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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몸에 담은 아이들이 곧 그림책 작가랍니다”
“자연을 몸에 담은 아이들이 곧 그림책 작가랍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11.15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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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초 6학년, ‘나의 숲 친구들’ 전시회 진행

‘그림책을 품다’ 참가하며 그림책 작가로 환생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27일까지 만날 수 있어

선흘초 6학년 어린이 작가들이 펴낸 그림책. 미디어제주
선흘초 6학년 어린이 작가들이 펴낸 그림책.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그림책을 품다’ 네 번째 이야기 주인공은 선흘초등학교 6학년들이다. ‘그림책을 품다’는 세계자연유산에 포함된 지역의 주민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는 선흘초등학교에 주어졌고, 선흘초 6학년 열여섯 명의 아이들이 ‘2022 세계자연유산 그램책을 품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며 그림책 작가의 꿈을 실현했다.

꿈이 완성된 아이들은 지난 11일부터 그들의 완성품을 ‘나의 숲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1층 기획전시실에서 '나의 숲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27일까지 마련되고 있다. 아이들은 그걸로 끝나지 않고, 제주착한여행 주관으로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작은 북콘서트도 가졌다.

알록달록한 밑그림은 이야기가 덧붙여져 하나의 그림책으로 완성됐다. 물론 그림책이 완성되는 과정은 순탄할 수 없다. 책을 만드는 일은 ‘고뇌’의 과정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그 ‘고뇌’의 과정에 최향랑 작가가 뛰어들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최 작가는 아이들을 만나러 일부러 선흘리를 찾았다. 그림책을 완성하는데는 ‘그림’만 중요한 건 아니다. 어떻게 그림책을 만들지, 어떤 그림책을 만들지를 탐구해야 한다. 때문에 ‘발품’이 필요했다. 최 작가는 아이들이랑 동백동산 일대는 물론, 선흘리 주변을 돌아다니며 ‘발견’을 하기 시작했다. 최향랑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잖아요. 자연을 자세히 보고, 자세히 본 자연을 보면서 새로운 눈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채집하고 관찰하고,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보여주고….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은 답을 하고, 아이들이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색깔을 끌어냈던 게 너무 보람 있었죠. 가장 주안점을 뒀다면 ‘자세히 보는 힘’이었어요. 흔하게 보이는 것이지만 더 자세하게 만나게 해준 것이죠.”

그런 과정은 15차례 진행됐다. 아이들은 최향랑 작가가 올 때면 하루 4시간 만남을 가졌다. 모두 60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아이들은 주변을 돌아보고, 돌아본 주변을 그림으로 옮겨보고, 그 그림에 글을 입히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같은 ‘고난’의 과정을 거치며 그림책은 완성됐고, 16명의 초등학생 그림책 작가가 탄생했다.

이런 과정엔 선흘1리 마을와 선흘초등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마음 한뜻’이랄까. 학교는 학교대로, 마을은 마을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더구나 선흘초등학교는 올해 ‘본교’로 승격되는 기쁨을 맞았다. 그런 기쁨을 맞는 첫해에 6학년 아이들의 멋진 그림책이 완성된 셈이다. 15일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세미나실에서 ‘나의 숲 친구들’ 발간을 축하하는 북 콘서트도 가졌다. 북 콘서트는 선흘초 6학년 아이들의 ‘작가 선언’ 행위이면서, 생태마을인 선흘초만이 지닌 자랑거리를 뽐내는 일이기도 했다.

북콘서트 자리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선흘초 학생들. 미디어제주
북콘서트 자리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선흘초 학생들. ⓒ미디어제주

작가로 환생한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지녔을까. 어린이 작가들의 말을 잠시 옮겨본다.

“저는 한라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실루엣을 볼 때, 바다에 붉은 노을이 지며 잔상이 생기고 하늘이 그라데이션 돼 있는 모습을 볼 때 감동을 받고는 합니다.”(정연승 어린이 작가)

“자연이 우리에게 이렇게 예쁜 책을 주었다는 걸 알게 되면 좋겠어요. 힘들게 만든 책이 아니라 즐겁고 새롭게 그리고 쓴 책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작은 섬 제주를 훼손되지 않는 섬, 예쁜 섬으로 계속 보존해가면 좋겠어요.”(황예원 어린이 작가)

“제주는 제주라는 그 이름 자체가 아름답습니다. 자연과 동물이 공존하는 그 이름이 아름답습니다. 제주의 숲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겁이 나기도 하고, 숲이 불쌍합니다. 제가 만든 그림책이 뜻깊은 책이 되어 사람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이시윤 어린이 작가)

“식물의 색깔은 예술적입니다. 식물이 그런 색깔을 가지고 태어나는 게 신기합니다. 누군가 제가 만든 책을 읽고 숲을 한 번이라도 걷게 된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정윤서 어린이 작가)

작가들다운 글솜씨다. 열여섯 어린이 작가들의 말을 다 담지 못했으나, 그들은 60시간의 색다른 경험을 하며 스스로도 달라졌다. 알게 모르게 열여섯 어린이 작가들에게 변화가 찾아왔고, 그런 변화를 강정림 선흘초 교장은 다음처럼 설명한다.

“삶에서 교육이라는 건 그냥 훑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뭔가 아이들한테 ‘마음에 남는 점’을 찍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그게 바로 ‘체화되는’, 몸에 배게 만들 수 있는 그런 교육이 되어야죠. 그림책 프로젝트는 자기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펼칠 수 있는 과정이었어요. 스스로의 생각을 펼치는 체화과정이죠.”

자연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몸에 밴 아이들. 올해로 초등학교를 접게 될 16명의 어린이 작가들은 ‘체화’된 몸과 마음을 내년부터는 어떻게 펼쳐 보일지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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