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0:46 (금)
우리는 어리석은 행정의 결과물을 우도에서 본다
우리는 어리석은 행정의 결과물을 우도에서 본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9.01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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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톨칸이에서 이뤄지는 개발을 보며

온갖 개발 이뤄지는 우도는 본섬 축소판

톨칸이 일대 개발로 아름다운 계단 파괴

“불편해서 판석 깐다” 행정의 해명 웃겨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사라지면 모든 게 끝이다. 특히 자연에겐.
제주 동쪽에 있는 섬, 우도.
이정재와 전지현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시월애>를 찍을 때만 해도 우도는 ‘낭만’을 얘기했는데, 이젠 아니다. 조용한 우도가 아니라 복작임과 북적임은 일상이다. 그러고 보니 영화 <시월애>가 나온 지 꽤 되긴 했다.

우도를 찾는 사람도 많고, 차량으로 정신이 없다. 각종 형태의 전기차량이 오간다. 개발은 ‘진행중’이다. 하지 말라고 막아봐야 방법이 없다. 다들 개발에 눈을 부라리고 있다. 먹이를 기다리는 하이에나를 닮았다.

우도의 흉물이 된 집라인 구조물. 미디어제주
우도의 흉물이 된 집라인 구조물. ⓒ미디어제주

우도에 집라인을 세운다길래 하지 말랬더니 강행하더라. 집라인을 위한 철탑은 우도 경관을 해치는 흉물이 될테니 하지 말라는 게 주요 이유였다. 듣지 않고 결국 밀어붙였다. 결과는 어땠는가. 우도에 설치된 집라인 구조물은 현재 흉물로 남아 있다.

그뿐인가. 내수면에서 낚시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는데, 그 역시 마찬가지다. 우도 널린 곳이 낚시터인데, 내수면 낚시터는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무조건 자연을 파괴하며 만든다. 우도의 일상이다. 행정을 하는 이들은 수십억 원의 세금을 낭비하는 행위를 거리낌 없이 행한다.

해중전망대도 있다. 하지 말라는데 결국 사업을 따냈다. 또 다른 흉물로 등장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우도는 제주 본섬의 축소판이다. 제주도는 온갖 개발이 난무한다. 개발 현장이 눈에 보이는 곳도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형태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우도가 그렇다.

얼마 전엔 우도 사람들의 정서가 밴, 톨칸이 일대에 대한 공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톨칸이는 참 아름다운 곳이다. 우도에서 젊음을 누린 이들에겐 톨칸이는 그야말로 성지처럼 우도 사람들의 기억 한 곳을 차지한다.

톨칸이는 아주 커다란 몽돌이 군락을 이룬다. 파도에 깎이고 깎인 세월이 커다란 몽돌에 새겨 있다. 톨칸이에 다다르면 조심조심 걷는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몽돌 천지이기에 ‘조심조심’은 톨칸이에 들어선 이들의 자연스러운 몸짓이 된다.

톨칸이를 오가던 돌계단. 이제는 사라지고 없다. ⓒ미디어제주
톨칸이를 오가던 돌계단. 이제는 사라지고 없다. ⓒ미디어제주
우도 톨칸이는 커다란 몽돌이 사람을 맞는다. 여기서는 조심조심 걷는 게 일상이다. ⓒ미디어제주
우도 톨칸이는 커다란 몽돌이 사람을 맞는다. 여기서는 조심조심 걷는 게 일상이다. ⓒ미디어제주

톨칸이를 오가려면 아주 예쁜 계단을 걸어야 한다. 기자도 그 길을 걸어서 톨칸이를 오가곤 했다. 조심조심하면서. 그런데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행정이 톨칸이 공사를 하면서 아주 예쁜 돌계단을 없애버렸다고 한다. 톨칸이의 몽돌로 만든 계단인데, 수십 년 동안 아무런 불편 없이 쓰던 계단인데, 한순간에 사라졌다. 때문에 톨칸이로 내려가던 기억까지 사라졌다. 하소연할 곳도 없다.

행정은 사람들의 추억 없애는 일에는 일가견을 지녔다. 그냥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톨칸이에 대한 해명은 정말 웃기다. 제주시의 해명은 이랬다. “높낮이 차이 때문에 이용하는 데 불편이 있어 판석 계단으로 교체한다.”

말이 안 되는 해명이다. 계단만 그런 줄 아는가. 톨칸이 일대를 걸어보면 높낮이 차이가 다 난다. 행정의 해명이 그렇다면, 톨칸이를 잘 걸어 다닐 수 있게 톨칸이 일대를 판석으로 까는 게 정답이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지 않은가. 누구나 아름다운 자연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아름다운데, 우리 인간은 그걸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일을 저지른다. 안타깝게도 그런 어리석음의 결과물을 우린 우도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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