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3-02-07 17:54 (화)
제주도청 청원경찰 불법 채증 의혹 "시민은 잠재적 범죄자?"
제주도청 청원경찰 불법 채증 의혹 "시민은 잠재적 범죄자?"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10.26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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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제주도청 앞 시민들의 기자회견 현장, 불법채증 의혹 불거져
채증 고지 등 이뤄지지 않아... 행정의 채증활동규칙 위반 문제 논란
10월 25일 제주도청 현관 앞, 시민들의 기자회견 현장.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시민들의 정당한 기자회견 활동을 행정이 불법 채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5일 제주도청 현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 같은 ‘불법 채증’에 대한 정황이 포착됐다.

문제는 채증자와 채증대상자의 주장이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인다는 것.

우선 ‘채증’이란, 집회 등 현장에서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촬영, 녹화 또는 녹음하는 것을 말한다.

채증자인 제주도청 소속 청원경찰은 “채증 전, 채증대상자(시민)에게 채증 사실을 고지했다” 밝히고 있고, 시민들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10월 25일 화요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는 시민 800여명이 연대하는 ‘제주도청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제주도청이 민간업체(동부하수처리장 공사용역업체)를 사주해 월정리 주민을 대상으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는 취지다.

시민들은 월정리 주민에게 ‘하수처리장 반대 집회시위 1회당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장이 날아왔다며, 해당 소송을 계획한 것은 제주도정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소장에는 제주도청이 발행한 문서가 다수 포함되어 있고, 도청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정보들이 다량 들어가 있다. 소송을 제기한 민간업체는 제주도청으로부터 하수처리장 공사 용역을 수주한 공사업체이며, 동부하수처리장 건물 내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이에 시민들은 월정 주민에게 제기된 이번 소송이 “시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권력의 횡포”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10월 26일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불법 채증 논란’이 등장하게 된다.

채증자는 제주도청 소속 청원경찰. 채증을 당한 대상자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시민들이다.

카메라를 들고 채증하는 청원경찰에 엄문희 씨가 항의 의미로 피켓을 들고 섰다.

제주도청 소속 청원경찰 A씨는 지난 25일 기자회견 현장을 카메라로 촬영했고, 시민들은 ‘불법 채증을 하면 안 된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채증 경위를 묻는 시민들의 질의에 ‘(제주도청에 전하는 요구사항 등) 구호를 외쳤기 때문에 기자회견보다는 시위의 성격을 띤 것으로 봤다’고 답했다.

이에 시민들은 “우리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는 채증 대상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채증 전, 대상자에게 채증 사실을 고지했는가” 물었다. A씨는 시민 B씨와 C씨 2명에게 고지했다 주장했다.

하지만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한 결과, B씨와 C씨는 채증 사실을 고지 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2020년 개정된 경찰청의 ‘집회 등 채증활동규칙’에 따르면, 채증의 범위는 △폭력 등 범죄행위가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 △범죄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위해가 임박한 때 △그 전후 사정에 관하여 긴급히 증거를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으로 한정된다.

또 위 경우라도 채증활동규직 제8조에 따르면, “채증은 범죄혐의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상당한 방법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단순히 "범죄 행위가 일어날 것 같다"라는 경찰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채증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중요한 점은 또 있다. 같은 규칙 제9조에 따르면, 채증자는 사전에 채증대상자에게 “범죄사실의 요지, 채증요원의 소속, 채증 개시사실을 직접 고지하거나 방송 등으로 알려야 한다”. “20분 이상 채증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20분이 경과할 때마다 채증 중임을 고지하거나 알려야 한다”.

시민들은 위 채증활동규칙을 채증자가 위반하고 있다고 본다. 이에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는데, 경찰이 시민에게 “민원실에 가서 고소장을 접수하라” 말하면서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이 출동했다면 불법 채증 여부를 채증자에게 따져 물었어야 함에도, 현장 수습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청 소속 청원경찰의 불법 채증 의혹을 제기하며, 시민들이 채증 자료를 현장에서 삭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시민 엄문희 씨는 “우리는 채증요원의 소속, 채증 개시사실을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20분 이상 채증이 이뤄졌음에도 고지받지 못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 채증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엄 씨는 "시민의 평화로운 기자회견을 불법 채증으로 억압하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 "시민을 잠재적 범재자로 치부한 채증 행위에 대해 제주도청은 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날 채증대상이 된 시민들은 '불법 채증 의혹'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고발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채증을 진행한 청원경찰 A씨는 ‘어떤 경위로 채증을 하고 있는지’ 묻는 기자의 말에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A씨는 기자에게 ‘기자회견 전, 시민들에게 제주도청 현관에서 떨어져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정문 입구에서 회견을 진행해달라’ 요청했다 말했다. 이 같은 요청에 시민들이 불응했고, 이에 채증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위 정황만으로는 채증사유가 성립되기 어렵기에, 이것이 실제 시민-청원경찰 간 소송으로 이어질 것인지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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