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태풍이 제주에 토한 쓰레기, 이를 줍는 손들은 오늘도 모인다
태풍이 제주에 토한 쓰레기, 이를 줍는 손들은 오늘도 모인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9.11 12: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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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기] ②대정읍 신도리 해안가
제11호 태풍 '힌남노' 지나간 뒤 대정읍 수많은 쓰레기
해안정화 활동, 70개 포대를 가득 채웠지만 쓰레기는 여전
폐목재 상당히 많아 ... 일부 쓰레기에선 기름 등이 흐르기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난 후인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의 모습. 이날 이 쓰레기들을 수거하기 위해 4명의 '디프다 제주' 인원이 이곳에 모였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난 후인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의 모습. 이날 이 쓰레기들을 수거하기 위해 4명의 '디프다 제주' 인원이 이곳에 모였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태풍이 가져오는 것은 비와 바람만이 아니다. 태풍이 몰고 온 비와 바람은 산과 들을 쓸어내고 바다를 뒤집으며 바다 속에 잠겨 있던 것을 끄집어낸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산과 들, 하천에 버렸던 수많은 쓰레기는 비바람에 쓸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밀려간다. 대개는 해안이다. 바다에 버려졌던 쓰레기들은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높은 파도에 바다 속에서 끄집어져 육지로 밀려온다. 이 역시 대개는 해안에 쌓인다. 수많은 쓰레기가 한 곳으로 모인다. 해안선을 따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제주의 상황도 비슷했다. 특히 태풍의 영향으로 제주에서 가장 강한 바람이 불었고, 많은 비가 쏟아졌던 제주 서남부의 상황이 그랬다. 여름철 조수의 영향으로 많은 쓰레기가 밀려드는 곳이지만, 태풍 ‘힌남노’는 바다가 지금껏 품고 있던 더욱 많은 쓰레기를 해안가로 토해내게 했다.

지난 8일, 제주도내 해양쓰레기  단체 ‘디프다 제주’ 4명의 인원이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 모였다. 해안도로에 서서 내려다본 해안가는 ‘처참하다’는 말 이외에 어떤 말로도 수식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이곳은 지난달 30일에도 4명의 ‘디프다 제주’ 인원이 모여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펼친 장소이기도 했다. 그 때의 활동이 무색할만큼, 바다는 많은 쓰레기를 토해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난 후인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의 모습.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난 후인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의 모습.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난 후인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의 모습.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난 후인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의 모습.

8일 늦은 오후였다. 해안도로에서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에 4명이 모여서 어떻게 쓰레기를 처리할지를 먼저 계획했다. 쓰레기의 양이 워낙많고 종류와 크기도 다양했다. 효율적으로 이곳의 쓰레기를 주워나가기 위해서는 계획이 필요했다.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해안가에 쌓여 있는 목재들을 먼저 치우고, 그 다음에 그 아래 깔려 있는 쓰레기들을 처리해 나가죠. 한 분은 목재가 적은 곳에서 다른 쓰레기 줍기부터 시작해주시고요.”

그 말처럼, 해안가에는 유독 많은 폐목재가 눈에 띄었다. 대부분이 상당한 크기의 목재들이었다. 못들이 박혀 있는 것들도 상당수였다. 이를 먼저 치우지 않으면 그 아래 깔려 있는 쓰레기들을 치우는 것이 힘들뿐더러, 못 등에 다칠 위험도 있었다. 3명의 인원이 목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다른 1명은 다른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수십개의 폐목재가 도로 한 켠에 쌓여 갔다. 그와 함께 폐목재 아래 깔려 있던 다른 쓰레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페트병과 스티로폼 조각들이 대부분이었다. 부표 등 어구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어선에서 버려졌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쓰레기들이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난 후인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의 한 해안에서 수거된 폐목재가 해안도로 한 켠에 쌓여 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난 후인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의 한 해안에서 수거된 폐목재가 해안도로 한 켠에 쌓여 있다.

각자가 40리터 포대 3~4개씩 들고 해안가로 내려갔다. 그 포대 하나를 채우는 데에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 수십개의 포대에 쓰레기가 가득찼다.

