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의 문화원형인 포구는 문화제랍니다”
“제주의 문화원형인 포구는 문화제랍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9.2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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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북동축제추진위, ‘제1회 화북, 포구문화제’ 개최
초등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어린이 해신제’ 봉행
“그동안 몰랐던 해신사와 해신제를 알게 됐어요”
올해 처음으로 열린 '화북, 포구문화제'에 어린이들이 해신제 제관으로 참여해 포구문화제의 의미를 더했다. 미디어제주
올해 처음으로 열린 '화북, 포구문화제'에 어린이들이 해신제 제관으로 참여해 포구문화제의 의미를 더했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는 육지와는 머나먼 곳이었다. 그래서 유배의 땅이기도 했다. 고전소설 <배비장전>에도 제주도는 멀고 먼 곳이면서 가기 힘든 곳임을 일깨운다. 배비장의 어머니는 아들이 제주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는 수로 천리, 육로 천리의 먼 길이니 제발 가지 말라”고 말리기까지 했다.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배비장 일행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제주에 내린다. 그곳은 화북이었다. 제주성과 가장 가까웠던 화북 포구는 제주성의 관문이었으며, 국문학의 백미였던 <배비장전>의 배경이었다. 이렇듯 포구는 세상 사람들이 제주와 인연을 맺는 곳이다.

제주도엔 수많은 포구가 있다. 고광민의 조사로는 162개라고 한다. 하지만 제주에 널린 포구는 본연의 색을 잃고 있다. 개발로 이전의 모습을 상실하기도, 기능도 사라지곤 한다. 어쩌면 제주의 문화원형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 곳이 포구일텐데, 좀 더 가치를 주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가치를 찾아보자는 행동이 화북에서 진행되고 있다.

조선시대 육지와 제주를 연결하는 관문의 한 곳이었던 화북. 23일과 24일 이틀간 ‘화북, 포구문화제’라는 이름을 단 행사가 화북동 일대에서 열렸다. 화북동이 주최하고, 화북동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한 포구문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행사로, 지금까지 전면에 드러나지 않던 ‘포구’를 문화제의 중심축으로 내세웠다.

특히 올해 포구문화제는 어른만의 축제가 아니라, 미래의 주역이 될 어린이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제주도 유일의 해신제는 매년 음력 1월 5일 화북포구에서 만날 수 있으며, ‘도제’로 봉행되고 있다. 그만큼 해신제는 가치를 지닌다. 포구문화제는 1월에 열리는 해신제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의미로,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해신제를 선보였다. 화북을 근거로 둔 화북초·동화초·삼화초·제주부설초 등 4개 학교 학생 8명이 제관으로 참여했다. 해신제가 무엇인지, 해신제를 여는 해신사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아이들에게 문화제의 의미를 새기기에 그만이었다.

어린이 해신제가 끝난 뒤 제관으로 참여한 어린이들이 부모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디어제주
어린이 해신제가 끝난 뒤 제관으로 참여한 어린이들이 부모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디어제주

“해신제라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이런 축제가 올해 처음이라는 게 너무 아쉬워요. 앞으로도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김지우 어린이·제주부설초 6)

“직접 제를 지내는 건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해신제라는 뜻을 알게 되어 너무 좋았어요.”(진서진 어린이·삼화초 6)

“해신제를 직접 해보니 너무 재밌었어요. 중학생이 되어서고 참여하고 싶어요.”(오상민 어린이·화북초 6)

“정말 유익했어요. 전에는 해신제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걸 알게 돼 좋았어요.”(김소진 어린이·동화초 6)

이처럼 어린이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가능해진 이유는 화북동축제추진위원회의 적극적인 노력과 학교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축제추진위원회는 포구문화제를 의미 있게 치러보자며, 화북에 있는 학교를 직접 찾아다니며 참여를 끌어냈다. 포구문화제를 구경하는 객체로서 참여가 아니라, ‘어린이 해신제’처럼 학생들이 문화제 주체로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텄다. 덕분에 아이들은 포구가 무엇인지, 문화제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던 역사문화제인 해신사와 해신제에 대한 의미도 새기는 포구문화제로 거듭났다.

제1화 화북, 포구문화제는 청소년 버스킹와 화북동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발표회 등도 곁들여졌다. 부대행사로 ‘보트타고 유적지 탐방’과 ‘깅이잡이·고망낚시’ 등의 참여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 이틀간 상설 프로그램으로는 진성쌓기, 전통 해녀복 입기 등도 마련됐다.

'화북, 포구문화제'는 다양한 체험행사도 함께 열렸다. 사진은 진성쌓기 체험한 참가자들. 미디어제주
'화북, 포구문화제'는 다양한 체험행사도 함께 열렸다. 사진은 진성쌓기 체험한 참가자들. ⓒ미디어제주

화북동주민자치위원장인 김충임 축제위원장은 “화북은 포구를 통해 다양한 문화교류가 일어났던 곳이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포구문화제 개최를 계기로 화북동 뿐아니라 다른 지역의 포구도 재조명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인규 화북동장은 “화북동이 추구하는 포구문화제 행사는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유일의 포구문화제가 됐으면 한다”며 “축제 평가를 통해 계속 다듬으면서 포구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지속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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