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7곳‧서귀포시 1곳 등 8개 법인 포함 97개 농업법인 확인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규모화된 농업경영체 육성을 위해 도입된 농업법인 제도가 부동산 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제주 지역에서도 정작 영농활동은 하지 않은 채 부동산 매매로만 수익을 올린 농업법인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농업법인 관리 및 지원제도 운영실태’ 관련 감사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이번 감사에서는 지난 2018년 1월 1월 1일부터 2021년 7월 31일까지 기간 중 농지 매매로 1억 원 이상 차익을 얻은 전국 476개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사업 범위를 벗어나 부동산 매매업을 영위하고 있는지 점검이 이뤄졌다.
이 중 농업 관련 매출이 없이 농지 등 부동산 매매로 인한 수익만 있어 부동산 매매업만 영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272개 농업법인을 감사 대상으로 최종 선정해 분석한 결과 농지 투기로 확인된 사례는 97개 농업법인이 확인됐다.
특히 이 중에는 제주시 7곳, 서귀포시 1곳 등 8개 법인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에 있는 A농업회사법인의 경우 법인세 신고 내역을 보면 2018년 23억6950만원, 2019년 2억9643만원 등 26억6593만원의 부동산 거래로 인한 수익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까지 3년간 매출 총손익도 부동산 거래 수익과 같은 금액이었다. 3년 동안 영농활동은 없었고 부동산 거래로 인한 수익만 있었다는 얘기다.
A법인의 등기상 주요 목적을 보면 ‘농업‧축산업‧임업의 경영, 종묘 생산 및 종균 배양사업’으로 적시돼 있다. 하지만 정작 3년간 26억원의 수익은 모두 부동산 거래로 인한 차익이었다.
제주시 B영농조합법인과 C농업회사법인도 비슷한 경우다.
B법인의 경우 법인 등기상의 주요사업 목적은 ‘농수축산업의 경영, 농수축산물의 공동 출하‧가공 및 수출‧수입업’으로 명시돼 있고 C법인은 ‘농산물의 유통‧가공‧판매, 농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 대행’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법인세 신고 내역을 보면 B법인은 2018년 2843만원, 2020년 8억730만원 등 8억3573만원의 부동산 거래이익만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C법인도 2018년 3억3753만원, 2019년 3429만원, 2020년 2억7270만원 등 3년간 부동산 거래이익이 64억4525만원에 달했다.
또 감사원이 파악한 ‘부동산 매매업을 영위한 농업법인의 관할 지자체별 농지거래 총괄 명세’ 자료 내용을 보면 제주시에서는 8개 농업법인이 13필지(1만5886㎡)의 농지를 33억7300만원에 취득, 69억2400만원에 매도해 35억5000만원 상당의 차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귀포시에서도 5개 농업법인이 농지 8필지(1만8465㎡)를 34억1300만원에 취득한 후 49억1600만원에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지 취득‧매매로 15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법률에서 정한 사업 범위를 벗어나 부동산 매매업을 영위한 농업법인에 대해 위반 정도에 따라 법인 해산 등을 청구하도록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다만 제주도가 지난 2015년 농지 기능 강화 업무처리 지침을 제정, 운영하면서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이 감소한 데 대해서는 모범 사례로 평가되기도 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 매매를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농업법인을 설립‧운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농어업경영체법에 농업법인의 임원 결격사유를 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