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주변, '도로침수 우려지역' 다수 분포
공사 시 불투수층 증가, "동홍천 범람으로 인한 피해도 우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최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한 비 피해 소식에 전국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기후위기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대책 없이 도시의 불투수층을 키운 행정의 무책임함을 탓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다를 바 없다. 아니, 어쩌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행정이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 이 사업은 서귀포시 동홍동에서 서홍동을 가로지르는 대규모 도로개발 사업이다. 길이는 총 4.2km, 폭은 35m, 왕복 6차로를 만든다.
문제는 도로예정지의 위와 아래로 ‘도로침수 우려지역’이 존재한다는 것.
제주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정 및 관리하는 서귀포시 관내 20개 도로침수 우려지역 중 2개소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예정지의 위와 아래로 각각 존재한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자.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예정지 상류 지역에 위치하는 중산간동로(동홍동 1904-6 일원)는 도로침수 우려지역이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예정지 하류 지역에 위치하는 태평로(이중섭 주차장 앞 일원) 역시 도로침수 우려지역이다.
제주의 침수 재해는 도로, 건물, 비닐하우스 등 불투수층이 증가한 난개발 상황과 맞물려 있다. 특히 아스팔트로 매립된 도로는 일종의 ‘빗물길’이 되어 침수 피해를 일으킨다. 제주의 상류 지역에 내린 비가 도로를 타고 삽시간에 불어나 주변 마을이나 경작지에까지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의 상류와 하류 도로변은 이미 침수 위험이 큰 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그런데도 불투수 면적을 더 넓히겠다는 계획. 이것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의 맨 얼굴이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생기면,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잔디광장과 소나무숲이 사라진다. 도심 지역에 몇 남지 않은 녹지와 투수층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변 지역의 침수 위험은 자연적으로 증가할 테다.
한편, 사업예정지에는 맹꽁이 서식지가 존재한다. 이에 환경부가 맹꽁이 보호 및 서식지 보전대책을 제주도에 요구한 상태다. 이밖에도 공사 도중 신석기 문화재가 출토되며 문화재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1일 제주도는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하천재해 위험지구’에 '동홍천'이 포함된다. "경사가 급한 하천의 중류부 구간이 홍수 시 급류를 형성해 인명 및 재산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용역진은 '자연재해 위험'에 대한 대책으로 △복개된 하천 구간을 원상 복귀시키고, △하천의 폭을 확장하는 등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 쪽에선 자연재해를 우려하며 불투수층 제거사업을 계획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선 불투수층을 넓히는 도로공사를 진행한다. 각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될 뿐더러, 막대한 혈세 낭비다.
문제는 끝이 아니다.
대규모 도로가 생기면, 그 주변으로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개발이 시작된다. 실제 도로계획이 가시화된 이후, 도로예정지 주변에는 아파트준설공사가 시작됐다. 이렇게 불투수층은 차차 증가할 테고, 이곳 지역의 재해위험 수준 또한 커질 가능성이 크다.
매년 폭우, 태풍 시기마다 들리는 비 피해, 침수 피해 소식들. 그중 상당수는 ‘자연재해’보다는 ‘인재’에 가깝다. 깨닫고 나면 너무 늦을 터인데, 행정은 왜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