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어떻게 놀지? 자연을 벗 삼아 놀이를 만들자”
“어떻게 놀지? 자연을 벗 삼아 놀이를 만들자”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12.29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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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환경, 놀이] <5> 전주시의 숲 놀이터

임금님숲띵까띵까 베짱이숲탐방

흔한 놀이기구는 이들 숲 놀이터엔 없어

“제대로 놀려면 어느 정도 위험은 있어야”

밧줄 놀이를 비롯해 자연에서 놀이 찾기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놀아야 한다. 아이들은.
그런 사명감을 지닌 도시가 바로 전주시다. 전주시는 곳곳이 놀이터다. 숲 놀이터도 많고, 도심에 널린 놀이터도 많다. 이들 놀이터는 주변에서 보는 흔한 놀이터와는 다르다. 흔한 놀이터는 ‘틀’이 있다. 바닥은 탄성재로 되어 있고, 놀이기구는 마치 짜인 각본처럼 똑같다. 전주시에서 마주할 놀이터는 그런 틀을 벗어나 있다. 한번 만나러 가보자.

먼저 숲 놀이터를 소개한다. 전주시에 있는 숲 놀이터는 모두 10곳이다. 이들 가운데 ‘임금님숲’과 ‘띵까띵까 베짱이숲’을 찾았다. 두 숲 놀이터는 남쪽의 건지산을 배경으로 숨어 있다. 두 숲 놀이터는 이어져 있지만 초행길인 이들은 하나하나 둘러봐야 한다. 건지산을 산책 삼는다고 하더라도 ‘초행’에게 아무나 길을 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님숲은 그렇게 이름을 붙인 배경을 알 듯하다. 조경단을 거쳐야 임금님숲을 만날 수 있어서다. 조경단은 전주이씨의 시조인 이한의 묘역이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뒤 건지산에 있는 이한의 묘역을 애지중지했다고 하니, 임금님숲이라는 이름은 쉽게 이해된다.

조경단을 지나 200m쯤 걸어갔을까? 편백나무 사이로 눈에 띄는 공간이 있다. 그 흔한 놀이기구는 단 하나도 없다. 놀이터에 대한 고정관념일 지닌 이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다. 어떻게 놀지? 임금님숲은 자연과 벗삼아 놀아야 한다. 놀이를 만들어서 놀아야 한다. 어른이 던져두는 놀잇감은 임금님숲에는 없다. 여기서는 밧줄이 으뜸이다. 밧줄은 다양한 놀이감을 창조한다는 사실을 알까?

전주시에 있는 숲 놀이터 '임금님숲. 미디어제주
전주시에 있는 숲 놀이터 '임금님숲. ⓒ미디어제주
임금님숲은 다양한 밧줄 놀이가 가능하다. 미디어제주
임금님숲은 다양한 밧줄 놀이가 가능하다. ⓒ미디어제주
밧줄로 그물망도 만들었다. 미디어제주
밧줄로 그물망도 만들었다. ⓒ미디어제주

나무와 나무 사이에 밧줄을 동여맸다. 힘을 내어 밧줄을 타고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기는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외줄타기를 하는 밧줄이 있는가 하면, 기어오르는 감각을 키우게 매단 밧줄도 있다. 나무 예닐곱에 밧줄을 동여맸더니 그물망이 만들어진다. 그 위에 오르면 신나는 ‘팡팡’이 된다. 위험하지 않느냐고? 놀이는 어느 정도의 위험을 담보할 줄 알아야 한다. 놀이는 ‘안전’과 함께 ‘적당한 위험’을 첨부시켜야 제맛이다. 임금님숲은 그걸 강조한다.

밧줄 하나로 다양한 매듭을 만들 수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엮을 수도 있으나, 밧줄 중간중간에 매듭을 해두면, 높은 곳도 쉽게 오르게 된다. 임금님숲에 그런 장치가 있다. 언덕진 곳에 있는 나무에 밧줄을 내걸고, 중간중간에 매듭을 만든 밧줄을 잡고 오르기를 할 수 있다. 대근육을 키우기엔 그만이다.

외나무다리의 전설은 들어보셨는지?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나면 어떻게 된다고? 사생결단을 벌여야 한다. 임금님숲에서는 그럴 일은 없을테지만, 외나무다리는 있다. 건지산은 계곡이 많은데, 임금님숲에도 작은 계곡이 있다. 거기에 생명이 다한 통나무 하나를 얹었더니, 정말 외나무다리가 만들어졌다. 두 손을 펼치고 아슬아슬 숨죽이며 외나무다리를 건너보자.

요즘은 지자체에서 ‘출렁다리’를 많이 만들어 관광객을 유입시킨다는데, 임금님숲의 출렁다리를 먼저 경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역시 작은 계곡에 설치했는데, 두 나무 사이에 만든 출렁다리를 ‘출~렁 출~렁’하며 걷다 보면 짜릿함이 더해진다.

아이들은 놀잇감이 없어야 더 잘 논다. 그때 비로소 창의적인 놀이가 만들어진다. ‘틀’에 박힌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은 임금님숲에서 어떻게 놀지 어리둥절하겠지만, 어린이들은 곧 적응한다. 요한 하우징아가 ‘호모 루덴스’라고 하지 않았던가. 바로 어린이들은 하우징아가 얘기했듯이 ‘노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전주시의 숲 놀이터 '띵까띵까 베짱이숲'. 미디어제주
전주시의 숲 놀이터 '띵까띵까 베짱이숲'. ⓒ미디어제주
베짱이숲에 있는 나무로 만든 미끄럼틀. 미디어제주
베짱이숲에 있는 나무로 만든 미끄럼틀. ⓒ미디어제주
얼기설기 이어진 통나무를 걷는 짜릿함이 '베짱이숲'에 있다. 미디어제주
얼기설기 이어진 통나무를 걷는 짜릿함이 '베짱이숲'에 있다. ⓒ미디어제주

‘띵까띵까 베짱이숲’으로 갈 시간이다. 길을 잘 알면 숲길로 이동하면 될 일이지만, 초행이어서 편한 길을 택했다. 숲에서 빠져나와 전주실내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축구장 등을 거치면 만날 수 있다. 아니면 배드민턴장에서 편백나무숲의 시작을 알리는 방향으로 산책 삼아 걷다 보면 베짱이숲을 만날 수도 있다.

임금님숲이 편백나무 사이에서 놀이를 즐기는 재미가 있다면, 베짱이숲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참 많다. 나무의 수종이 달라서인지 놀이도 다르다. 베짱이숲은 짚라인 등 신나는 기구들이 많다. 물론 임금님숲처럼 밧줄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건 덤이다.

나무로 만든 미끄럼틀을 타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통나무를 잘라서 징검다리를 만들었는데, 두 손을 양옆으로 쫙 뻗어서 징검다리를 건너보자. 아주 커다란 빨래판이 있는데, 이건 뭘까? 빨래판처럼 나무에 홈을 만들어뒀다. 나무막대로 연주하듯 빨래판을 그어보면, 신기한 자연의 소리를 듣게 된다.

신나는 놀이터는 창의적인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놀잇감을 던져주며 “놀아라~”가 아니라, 스스로 놀이를 찾게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임금님숲과 띵까띵까 베짱이숲이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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