터의 동쪽은 서쪽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서쪽이 ‘유아존’이라면, 동쪽은 ‘청소년존’으로 부르면 딱 맞겠다. 밧줄 놀이도 즐길 수 있고, 나무 위에 올라가서 즐기는 ‘트리 하우스’도 있다. ‘트리 하우스’는 위험을 경험하게 해준다. 놀이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모험’인데, 적당한 위험이 없으면 모험은 불가능하다. ‘트리 하우스’는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트리 하우스’를 겁내던 친구들이 성공하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한다. 부모들은 위험하다며 걱정하지만, 아이들에겐 이처럼 짜릿한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

맘껏숲놀이터에 있는 트리 하우스. 미디어제주
맘껏숲놀이터에 있는 트리 하우스. ⓒ미디어제주
맘껏숲놀이터는 다양한 계층이 놀러 오고, 다양한 놀이가 가능하다. 미디어제주
맘껏숲놀이터는 다양한 계층이 놀러 오고, 다양한 놀이가 가능하다. ⓒ미디어제주

“아이들은 위험을 조절할 줄 알아요. ‘트리 하우스’에 오르지 못해 처음엔 울던 아이들도 도전을 한 뒤로 계속 다니더라고요.”

커다란 데크엔 가족들이 돗자리를 깔고 간단한 요기를 해도 좋다. 나무가 주는 그늘 아래에서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는 그런 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낙서도 즐기는데, 청소년존을 들르면 아주 커다란 칠판이 기다리고 있다. 아주 커다란 ‘방방’도 있다.

맘껏숲놀이터는 모두가 자유롭게 논다.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놀이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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