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 출신 첫 제주경찰청장 고기철, 그가 바라본 제주 모습은?
제주 출신 첫 제주경찰청장 고기철, 그가 바라본 제주 모습은?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1.04 17:1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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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신 첫 청장, 6개월 머무르며 제주 맞춤 제도 만들어
"일선 경찰들, 일만 시켜 죄송 ... 보상해줄 시간 없이 떠났다"
경찰국에 대해선 "중립성과 독립성 침해 우려만 없다면"
제주경찰청장으로 있을 당시의 고기철 치안감.
제주경찰청장으로 있을 당시의 고기철 치안감.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제주를 잘 알았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지역 출신으로서 지역의 문화와 생활, 특징 등을 잘 안다는 것은 그 지역에서 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크나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미디어제주>가 만난 첫 제주출신 제주경찰청장인 고기철 치안감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고 치안감은 이처럼 자신의 앞에 왔던 다른 청장들보다 제주 지역사회를 더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경찰업무와 관련해 그만의 정책을 펴나갈 수 있었다. 고 치안감은 제주출신이라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강점으로 키워내 활용해 냈다.

고기철 치안감은 제주도 서귀포시 출신이면서 농부의 아들이기도 했다. 고 치안감의 아버지는 제주에서 다양한 작물을 키우며 아들을 길러냈다. 감자와 보리, 콩 등의 밭작물을 키우다 1970년대 들어서는 감귤 농사로 전향했다. 다방면의 작물을 길러내는 아버지 밑에서 농사꾼의 삶을 이어나갈법도 했지만, 사실 어린시절 고 치안감의 마음을 휘어잡았던 것은 다른 것에 있었다.

“제가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때에요. 그 당시에 아가사 크리스티라던가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이 유행을 하고 있었거든요. 저도 그런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됐는데, 책을 잡는 순간 완전히 빠져들었었죠. 잠도 자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 쓰곤 그 안에 불을 밝혀 놓고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아버지에게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고 혼나기도 했었죠.”

그 책들이 고 치안감의 미래를 결정짓게 됐다.

“그 책들을 보다보니 어린 마음에 탐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 저는 탐정은 곧 경찰이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 때부터 경찰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진학을 그쪽으로 하게 됐죠. 그 추리소설들이 인생을 결정한 것이나 다름 없었어요.” 고 치암감은 이렇게 말했다.

첫 제주출신 제주경찰청장을 지냈던 고기철 치안감.
첫 제주출신 제주경찰청장을 지냈던 고기철 치안감.

그는 이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경찰간부후보 38기로 경찰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 후 제주가 아닌 타지에서의 경찰 생활을 이어갔다. 부천과 수원 등 경기도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았다. 그러던 그가 고향인 제주로 돌아온 것은 2017년이었다. 당시 제주지방경찰청 차장의 자리를 맡게 된 것이다.

“2017년 12월에 꿈에 그리던 고향 제주도에 오게 됩니다.  그 당시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건강하셨는데, 그때 부모님 곁에 오고 싶기도 했거든요. 고향사람들도 보고 싶었고요. 그 때 제주지방경찰청 차장으로 와서 1년 반 정도를 근무하게 됩니다.

고향으로 왔다는 것은,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스스로에게는 굉장한 책임감이 뒤따르면서 부담감도 생기게 돼요. 후배 경찰관들에게는 모범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강하지게 되고, 또 육지에서 오랜 기간 경찰로 생활했던 사람이 제주에서 어떤 치안 정책을 보여줄지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감 등도 있어 막중한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렇지만 그는 이와 같은 부담감 속에서도 제주만의 경찰을 그려내게 된다.

고 치안감이 제주지방경찰청 차장으로 제주에 있을 무렵, 제주에서는 국가경찰과는 별도의 자치경찰제도가 운영 중이었다. 이 때 정부에서 자치경찰의 전국도입을 추진하면서 이미 자치경찰이 운영되고 있었던 제주에서 자치경찰 확대 시범 운영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고 치안감이 주도적이 역할을 해냈다.