부피가 큰 쓰레기들을 포대에 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 조각들과 플라스틱 조각들이 문제였다. 해안은 바위 위로 가시덩굴들이 자라나 있었다. 잘게 부서진 쓰레기 조각들을 주으려 할 때마다, 일부 쓰레기들은 그 가시덩굴 속으로, 그리고 바위 틈으로 떨어져 들어갔다. 그렇게 떨어진 어떤 쓰레기들은 손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기도 했다. 손이 닿는 곳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울 때는 가시덩굴에 긁히기 일쑤였다.

“가시덩굴 때문에 쓰레기를 줍는게 쉽진 않네요.”

“네, 저도 많이 긁혔네요. 여기저기 상처가 좀 났어요.”

수없이 긁히고 찔리고. 이날 모인 이들은 쓰레기를 주으며 이렇게 영광의 상처를 얻어가기도 했다.

어떤 쓰레기들은 너무 오래 바다에 머물러 있었고 너무 오래 햇빛을 받기도 했다. 줍기 위해 손으로 움켜쥐는 순간 더욱 작은 조각들로 부서지기도 했다. 쓰레기를 줍는 손길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바위 틈에 끼어 있던 그물 조각과 밧줄도 잡아당기자 쉽게 끊어져 나왔다. 지나치게 오래 이곳에 방치돼 말 그대로 ‘삭아’버린 것이었다.

어떤 쓰레기에서는 짙은 검은색의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기름이었다. 기름은 바위 위로 흐르고 있었다. 기름이 흘러나오던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 말고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흘러나온 기름에 이 일대에서 살아가는 해양생물의 일부는 또 다른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난 후인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의 해안에 버려진 한 쓰레기에서 기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난 후인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의 해안에 버려진 한 쓰레기에서 기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일행들은 2시간 가깝게 쓰레기를 주웠다. 모인 쓰레기는 산더미처럼 쌓인 수십개의 폐목재들과 40리터 포대 65개, 80리터 포대 5개 등이었다. 여전히 많은 쓰레기가 남아 있었지만 해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준비해온 포대가 다 떨어졌다. 포대가 부족해 쓰레기 수거작업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쓰레기를 담은 이 포대를 행정당국에서 수거해 갈 수 있도록 해안도로 한 켠으로 옮기는 도중에, 일행 중 누군가 외쳤다. 바다에서 돌고래가 뛰고 있다고. 포대를 옮기던 이들 모두 잠시 멈추어 바다를 바라봤다. 족히 100여마리는 모인 듯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등지느러미를 보이며 헤엄치고 있었다. 어떤 돌고래들은 해안에 가깝게 헤엄을 치며 물 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그 돌고래들이 뛰어오를 때 서녁 하늘로 조금씩 해가 지고 있었다. 지던 해는 바다 위로 눈부신 빛을 던졌다. 돌고래들은 바다 위로 떨어진 그 햇빛 속에서 솟아올랐다.

일행들은 한 동안 남방큰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봤다. 2시간 동안 해안에서 쓰레기를 주운 것에 대한 눈부신 보상이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난 후인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단체 '디프다 제주'의 활동 이후 수거된 쓰레기가 해안도로 한 켠에 쌓여 있다. 이날 수거된 쓰레기는 폐목재 다수와 40리터 포대 65개, 80리터 포대 5개 분량이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난 후인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단체 '디프다 제주'의 활동 이후 수거된 쓰레기가 해안도로 한 켠에 쌓여 있다. 이날 수거된 쓰레기는 폐목재 다수와 40리터 포대 65개, 80리터 포대 5개 분량이었다.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디프다 제주'의 쓰레기 수거 활동이 이뤄지던 도중 남방큰돌고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돌고래들은 100여마리가 무리를 지어 헤엄을 치며 신도리 앞바다를 지나갔다.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디프다 제주'의 쓰레기 수거 활동이 이뤄지던 도중 남방큰돌고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돌고래들은 100여마리가 무리를 지어 헤엄을 치며 신도리 앞바다를 지나갔다.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디프다 제주'의 쓰레기 수거 활동이 이뤄지던 도중 남방큰돌고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돌고래들은 100여마리가 무리를 지어 헤엄을 치며 신도리 앞바다를 지나갔다.
지난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디프다 제주'의 쓰레기 수거 활동이 이뤄지던 도중 남방큰돌고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돌고래들은 100여마리가 무리를 지어 헤엄을 치며 신도리 앞바다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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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준 2022-09-11 13:01:15
헐... 수거하신 쓰레기를 네분이서 모으셨다는게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수거를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