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3-01-31 17:33 (화)
바이칼호수와 제주도를 생명의 끈으로 잇고 있는 철새
바이칼호수와 제주도를 생명의 끈으로 잇고 있는 철새
  • 양수남
  • 승인 2022.11.29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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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남의 생태적 시선<2>

아직도 신비의 영역인 철새의 이동.

여름과 겨울이 되면 한 치의 어김없이 엄청난 수의 새들이 지구적 규모의 이동을 한다. 이와 같은 지구의 거대한 순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가 제주도이다.

바야흐로 겨울철새의 계절이 다가왔다. 날이 점점 추워지면서 수많은 겨울 철새들이 제주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철새정치인이라는 단어가 철새의 이미지를 상당히 오염시켜 버린 측면이 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정치적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과 달리 철새는 처절하게 생존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계절 따라 이동하는 새들이다.

▲ 며칠 전 하도리. 가마우지,큰고니,알락오리,물닭 등이 먹이를 먹거나 쉬고 있다. ⓒ 좌명은
▲ 며칠 전 하도리. 가마우지,큰고니,알락오리,물닭 등이 먹이를 먹거나 쉬고 있다. ⓒ 좌명은

또한, 지조 없이 움직이는 정치인과 달리 철새는 어김없이 제철이 되면 날아온다는 점에서 철새정치인이라는 단어는 매우 잘못 적용한 사례이다. 이제 이 단어는 철새를 위해서도 쓰지 말았으면 한다.

▲ 하도리의 암반 위에서 쉬고 있는 저어새. ⓒ 좌명은
▲ 하도리의 암반 위에서 쉬고 있는 저어새. ⓒ 좌명은

 

‘칼의 노래’로 유명한 김훈 작가는 철새의 이동을 아래 글에서 너무나 심오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기도 했다.

“멀리서 온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내 조국의 강토가 자연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한강과 아무르 강, 서울과 바이칼호수가 생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고 부지런한 새들이 이 행복한 인연을 매개해주고 있다”

그래서 하도리뿐만 아니라 도 전역이 철새와 나그네새의 서식지요 정거장인 제주도는 아무르 강과 하도리, 바이칼호수와 제주도가 생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아직 자연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았고 희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 철새가 여전히 제주도를 찾는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자연이 살아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제주도의 남쪽 아래인 열대지방에서 제주도로 날아오는 제비 등의 여름 철새가 있고 겨울이 되면 청둥오리 등 겨울 철새들이 아무르 강이나 바이칼호수 같은 추운 북부지방에서 날아온다.

그뿐만 아니라 수만km를 이동하는 도요새류들은 먼 길 가다 쉬어가는 중간기착지로서 제주를 선호한다. 이처럼 우리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을, 계절별로 변하는 식물을 통해서 보기도 하지만 철새의 지구적 규모의 이동을 통해서 늘 체험하고 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새가 날아오는 곳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조류(텃새, 철새, 나그네새 등 모두 포함)는 총 537종이다. 이중 제주도에는 총 422종의 새가 있다. 국내 조류의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422종의 새 중에는 텃새가 42종, 여름 철새 35종, 겨울 철새 90종, 나그네새 118종, 미조 128종, 기타 9종이다.

며칠 전 하도리를 찾았다. 겨울이 아닌 것처럼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걱정했는데 어김없이 수많은 겨울철새가 날아와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미안하고도 고마웠다.

▲ 하도리를 찾은 쇠기러기(왼쪽)와 큰기러기(오른쪽). 제주의 보리밭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낟알을 즐겨먹는 기러기들을 제주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김완병
▲ 하도리를 찾은 쇠기러기(왼쪽)와 큰기러기(오른쪽). 제주의 보리밭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낟알을 즐겨먹는 기러기들을 제주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김완병

 

알락오리, 물닭,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가마우지, 홍머리오리 등의 하도리 우점종과 더불어 희귀종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6마리를 확인했다. 또한 드물게 관찰되는 큰고니, 큰기러기, 큰부리기러기, 쇠기러기도 볼 수 있었다. 특히 하늘을 유유히 장악하며 먹이를 탐색하고 있는 물수리의 자태는 너무나 멋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하도리에 이렇게 많은 새가 올 수 있는 큰 이유는 이곳에 거대한 갈대밭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 말이다. 또한 수면 옆으로 풍부한 소나무 숲과 농경지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가 사라진다면 새들도 더 이상 하도리를 찾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갈대밭과 소나무 숲, 농경지 등에 대한 보호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내수면, 갈대밭과 함께 완충지역인 소나무 숲에 대해서도 습지보호 지역 등 보호 지역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철새도래지 주변 농경지에 대한 생태계 서비스 직불금 제도 적용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양수남의 생태적 시선

양수남 칼럼니스트

제주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대학원(수료)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친환경농업 팀장
(현)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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