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말 많은 문예회관 전시실 대관 심의 "어떡해"
말 많은 문예회관 전시실 대관 심의 "어떡해"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10.21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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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문예회관을 말한다] <상> 전시실 대관은 ‘좁은문’

연간 80~90회 전시 기회 있지만 경쟁 불가피

개인·단체전 신청 날짜 같은 시기에 대거 몰려

매년 10월 ‘일반 사전대관’…조율 필요성 제기

운영위원들 관련 단체 심의하며 ‘도덕적 해이’

제주도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술’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는 이들도, 문화예술 활동을 삶에 녹여내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해소할 공간은 생각 외로 많지 않다. 제주도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만들자는 의견은 높지만, 이를 뒷받침할 공간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기능을 담담하고 있는 곳을 들라면 단연 ‘제주도문예회관’이다. 제주도문예회관은 지난 1988년 8월 개관했다. 벌써 개관한 지 34년을 넘었다. 문예회관은 공연과 전시 두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제주 도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렇다면 3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문화예술의 욕구에 비해 완벽한 기능을 하기에는 모자람이 많다. 전시를 하고 싶어도 전시실을 구하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은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 제3전시실 등 모두 3곳이다. 경쟁을 거쳐야 자신의 작품을 걸 수 있다.

매년 10월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 사용에 따른 대관 심사가 이뤄진다. 미디어제주
매년 10월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 사용에 따른 대관 심사가 이뤄진다. ⓒ미디어제주

제주도문예회관을 관리하고 있는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은 매년 10월, 이듬해 전시와 관련된 ‘문예회관 전시실 일반 사전대관 예약 신청’을 받는다. ‘일반 사전대관’은 문화예술 관련 단체와 개인이 사전에 대관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문화예술진흥원이 잡아둔 ‘우선 대관’ 이외의 날짜에 ‘일반 사전대관’의 기회가 돌아온다. 거기에다 제주도문예회관 공사가 있게 되면 ‘일반 사전대관’ 기회는 더 줄어든다.

‘일반 사전대관’은 문예회관 3개의 전시실을 합쳐 연간 80~90회 정도의 기회가 있다. 제주 도내 수많은 개인과 단체가 경합을 거쳐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일반 사전대관’ 접수를 할 때는 희망기간을 3개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하반기에 날짜가 몰리면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지난해 10월 ‘일반 사전대관’ 예약 신청 때는 117건이 몰렸으며, 36건이 탈락하기도 했다. 탈락한 개인과 단체는 수시대관 때 기회를 봐야 한다.

어쨌든 ‘일반 사전대관’은 문도 좁지만, 개인과 단체가 원하는 날짜에 전시실을 빌리기도 어렵다. 심사는 개인전을 먼저 한 뒤, 단체전을 진행한다. 그렇다면 개인전 결과를 공표하고 나서 단체전 심사를 진행하면 되는데, 그게 안되기 때문에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문화예술 단체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곤 한다. A 단체를 이끄는 B씨는 “개인전 심사 이후에 단체전 심사를 벌이는데, 우연히 같은 날짜에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날짜가 겹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개인전 심사를 마치면 이를 먼저 알려주면 된다. 그러면 다른 날짜를 잡을 수 있지 않느냐”면서 “배정된 전시실 유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청을 하게 되고, 일부 단체는 전시실 탈락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개인전과 단체전의 날짜 겹침 현상만 문제일까. 더 있다. B씨는 “수시대관의 경우도 인터넷 선착순으로 전시실을 대관하고 있다. 이는 전시실 대관 심사를 원칙적으로 적용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와도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진흥원 관계자는 “1~2월에 대관 신청을 하면 거의 다 되지만, 대부분 하반기에 몰린다. 희망하는 날짜가 겹치면서 탈락하게 되고, 수시대관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 운영 조례는 운영위원들이 심의를 할 때 제척이나 기피 사유를 조항에 담고 있음에도 이를 어기고 심의를 하는 경우가 발생, 문제가 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 운영 조례는 운영위원들이 심의를 할 때 제척이나 기피 사유를 조항에 담고 있음에도 이를 어기고 심의를 하는 경우가 발생, 문제가 되고 있다. ⓒ미디어제주

대관 날짜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일반 사전대관’ 심사를 진행하는 운영위원회 위원들이 자신이 속한 단체의 대관심의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의 문제도 속출하고 있다. 운영위원들이 속한 단체의 심사는 기피하거나 회피해야 하지만 일부 운영위원들은 거리낌없이 심사에 참석하면서 문제를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운영위원들이 자신과 관련된 심사에 참석하는 건 문제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제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 운영 조례’는 심의위원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심의를 나열하고 있다. 조례의 운영위원회 설치 규정에 그같은 항목이 있다. 심의대상 행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나 심의대상 행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은 심의를 할 수 없도록 조례에 못박고 있다. 이런 내용이 있으나 스스로 회피하지 않으면서 ‘도덕적 해이’를 부르고 있다.

올해 대관 신청 접수는 지난 10월 18일 마감됐으며, 10월말 심사에 돌입한다. 운영위원들이 내년도 일반 사전대관 심의를 벌이면서 제척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자신이 관여된 단체의 전시를 심사할지 주목될 수밖에 없다. 주목되는 이유는 그 자체가 곧 조례 위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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