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동네 사람들이 제주어로 하나가 됐어요”
“동네 사람들이 제주어로 하나가 됐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12.19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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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도서관에서 제주어 동시 읽기 한마당
18일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에서 마련된 행사. 미디어제주
18일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에서 마련된 행사.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글은 함께 나눌 때 행복이 배가된다. 쓴 글을 읽어주는 고마움은 글쓴이에게도,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찾아온다. 그런 행복이 제주어라면 어떨까.

12월 18일 김영수도서관을 찾은 이들은 그런 느낌을 가득 안고 갔다. 동시를 읽고, 그 동시에 맞는 제주어를 읽었더니 마음이 달라진다. 웃음은 차고 넘치고, 제주어의 굴러가는 울림에 모두 환호성이다.

이날 마련된 행사는 제주어의 입말을 잔뜩 살린 ‘ᄒᆞ루랜 ᄒᆞ는 선물’이었다. 동시를 쓴 박희순 작가(제주교대부설초 교장), 캘리그라피를 하는 김효은 작가, 피리연주를 더해준 고보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피리정악 이수자, 신기영 민화작가 등이 함께 마련했다.

시작은 고보윤 이수자가 열었다. 노동요만 가득한 줄 알았던 이들에게, 그렇지 않은 민요도 많다는 사실을.

피리 소리에 흠뻑 빠진 이들은 박희순 작가의 동시를 따라 읽는 재미에 다시 빠진다. 표준어로 된 동시를 한 줄 읽고, 또 다른 이는 제주어로 된 동시를 읽는다.

“제목 슬그머니 들어온 습관 박희순”
“제목 ᄉᆞᆯ째기 들어온 습관 박희순”

“금방 갈 것처럼 내 안으로 들어와놓고”
“재기 갈 거추룩 소곱더레 솔짝 들어와뒁”

“주인 행세하는 거 금방이라니까요”
“주인 행세ᄒᆞ는건 금방이우다”

동시를 주고 받다 보면 흥도 난다. 제주어가 소리처럼 들리자 “와~”하는 함성이 동시에 터지기도 한다. 제주어의 입말이 이렇게 흥겨울 수 있느냐, 다들 그런다. 제주어는 프랑스어를 닮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동화구연가인 강서정씨는 동시를 맛깔나게 읽어간다. 동시를 읽는 게 동화를 읽어주는 것이랑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강서정씨는 이날 행사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제가 박희순 선생님 시를 좋아해요. 아이들과 같이 나누곤 하는데, 오늘 이런 행사를 한다고 해서 다른 일정을 취소하면서 왔어요. 제주어로 읽을 때 느낌은 굉장히 좋았고요, 그걸 모르셨던 분들도 함께하니 정말 보람됐어요.

동시 작가 박희순 교장은 제주어동시콘서트 등을 하며 동시와 제주어 사랑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제주어로 동시를 읽어보기 행사를 한 이유가 궁금했다. 특히 그는 김영수도서관을 지금의 위치로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제주북초 교장으로 있으면서 김영수도서관을 ‘학교 내’가 아닌, ‘학교 밖’과 공감하는 동네마당으로 만든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이다.

”오늘 행사에 마을회장님도 오시고, 제주북초 교장 선생님도 오셨어요. (동네사람과 학교의) 매개체 역할을 동시가 해주었어요. 동시를 쓰는 사람의 생각과 그걸 표현하고 제주어로 살려가는데 동참한 이들이 하나 되는 날이어서 굉장히 좋았죠. 그런 면에서 문학은 향유되어야 하죠. 지역에서 어우러지며 감동도 하고, 제주어가 너무 좋다는 걸 느낄 때 제주어와 문학이 함께 살아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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