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북상에 가두리 파손 우려 ... 열흘 가량 수족관 생활
비봉이 상태,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 적응 상태 긍정적
[미디어 제주 고원상 기자] 야생적응 훈련을 하고 있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다시 수족관으로 돌아갔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의 북상에 따라 야생적응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1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서귀포시 색달동에 있는 퍼시픽리솜 내의 수족관 시설로 다시 돌아갔다.
이번 이송은 태풍 힌남노의 북상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다. 태풍 힌남노는 현재 ‘초강력’의 강도를 가진 채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해상을 지나고 있다. ‘초강력’은 초속 54m 이상의 바람을 동반한 태풍을 말한다. 이와 같은 강도의 바람은 건물을 부술 수 있을 정도다.
태풍은 이후 다음달 1일 오후 오키나와 남남서쪽 약 460km 부근 해상까지 남하한 뒤 경로를 틀어 북상, 제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태풍의 강도가 다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매우 강’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매우 강은 초속 44m 이상 55m 이하의 강풍이 부는 정도다. 이 정도의 바람은 사람과 돌이 날아갈 정도의 수준이다.
이와 같은 강도의 태풍이 북상함에 따라 비봉이 방류 협의체 및 기술위원회에는 비상이 걸렸다. 비봉이가 머물러 있는 야생 훈련용 가두리가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두리가 파손될 경우 파손된 가두리에 비봉이가 상처를 입거나 가두리 그물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외에도 비봉이의 야생 적응 훈련에 악영향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우려가 나오면서 방류 협의체 및 기술위원회는 지난 29일 전문가들과 긴급 회의를 갖고 비봉이를 수족관으로 재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비봉이는 당분간 수족관에서 먹기 사냥 훈련 등 야생 적응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아울러 수족관에서 전문 수의사들로부터 검사를 받으면서 건강상태 등도 모니터링될 예정이다.
비봉이가 다시 가두리 시설로 돌아가기까지는 약 열흘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지나간 후 야생 훈련용 가두리를 보수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영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은 “태풍으로 인해 비봉이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잠시지만 다시 수족관으로 보내게 됐다”며 “해양수산부는 앞으로도 비봉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방류협의체 및 기술위원회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야생 적응훈련 등 방류 준비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비봉이의 상태는 현재 양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봉이는 수족관에 남아 있던 마지막 제주 남방큰돌고래로 지난 4일 퍼시픽리솜에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 있는 가두리시설로 옮겨진 후 야생적응 훈련을 받고 있다. 그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도리에서 비봉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비봉이의 유영 상태 및 먹이 활동 등에서 긍정적인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공동대표는 “태풍 때문에 비봉이를 수족관으로 옮기는 상황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현재까지의 전반적인 지표는 좋은 상태”라며 “야생 돌고래 무리와의 교감도 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31일) 아침에도 가두리 주변에서 남방큰돌고래 15마리 정도가 헤엄치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