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5:01 (화)
규정 어긴 남방큰돌고래 선박관광 확인 ... 문제는 더 있다?
규정 어긴 남방큰돌고래 선박관광 확인 ... 문제는 더 있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8.12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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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 위한 토론회 열려
생태지킴이 운영 결과 규정 미준수 선박 확인
"비공식 관광선박도 많아 ... 돌고래 출생률 등에 악영향"
지난달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목격된 남방큰돌고래 무리.
지난달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목격된 남방큰돌고래 무리.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내 환경단체는 물론 드라마 등에서도 지적받고 있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대상으로 한 선박관광과 관련, 각종 지침이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조사 결과 확인됐다.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지난 11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수족관에 남아 있는 고래류 등의 해양동물 복지를 개선하고 해양동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부터 해양동물 보호 및 서식처 훼손 방지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해양환경공단 황인서 처장은 ‘제주남방큰돌고래 생태지킴이 운영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남방큰돌고래 생태지킴이는 돌고래 선박관광의 활성화로 인해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선박관광 운영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제도다.

해수부 추천 3명과 제주도 추천 1명, 시민단체 추천 1명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된 지킴이들이 선박관광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한 각종 홍보활동을 펼치고 실제 선박에 탑승해 가이드라인이 지켜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주된 활동이다.

제주에서는 현재 모두 5곳의 업체에서 돌고래 선박관광을 진행하고 있다. 대정읍에서 3개 업체, 구좌읍 1개 업체, 서귀포시 중문동 1개 업체 등이다. 생태지킴이들은 이 중 대정읍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3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점검활동을 했다. 이외에 해양환경공단 자체 점검도 병행됐다.

황 처장이 발표한 점검활동 결과에 따르면 3개의 업체 중 특히 1개의 업체에서 규정이 준수되지 않는 사례들이 나타났다.

도내 한 돌고래 관광선박이 돌고래에게 매우 근접해 있는 모습. /사진=핫핑크돌핀스.
도내 한 돌고래 관광선박이 돌고래에게 매우 근접해 있는 모습. /사진=핫핑크돌핀스.

돌고래 관광선박은 2017년 마련된 ‘남방큰돌고래 관찰가이드’에 따라 돌고래에게서 50m 이상 접근하면 안된다. 선박의 속력도 줄여야 한다. 이번 점검에서  50m 접근 금지 등은 많은 경우 지켜졌지만 한 업체의 선박이 돌고래에 가깝게 다가가 선수파 타기를 유도하는 것이 확인됐다. 선수파 타기는 선박이 운항할 때 배의 앞쪽에서 생기는 물살에서 돌고래들이 헤엄을 치는 것을 말한다.

선수파 타기를 유도한다는 것은 선박이 돌고래에게 가깝게 다가가 규정된 속도 이상으로 운항을 한다는 것으로 규정 미준수에 해당한다. 이 업체의 경우는 이 선수파 타기 유도 이외에의 경우에도 돌고래에 가깝게 접근하고 속도를 높여 운항했다. 

이와 같은 문제는 도내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 등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던 부분이다. 이번 해양환경공단의 조사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확인이 된 셈이다. 

그 외에도 조사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일부 승객들이 돌고래에게 물건을 투척하는 행위들이 확인됐다. 아울러 대부분의 관광선박에서 일부 승객들이 돌고래들에게 더욱 접근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황 처장은 이런 점들을 지적하며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생태지킴이 활동을 더욱 활성화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과 관람객들의 관람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역시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의 장수진 박사는 '돌고래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공식 선박관광 업체가 아닌 ‘비공식’ 업체의 선박관광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장 박사는 “돌고래를 관찰하다보면 돌고래에 다가가는 선박들이 많다”며 “기존에 등록된 업체만이 아니라 일반 레져선박이라던가 제트스키 등도 돌고래가 보이면 가까이 다가가서 돌고래들을 관찰한다. 이런 선박들이 해수부의 가이드 등을 지키는지는 파악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 박사는 그러면서 이날 돌고래에 가까이 다가가는 일반 레저보트와 제트스키 등을 찍은 사진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외 이런 선박들에 의해 상처를 입은 돌고래들의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남방큰돌고래에 근접해 있는 제트스키와 '비공식' 돌고래 관광선박./사진=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남방큰돌고래에 근접해 있는 제트스키와 '비공식' 돌고래 관광선박./사진=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관광선박과 제트스키 등에 의해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남방큰돌고래의 모습. /사진=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관광선박과 제트스키 등에 의해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남방큰돌고래의 모습. /사진=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장 박사는 또 선박관광이 돌고래의 건강 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자신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관광선박이 돌고래에게 300m 이내로 접근했을 때 먹이활동 횟수나 시간 등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박사는 “이런 것이 계속 누적되다보면 돌고래들의 먹이활동에 문제가 생겨 건강에 악영향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 관광선박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하루종일 돌고래들 주변으로 선박들이 머물러 있는 것이 관찰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면 돌고래들의 출생률 감소나 사망률 증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와 같은 선박관광의 문제점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최근 방영된 회차에서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 배우는 “선박관광은 돌고래의 개체 수를 감소시킨다”며 “지느러미가 다칠 수도 있고 스트레스 때문에 출산율이 낮아지기도 한다. 업체들은 관광을 빙자해 멸종위기 동물을 학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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