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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유일의 제주고사리삼 분포지,선흘곶자왈
지구상 유일의 제주고사리삼 분포지,선흘곶자왈
  •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 소장
  • 승인 2022.10.17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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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연의벗 생태환경 기획시리즈 2> 제주고사리삼과 선흘곶자왈 ①
연속기고=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 소장/제주자연의벗 전문위원

2001년, 세계 최초로 제주고사리삼이 제주에서 발견되었다. 제주고사리삼은 지구상에서 선흘곶자왈 일대에만 분포하는 특산속 식물로서(1속 1종)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 제주고사리삼은 선흘곶자왈 일대의 건습지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서만 발견된다. 그 이유는 제주고사리삼이 매우 까다롭고 독특한 지질적․생태적 조건을 갖고 있는 곳에서만 제한적으로 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제주고사리삼의 분포지인 선흘곶자왈 일대는 도내 곶자왈 중에서도 그동안 개발 사업이 가장 많이 이뤄진 곳 중의 하나이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제주고사리삼의 전수조사도 없었을 뿐더러 보호지역 지정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에도 선흘곶자왈을 개발하는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자연의벗은 지난 6월 창립총회 때 제주고사리삼을 공동대표로 선출하기도 했다. 제주자연의벗 생태환경 기획시리즈 연재 두 번째는 제주고사리삼을 주제로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세계 유일의 신속(new genus) ‘제주고사리삼’은 선흘곶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그만 관속식물은 왜 선흘곶이라고 하는 곶자왈의 제한된 공간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일까. 뭔가 특수한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리라. 곶자왈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우선 선흘곶의 화산지질학적 특징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흘곶을 만든 용암류는 약 9,000년 전에 인근 상류에 위치하고 있는 북오름에서 유출되었다. 당시 유출된 용암류는 마치 부챗꼴 모양으로 해안가로 넓게 펼쳐져 있다. 점성이 낮은 파호이호이(pahoehoe) 용암류이기 때문이다. 즉, 선흘곶이라고 하는 곶자왈 지형은 아아용암류가 아닌 파호이호이용암류(빌레 용암) 인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곶자왈은 아아용암류가 아니라 파호이호이 용암류에서도 만들어진다.

 

지구상에서 선흘곶자왈 일대에서만 발견되는 제주고사리삼. /사진=고승희
지구상에서 선흘곶자왈 일대에서만 발견되는 제주고사리삼. /사진=고승희

북오름 앞에 가보면 매우 평평한 자왈지(테역밭)에 물이 차박차박한 습지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제주에서 소위 ‘자왈’이라고 부르는 빌레의 가시덤불 지대인 것이다. 이곳에서 더 아래로 내려가면 동백동산의 울창한 숲으로 이어진다. 동백동산 쪽으로 가면서 습지는 줄어들고 울창한 숲이 형성되어 간다. 이런 곳이 제주고사리삼이 살기에 적합한 지형이다. 이곳에 토양은 거의 없다. 지하에는 용암 동굴들이 많이 분포한다. 4.3 유적으로 알려진 목시물굴, 도틀굴의 입구가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파호이호이 용암류는 특징적으로 용암동굴을 배태한다. 마치 무덤의 산같이 부풀어 오른 튜물러스(tumulus)가 곳곳에 눈에 띤다. 주변의 용암은 모두 깨져 있다.

 

선흘곶자왈 내 제주고사리삼 자생지. 제주고사리삼은 위 사진 같은 지질적‧생태적 조건을 가진 곳에서만 분포한다. /사진=고승희
선흘곶자왈 내 제주고사리삼 자생지. 제주고사리삼은 위 사진 같은 지질적‧생태적 조건을 가진 곳에서만 분포한다. /사진=고승희

용암 분출 당시로 돌아가 보자. 북오름의 말굽형 분화구를 통하여 시뻘건 용암류가 흘러나온다. 용암동굴을 만들며 용암류는 하류로 흘러가며 넓게 퍼진다. 용암 유출기간 동안에 용암류는 식어서 표면이 시꺼멓게 변하며 굳어진다. 아직도 지하에서는 용암동굴이라고 하는 공동을 통하여 용암이 흐르고 있다. 이런 용암의 흐름은 이미 굳어져 암석이 되어버린 지표면의 암석을 움직이게 만든다. 그래서 표면의 빌레 용암도 덩달아 깨지게 된다. 이렇게 하여 지금의 곶자왈 지형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백동산도 오래전에는 나무가 그렇게 울창한 지역이 아니었을 것이다. 점차 숲으로 변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왈에서 곶으로 변한 것이다. 동백동산의 숲 속 나무 사이에 일정 규모의 빈 공간이 있고 비가 오면 며칠간 습지가 형성되는 특수한 곳에서만 제주고사리삼은 살 수 있다. 인근에 숲으로 이어진 선흘곶에는 튜물러스 언덕으로 이루어진 동산에만 나무가 자란다. 그 옆 평지는 자왈이라고 부르는 평지의 연속이다. 제주고사리삼은 이렇게 버려진 땅, 선흘곶을 종의 피난처로 삼은 것이다.

1만년도 안된, 지질 시대적으로 매우 최근에 해당하는 시기는 고고학적으로 신석기 시대에 속한다. 화산섬 제주에서 마지막 화산분화활동은 이때부터 역사시대인 천 년 전까지 이어졌다. 해안가 평지에 중산간에서 분화한 오름 분화구에서 용암이 흘러 곶자왈이라는 화산지형을 만든 것이다. 최근에 분화했기 때문에 토양이 피복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곶자왈에는 토양이 거의 없다. 용암석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그래도 깨진 돌 틈 사이에서 나무는 자란다. 종의 피난처로서 곶자왈이 중요한 이유다.

곶자왈은 화산지형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거기에다가 숲이 형성되어 이렇게 다양한 식물종이 서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곶자왈은 오름이라고 하는 분석구에서 유출된 용암류 위에서 형성된다. 이곳 선흘곶과 같이 파호이호이 용암류일 경우에는 지하에 용암동굴을 만들기도 한다. 다시금 용암의 유출지인 오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오름에서 유출된 용암류는 지상에 곶자왈을, 지하에는 용암동굴을 만든 것이다. 이들은 모두 하나의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되었기 때문에 한 세트로 묶어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오름에 올라서 곶자왈과 용암동굴을 떠올려야 한다. 동굴 속을 걸으며, 곶자왈 숲 속을 걸으며 오름을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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