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지사, 일부 희생자에게 직접 전달도
"아픈 기억 내려놓고, 편안한 여생 보내시길"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이제 한이 풀어졌습니다. 평생 편안하게 살아보질 못했습니다.”
제주4.3 생존희생자 이만춘 씨는 2일 4.3희생자 보상금 지급 결정통지서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4.3희생자 300명에 대한 첫 국가보상금 지급을 결정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로 2일 오후 생존 희생자들과 유족에게 순차적으로 보상금 지급 결정통지서가 전달되기 시작했다.
결정통지서와 청구 안내문 등은 보상금 청구 대상자를 대상으로 이날부터 등기우편으로 발송되고 있다.
다만 이날은 일부 생존희생자에 대해 오영훈 제주도지사 직접 통지서 등을 전달했다. 먼저 이날 오후 첫 4.3희생자 보상금 지급 결정통지서기 4·3생존희생자 이만춘 씨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만춘 씨는 총상을 입고 산속을 헤매다 동상에 걸려 발가락까지 절단되는 피해를 입었으며, 2020년 3월 27일 4·3희생자로 결정됐다.
오영훈 지사는 통지서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이씨에게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말도 제대로 못하고 살아오느라 힘드셨는데도 건강하게 잘 지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너무 늦었지만 국가가 직접 사과하고 4.3희생자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보상금 지급 결정을 내린 만큼 이제라도 아픈 기억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이씨는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데 이제야 한을 풀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오 지사는 이어서 4.3희생자 고(故) 김두형 씨의 유족인 장녀 김용례 씨(85)에게도 직접 적달했다.
고인은 함덕리 백사장에서 희생됐으며, 2002년 11월 20일 4·3희생자로 결정됐다.
오 지사는 이 자리에서 “4·3희생자로 결정된 후 20년이 지나서야 보상금 지급 결정통지서가 전달돼 매우 안타깝다”며 “이제라도 유족들께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희생자를 대신해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보상금 지급 결정통지서를 받은 청구권자들은 통지서와 통장사본 등 관련 서류를 첨부해 가까운 읍면동·행정시·도에서 보상금을 청구하면 된다.
제주도는 보상금 청구 신청 한 달 이내에 보상금 전액을 일시불로 청구권자 본인 통장으로 입금할 예정이다.
오영훈 지사는 “국가 보상금 지급 결정 통지는 4.3의 완전한 해결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며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보상금 지급 절차가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