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9:41 (금)
“우리는 책으로 기부도 하고, 책도 펴내는 꼬마 작가죠”
“우리는 책으로 기부도 하고, 책도 펴내는 꼬마 작가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12.27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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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북초 2학년 꼬마 작가들, 그림책 출간

<모두의 바다>와 <서로 마음 잇다> 펴내

읽은 책만큼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활동도

27일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마련된 제주북초 2학년 어린이들의 출판 기념회. 미디어제주
27일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마련된 제주북초 2학년 어린이들의 출판 기념회.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꼬박 1년을 작업했다. 그렇게 탄생한 꼬마 그림책 작가는 모두 서른일곱 명. 제주북초 2학년 1반 19명의 꼬마 작가들은 <모두의 바다>라는 그림책을, 2학년 2반 18명의 꼬마 작가들은 <서로 마음 잇다>라는 제목의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쉬운 게 어디 있을까. 책을 내는 일은 어른도 어려운데, 초등학교 2학년 꼬마들은 쉽지 않은 난관을 뚫고 해냈다. 27일은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출판을 축하하는 잔치도 열었다. 제주북초 선생님들도 오고, 엄마·아빠들도 꼬마 작가들이 된 아이들을 보며 감탄하기에 바쁘다. 그림책 원화도 으뜸이고, 물론 내용도 으뜸이다.

두 권의 책은 꼬마 작가들이 제주 바다를 맛본 경험을 풀어썼다. 제주 바다에서 만난 생명의 중요성, 책은 그런 생명을 앗아가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파헤친다. 바다에 사는 생물을 통해 함께 사는 게 중요하다는 공생의 가치도 느끼게 한다.

<모두의 바다>는 바다 생물은 모두 연결돼 있음을 독자들에게 말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우리의 식탁에 오를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은 마냥 꼬마로 보이지만 생각만큼은 책을 펴낸 작가 닮다.

<서로 마음 잇다>는 곰치와 흰동가리, 말미잘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인간 세상에 하고픈 이야기를 던진다. 난폭한 곰치 때문에 늘 마음 아파하는 흰동가리, 자신감이 떨어진 흰동가리의 친구는 말미잘이다. 책은 흰동가리와 말미잘의 공생을 통해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말한다. 특히 인간들은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배운다. 그러려면 자연으로 나가야 한다. 제주북초 2학년은 올해 제주 바다를 둘러보고, 바다에 있는 생물을 눈과 몸으로 느꼈다. 그걸로 끝나지 않고, 학교에 돌아오면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책 제목은 아이들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림책의 원화 역시 모두 아이들의 작품이다.

그림책엔 완성도 높은 작품만 담은 건 아니다. 어떤 작품은 색이 덜 입혔고, 어떤 작품은 미완성인 경우도 있다. 아이들의 흔적이 담긴 그림은 단 한 점도 놓치지 않고 그림책에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리다가 실패해서 버리려 한 작품도 그림책에서 흔적을 찾게 된다. 아이들은 커가는 존재이기에 완벽은 없다. 실패를 할 수도 있고, 성공을 할 수도 있기에 아이들이 수업 중 해낸 모든 게 가치 있음을 책은 말한다.

제주북초 어린이들이 펴낸 책의 내용이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에 전시됐다. 미디어제주
제주북초 어린이들이 펴낸 책의 내용이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에 전시됐다. ⓒ미디어제주
제주북초 어린이들이 펴낸 책의 내용이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에 전시됐다. 미디어제주
제주북초 어린이들이 펴낸 책의 내용이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에 전시됐다. ⓒ미디어제주

제주북초 2학년 꼬마 작가들이 책을 내게 된 계기는 있다. 책을 읽는 즐거움과 아울러 “해냈다”는 결과물을 얻는 즐거움이다. 출간된 책임을 증명하는 ‘국제표준도서번호(ISBN)’가 책 뒷면에 인쇄돼 있기에, 꼬마 작가의 어깨는 으쓱 올라간다. 책은 아이들과 2학년의 담임인 서민숙·양영심 교사가 함께했다. 여기에 민화작가인 신기영씨의 역할도 무척 컸다. 27일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만난 양영심 교사는 책으로 만든 이야기를 다음처럼 풀어냈다.

