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외래어 점검한다던 제주도, 법정계획에 불필요한 영어표현?
외래어 점검한다던 제주도, 법정계획에 불필요한 영어표현?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11.04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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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대중교통계획에 '니즈(needs)' 등의 영어식 표현
요구 및 수요 등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
"바람직하지 않아 보여" 지적도
제주도청 전경.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청 전경.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공식문서에서 대체할 수 있는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식표현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 더군다나 제주도청에서 올바른 국어사용 촉진을 위해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이와 같은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 2일 확정 고시한 5개년 법정계획인 ‘제4차 제주특별자치도 대중교통계획’에는 ‘니즈(needs)’와 같은 영어식 표현이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도민과 방문객의 통행 및 관광 편의 니즈에 대응하며”라던가 “개인의 통행 니즈를 고려하여”라는 식으로 사용됐다. 그 이외에도 “대중교통 서비스 니즈에 대응, 대중교통 정시성 개선을 통한 대중교통 서비스 제고”라는 문장에 사용되기도 했다.

니즈는 사전적 정의상 ‘요구’ 등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수요’이나 ‘필요성’ 등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 실제로 대중교통계획에서 사용된 ‘니즈’를 ‘요구’나 ‘수요’로 대체해도 의미전달에 문제가 없다. 이뿐만 아니라 ‘요구’나 ‘수요’, '필요성’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들이라 이 단어들을 제주도의 공식문서에서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제주도는 지난 8월1일 알기 쉬운 공공언어 사용을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로 내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올바른 국어사용을 촉진시키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었다.

도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올바른 국어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기 위해 운영 중인 국어책임관 재도를 활성화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공공언어 점검의 날을 매월 1회 운영, 무분별한 외래어 및 신조어 사용 관행을 개선해 나가고 부서별로 공공언어 지킴이를 지정해 공개문서와 보도자료 등에 잘못된 표기 사례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쪽에서는 무분별한 외래어 및 신조어 사용을 개선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정작 다른 한쪽에서는 5개년 법정계획에 국어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영어식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제직하고 있는 박모(31)씨는 이와 관련해 “최근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이 눈에 띄는 상황이다. 모범이 될만한 공공문서 등에서 불필요한 영어가 섞여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씨는 이어 “때로는 계약서나 법정계획서 등의 공문서도 수업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교육적으로도 안 좋을 것 같다”며 “꼭 그와 같은 영어식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꼬집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법정계획 등에 대해서는 사전에 감수 등을 받는 과정을 거치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와 같은 표현 등이 순화될 수 있도록 더욱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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