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병원, 유령회사 만든 후 건물 매입, 혈세로 임차료 지급"
해당 병원 "사실과 무근 ... 회사도 병원과는 관계 없어"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은 민간병원이 유령회사를 만든 후 제주도로부터 받은 돈을 토대로 임대사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령회사를 통해 건물을 매입한 후, 그 건물의 시설을 임차하는 과정에서 임차료를 도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이다.
제주도의회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28일 오전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을 상대로 한 예산심사에서 "제주도내 한 민간병원의 임대차 거래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현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사업은 '제주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운영이다. 이 사업은 제주시 보건소에서 도내 A민간병원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현 의원은 "이 사업에 들어가는 금액이 26억 정도"라며 "제목만 보면 굉장히 훌륭한 사업이다. 그리고 좋은 프로그램도 많을 것 같다 사업비를 들여야 봤다. 그런데 사업비는 거의 없고, 예산이 다 인건비와 임차료"라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이 중 임차료에 주목했다. 현 의원은 먼저 "예산을 산출 할 때 임차료 부분은 A민간병원이 요청을 하면 다 반영하고 들어주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어 "개별 사업을 보면, 세월호 피해자 심리지원 사업 임차료가 28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그리고 동일 건물에 중독관리 통합지원센터 임차료는 2700만원 잡힌다"며 두 사업이 임차가 동일 건물에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현 의원은 또 "세월호 피해자 심리지원 사업은 평수가 35평이고, 중복관리 통합지원센터는 평수가 60평인데, 세월포 피해자 심리지원 사업이 더 많은 임차료를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건물에서 더 적은 평수를 사용하는 사업이 더 많은 임차료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현 의원에 여기서 한 발 더나아가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수탁자인 A민간병원과, 이 병원이 임차료를 내고 있는 건물주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다. 현 의원에 따르면 A민간병원이 이 사업들을 위해 임차료를 지급한 건물주는 도내 B주식회사다.
현 의원은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B회사의 등기부등본과 법인등기 등을 살펴봤다"며 "해당 건물은 2016년에 병원에서 매입을 했는데, 2021년에는 B회사가 매매를 한다. 그런데 2020년 기준 B회사의 자본금은 1600만원이다. 건물을 매매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그러면서 건물을 매입할 여력이 없는 B회사가 A병원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건물을 매입했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현 의원은 아울러 B회사의 임원들 중에 A병원의 관계자도 속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현 의원은 이런 점들을 들며 A병원이 B라는 유령회사를 만들고, 이 B회사를 통해 본래 A병원 소유의 건물을 구입하게 한 뒤 제주도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을 임차료로 B회사에 지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 의원은 이를 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강인철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이에 대해 "임대료가 적정하게 산정됐는지 확인하고, 민간 병원에 대한 위탁 부분도 따로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A병원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과는 다르다"며 "B회사는 A병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A병원 관계자가 B회사의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 역시 "병원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A병원과 B회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