“열심히 공부해왔다는 축하의 자리이고, 아이들 스스로가 그런 기쁨의 자리를 많은 사람과 느끼려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었어요. 아이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1학기는 기본적인 원고 작업이 이뤄졌고, 6월부터 10월까지는 책을 계속해서 수정하는 작업이 덧붙여졌다. 아이들의 그림을 지도한 신기영 작가는 매주 한차례 학교에 들러 2개반 수업을 맡았다. 신기영 작가는 아이들에겐 무척 의미 있는 작업이었음을 누누이 강조했다.

“6주 과정이었지만 무척 의미 있는 활동이었어요.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었어요. 아이들에겐 오래 기억에 남을 거예요. 책을 만들면서 편집과 기획 등 최대한 해보려고 했고,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떤 일을 할지 모르지만 이 작업은 너무 의미가 있어요.”

이제는 꼬마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이다. 서른일곱의 꼬마 작가들을 지면에 모두를 소개할 수 없어 반별로 각각 두 명의 꼬마 작가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제주도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바다 생물에 대해 더 깊이 배우기로 했어요. 바다 현장을 가보고, 갔다와서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는데, 최종적으로 <서로 마음 잇다>라는 책이 되었어요.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라 친구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내용이에요.” (2학년 2반 김시현 작가)

“많은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행사를 하게 되었어요. 교실에서 하게 되면 여러 사람들이 모르고 학생들만 모이잖아요. 그래서 밖으로 나오게 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와주니 뿌듯하고 좋아요. 저희가 직접 책을 만들었다는 점이 대견스러워요. 책을 읽은 걸 기부도 해요.” (2학년 2반 이하윤 작가)

“생물의 다양성에 대해 공부를 했는데, 더 알고 싶어서 바다 생물을 직접 관찰하기도 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우리가 만든 책을 다른 사람들도 읽으면서 바다를 지켜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2학년 1반 정유하 작가)

“우리가 만든 책을 가장 먼저 자랑하고 싶은 사람은 엄마와 아빠예요. 엄마와 아빠에게 ‘제가 이렇게 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책을 내니 자랑스럽고 내년에도 이런 걸 다시 해보고 싶어요.” (2학년 1반 임지현 작가)

꼬마 작가 4명의 이야기에 온갖 이야기가 다 담겼다. 책을 통해 배운 걸 확인하기 위해 바다로 나선 아이들. 직접 만난 생물을 통해 책을 쓸 이야기를 하나하나 모은 아이들. 책을 만든 아이들은 그걸로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읽은 책을 마일리지 형태로 쌓아서 기부도 하는 작가들이다. 이날 행사 마무리엔 꼬마 작가들이 사랑의 열매에 기금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제주북초 2학년 꼬마 작가들이 자신들이 펴낸 그림책을 들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북초 2학년 꼬마 작가들이 자신들이 펴낸 그림책을 들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북초 2학년 꼬마 작가들이 사랑의 열매에 기부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북초 2학년 꼬마 작가들이 사랑의 열매에 기부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꼬마 작가들은 그림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50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기부한 금액은 98만2050원이다. 책으로 따지면 1만9641권이다. 이날 꼬마 작가들의 기부활동은 책으로부터 받은 지혜를 다른 이에게 돌려주는 아주 성스러운 의식이나 다름없다.

꼬마 작가들은 책을 읽으며 커간다. 책까지 만들고, 자신들이 만든 책이 ISBN 등록을 마친 엄연한 작가로서 책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는 아이들이다. 책을 읽으며 기부까지 한 꼬마 작가들의 2023년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지 더 궁금해진다.

더 큰 꿈을 키워나갈 꼬마 작가의 이름을 읊어본다.

<모두의 바다> 작가는 김칸 강인애 김시아 임영 임지현 정유하 홍윤서 강민준 고이준 김지호 김탄 마준성 오예성 유시태 윤성찬 이건우 이연우 이지환 한민교.

<서로 마음 잇다> 작가는 고가빈 김시현 유민주 이하윤 이형은 조민아 강현서 고은준 구윤 김민준 김성훈 김자유 김지율 김형모 노연후 이도헌 조승운 최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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