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6-21 17:53 (금)
“책을 읽고 공감했더니 이웃에 기부를 하게 되네요”
“책을 읽고 공감했더니 이웃에 기부를 하게 되네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12.13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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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북초 1학년 ‘추운 겨울 온기 나눔’ 활동
그림책 한권당 50원씩 모아서 94만여원 기부
온기나눔 독서기부에 동참한 제주북초 1학년들.
온기나눔 독서기부에 동참한 제주북초 1학년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아이들의 생각나무에 열매가 생기고 또 생긴다. 방울방울 열린 열매는 하루하루 커간다. 올해 초등학생이 된 제주북초 1학년의 생각나무도 한해 사이에 부쩍 커버렸다. 이젠 생각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서 나눠줄 시간이다. 생각나무는 가을철에 수확하는 게 아니라, 1년을 꽉 채우고 남에게 내준다.

제주북초 1학년들이 남에게 내준 생각나무 열매는 뭘까. 바로 독서기부다. 제주북초 1학년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과 함께 ‘추운 겨울 온기 나눔’을 주제로 생각을 펼쳤다. ‘추운 겨울 온기 나눔’은 ‘내 주변’만 살아왔던 아이들에게 ‘더 먼 곳’을 함께 보자는 공감활동이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책으로 ‘더 먼 곳’을 만나기로 했다. 그림책 <내가 라면을 먹을 때>와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펼쳤다.

하세가와 요시후미의 그림책 <내가 라면을 먹을 때>는 이웃의 풍경과 이웃나라의 풍경이 다름을 말한다. “이웃 나라의 이웃 나라의…” 이런 식으로 꼬리를 물며 세상의 여러 이웃을 비춘다. 어떤 이웃은 화장실에서 비데를 사용하고,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기도 하고, 어떤 이웃은 그때 바이올린을 켠다. 그러나 그때 먼 이웃 나라의 친구들은 소를 몰기도 하고, 아이를 돌보기도 하고, 물을 긷기도 한다. 이웃 나라로 더 넘어가면 바닥에 얼굴을 묻고 쓰러져 있는 어린 남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시리아 난민 쿠르디처럼.

책을 읽은 아이들은 배웠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다름을. 하루에 14시간씩 카페트를 짜고, 혼자서 맨홀 아래서 사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아홉 살에 전쟁터에 끌려가서 총을 쏘는 아이도 있다는 것을. 이렇게 생각나무에 열매가 맺힌다.

<우리는 학교에 가요>는 어떻게 읽었을까. 학교를 가기 위해 무려 2시간씩 달리고, 배를 타야 하고, 산길을 돌아가고, 심지어는 밧줄을 탄다. 가능한 일일까. 이제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에겐 상상하기 힘든 세상의 이야기다. 책을 함께 읽은 아이들은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생각나무의 열매가 더 커지는 순간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얼마나 행복한가. 정말 고마운 일일텐데, 책을 읽은 고마운 감정과 온기를 어딘가에 주고 싶다. 아이들은 생각나무에 열린 커다란 열매는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책을 읽어 기부를 하기로 했다. 1쪽당 1원이다. 그림책 한권을 읽으면 50원쯤 된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그렇게 정했다. 책을 많이 읽어서 ‘이웃나라의 이웃나라의 친구들에게’ 기부를 해보자고. 생각나무의 열매를 따서 기부를 했더니 무려 94만3700원. 아이들은 대체 몇 권을 읽은 걸까. ‘이웃나라의 이웃나라의 친구’를 위해 수만 권의 책이 아이들 가슴에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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