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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교실’은 기억이 담긴 공간으로, 기다림의 공간으로
‘빈 교실’은 기억이 담긴 공간으로, 기다림의 공간으로
  • 김형훈
  • 승인 2022.10.13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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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학교 공간을 찾아] <4> 화북초등학교

학교 공간이 바뀐다. 우리가 늘 생각하던 학교 공간의 틀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건 바로 권위적 형태를 지닌 건물의 변화를 말한다. 그런 변화가 가능해진 이유는 학교를 구성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바뀌고 있는 학교 공간을 <미디어제주> 지면을 빌어 소개한다. ‘바뀌는 학교 공간을 찾아’는 제목의 기획은 <제주교육소식>에도 실리고 있다. [편집자 주]


 

남은 교실을 ‘가치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켜

2개 교실 합쳐 ‘100년 기념 역사관’ 만들어

공간혁신사업으로 ‘나눔’이라는 공간도 창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학생수 감소. 곧 다가올 미래이다. 아니 벌써 그 충격은 다가왔다. 학생수 감소는 출산율 저하가 부르고 있는 현상의 하나이다. 1989년만 하더라도 제주도내 초등학교 학생수는 5만6876명에 달했다. 올해는 4만1628명이다. 강산이 3번 변하는 사이에 초등학교 학생수는 무려 1만5248명이나 줄었다. 비율로 따지면 26.8% 감소했다.

학생수 감소는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3년 후인 2025년 초등학생수는 3만836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3만명 수준으로 떨어지며, 2027년에 가면 3만4861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은 올해를 기점으로 학생수 증가는 없고, 꾸준히 감소만 예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수가 줄어든 초등학교는 어떤 풍경을 지닐까.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드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이건 교원 수급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단언하지 못한다. 학생수가 줄어든만큼 교원수도 줄게 된다면 효과를 얻지 못한다.

학교의 확실한 풍경의 하나는 ‘빈 교실’의 등장이다. 앞으로는 학생수 감소에 따른 빈 교실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풍경이 초등학교의 새 물결이 되고, 빈 교실이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제주시 동지역에서 동쪽 끝에 있는 화북초등학교. 이 학교도 학생수 감소를 겪고 있다. 화북초는 100년을 넘는 오랜 역사를 지녔다. 이 학교는 화북진성에 터를 잡았다가 4·3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화북초는 한때 40학급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를 지녔으나, 지금은 23학급으로 줄었다. 1980년대 후반에 진행된 도시개발(당시엔 ‘구획정리’라고 부름)은 화북초등학교를 커지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거로 동쪽에 새로운 주거단지가 만들어지고, 2000년대엔 삼화지구의 본격적인 개발로 화북초를 중심축으로 하던 도심은 ‘원도심’으로 변하고 만다. 결국 학생수는 줄고, 그에 따라서 남게 되는 빈 교실을 잘 활용하는 사업이 화북초의 새로운 과제가 됐다.

빈 교실을 적극 활용한 화북초 '100주년 기념 역사관'. 미디어제주
빈 교실을 적극 활용한 화북초 '100주년 기념 역사관'. ⓒ미디어제주

화북초는 그런 과제를 ‘100주년 기념 역사관’ 등으로 풀어냈다. 역사관은 학교 4층에 마련했고, 남아돌던 작은 교실 2개를 합쳐서 ‘100주년 기념 역사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작은 교실을 2개 합치다 보니, 100년의 긴 역사를 모두 담기에는 쉽지 않은 난관도 있었다. 이 문제는 작은 교실 중간에 곡선 모양의 동선 2개를 새로 만들면서 풀어냈다.

조윤하 화북초 교장은 “교실 2개를 덜어내고 천장을 막고 있던 재료도 모두 걷어냈다. 그러지 않으면 천장이 낮아서 답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장을 모두 덜어내니 날것을 그대로 볼 수 있다”면서 “디지털 추세이기에 상패를 빼고는 모두 디지털로 구축했다. 졸업생들도 가끔 찾아오고 다른 학교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러 오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화북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으로 문을 연 역사관은 늘 업데이트된다. 학교에서 보관하고 있던 1970년대 이후의 졸업앨범은 이 역사관에 모두 담겼고, 화북의 귀중한 역사도 여기에서 마주할 수 있다. 바로 ‘여분의 교실’을 활용한 덕이다.

화북초는 오랜 역사를 지녔으나, 병설유치원은 다른 학교보다 늦게 갖추게 된다. 화북초는 지난 2018학년도에 와서야 2개 학급의 병설유치원을 확보했다. 이 역시 ‘빈 교실’ 덕이다. 그런 교실이 없었더라면 화북초등학교의 빈 땅을 찾거나, 운동장의 일부를 점유하면서 병설유치원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화북초병설유치원은 본관 1층을 중심으로 서쪽에 놓여 있다. 초등생들의 이동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구성함으로써, 마치 ‘독립된 유치원’과 같은 효과를 주고 있다. 병설유치원 2개 학급의 가운데에 화장실을 배치해 유아들이 자유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학부모도 이용하고, 학생들도 자유롭게 이용하는 '나눔' 공간. ⓒ미디어제주
학부모도 이용하고, 학생들도 자유롭게 이용하는 '나눔' 공간. ⓒ미디어제주

화북초엔 또 하나의 눈여겨볼 공간이 있다. ‘나눔’이라는 이름을 단 공간으로, 학교공간혁신사업으로 탄생했다. 역시 빈 교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나눔’은 학교 건물 가장 동쪽에 있다. 화북초 동쪽은 후문이 자리를 잡고 있다. 화북초는 다른 학교와 달리 정문보다는 후문이 더 인기가 높다. 정문은 6차선 도로를 접하고 있는 반면, 후문은 주택단지와 가까운 곳이어서 학부모들은 정문보다는 후문을 더 선호한다. ‘나눔’은 이 점에 주안점을 뒀다.

‘나눔’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이질적인 특성이 한데 모여 있다. 학부모와 학생이라는 서로 다른 교육주체들이 이 공간을 함께 이용하면서도 따로 이용할 수도 있다. ‘나눔’ 공간 서쪽은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고, 동쪽은 학부모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꾸몄으나 그 경계는 어느순간 사라졌다. 동쪽 공간이든, 서쪽 공간이든 누구나 이용한다. 특히 ‘나눔’은 ‘기다림’의 공간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 갈 준비를 하는 학생들은 이 공간에서 대기한다.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도 이 공간에서 아이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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