“그 당시 제주자치경찰단에 인력이 얼마 되지 않았어요. 150명 정도로 구성돼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 268명의 국가경찰을 더 파견해서 자치경찰을 확대 시범 운영하게 되죠. 이후에는 그 때 나온 다양한 의견과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입법화 과정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를 했었죠. 그 후에는 본청 자치경찰추진단장으로 발령을 받아서 정책을 더 심도 있게 살펴보는 과정을 거치게 됐고, 그 이후에 지금의 모델이 나오게 됐죠.”

그렇게 제주에서의 자치경찰제도를 살펴본 그는 서울에서의 짧은 생활 이후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제주 전체 경찰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인 제주경찰청장이었다. 제주출신으로는 첫 제주경찰청장이었다. 그의 어깨에는 차장으로 고향에 돌아왔을 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이 머물고 있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제주출신으로 제주의 상황을 잘 알고 있기도 했다. 그 덕분에 무거운 책임감에 부응하듯 제주 치안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정책을 내세울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제주치안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데 일조를 하게 된다.

제주경찰청장으로 있었을 당시의 고기철 치안감.
제주경찰청장으로 있었을 당시의 고기철 치안감.

“우선적으로는 제주출신이다보니 제주의 현안에 익숙한 부분이 있었어요. 지역 현안 등을 파악하는데 용이했죠. 지역의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던 지역 네트워크가 있었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의 현안들을 좀 더 정확하고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어요. 이를 토대로 도민들이 경찰에 바라는 목소리를 듣고, 정책으로 만들어냈죠.”

그가 그렇게 만들어낸 제도가 중산간 안심경찰제도다.

“제주도는 해안선을 위주로 지구대와 파출소 등이 전개가 돼 있어요. 아무래도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이 해안가를 중심으로 돼 있으니까요.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중산간 마을을 중심으로도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데, 해안가에 있는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출동을 하게 되면 중산까지는 최대 10분까지도 걸릴 수 있어요. 중산간에서 어떤 분이 긴급 신고를 하게 될 경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거죠. 골든타임이 확보가 안되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 부분에서 문제점을 느끼게 됐고, 중산간 안심경찰제도를 만들게 됐어요. 동부와 서부에 24시간 조별 근무를 통해 치안을 살펴보게 한 거죠. 이 덕분에 제주의 112 신고시 출동 시간이 전체적으로 줄어들게 됐어요. 1분1초가 급한 상황에서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제주경찰청의 청장으로 머물렀던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가 청장으로 있었던 시간은 불과 6개월에 불과했다. 그랬기 때문에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선 경찰들을 더 많이 일하게 하고 더 많이 고생하게 했지만, 정작 그에 대한 보답을 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 점을 청장으로 지내면서 가졌던 아쉬움으로 꼽았다.

제주경찰청장으로 있었을 당시의 고기철 치안감.
제주경찰청장으로 있었을 당시의 고기철 치안감.

그는 이외에 지난해 중앙정부가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내놨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민에 의한 직접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나,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행안부 장관의 의한 통제도 하나의 방법으로 볼 수 있죠. 다만 일선에서 나오는 우려는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침해 문제에요.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에서 행안부 장관의 직무에서 ‘치안’을 삭제하고 외청으로 경찰청을 둔 것도 그런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죠. 하지만 경찰국 설치 이후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사례는 아직까진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국회나 언론에서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감시와 견제를 지속적으로 해 나간다면, 경찰국 신설은 경찰에 대한 하나의 통제 방식으로 수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고 치안감은 아울러  향후 제주의 치안과 관련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주는 연간 1300만명이 다녀가는 국민 관광지죠. 그렇기 때문에 관광지의 치안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때문에 이와 관련해 수요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해요. 아울러 지역의 자치경찰에서 활동을 강화하면서 제주경찰과의 역할을 명확히 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치안활동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고향인 제주에 머물면서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향에 돌아왔으니, 지역사회에서 함께하면서 지역 발전에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울러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주신 도민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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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은 2023-09-05 13:15:43
제주도민을 위해서 애써주신다하신 말씀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양윤제 2023-01-04 23:21:32
응원합니다

노도리 2023-01-04 23:03:42
중산간 안심경찰 한번 본적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