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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역사의 정방향을 향한 거부할 수 없는 몸짓"
"제주4.3, 역사의 정방향을 향한 거부할 수 없는 몸짓"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2.07.27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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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4.3국제네트워크', 27일 창립식 갖고 공식 출범
이택광 교수 "피해 보상운동을 넘어 새로운 역사기술법 문제로 접근 필요"
27일 오후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열린  ‘4.3 진실과 정의를 위한 국제포럼 – 제주4.3 국제운동의 진단과 과제’에서 이택광 경희대 교수가 ‘전후 태평양 시대 미국과 제주4.3’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27일 오후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열린 ‘4.3 진실과 정의를 위한 국제포럼 – 제주4.3 국제운동의 진단과 과제’에서 이택광 경희대 교수가 ‘전후 태평양 시대 미국과 제주4.3’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 4.3의 국제화와 세대 전승, 4.3 당시 미 군정의 책임 등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해 미국과 대만,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활동중인 민간단체들이 참여하는 연대기구가 공식 발족됐다.

27일 오후 2시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창립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4.3국제네트워크’(이하 4.3국제네트워크)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4.3의 정신을 세계에 공유하고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적인 연대활동을 전개하겠다”는 다짐을 피력했다.

국제연대의 첫 발을 뗀 4.3국제네트워크가 제주4.3의 또 다른 내일을 밝히는 날줄과 씨줄이 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창립선언문에서는 제주4.3을 “해방 이후 한반도의 운명을 강대국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 민중들이 스스로 개척하려 했던 정의로운 역사”라고 규정했다.

특히 이날 4.3국제네트워크 출범식이 열린 7월 27일이 69년 전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이라는 점을 들어 “돌아보면 제주4.3은 분단으로 귀결된 남쪽만의 단독선거, 단독정부를 거부하고 스스로 해방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역사의 정뱡향을 향한 거부할 수 없는 몸짓이었다”며 스스로 4.3 정명(正名 ) 운동의 불씨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면면히 이어져온 4.3의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과 민간 차원의 4.3 연대운동을 되짚어보기도 했다.

이에 이날 공식 출범한 제주4.3국제네트워크에 대해 ‘제주4.3의 국제적 조직과의 연대와 협력을 향한 또 다른 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우리는 각 국가와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4.3운동의 방식과 내용을 존중하면서 오늘 출범을 계기로 연대와 협력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출범식에 이어 진행된 ‘4.3 진실과 정의를 위한 국제포럼 – 제주4.3 국제운동의 진단과 과제’에서는 이택광 경희대 교수가 ‘전후 태평양 시대 미국과 제주4.3’ 발제를 통해 “제주4.3을 국제적 사건으로 담론화하려면 우선 협소한 국내 정치의 한계를 넘어 보편적인 학술담론 형성을 위한 합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이와 함께 “제주4.3 피해에 대한 보상운동을 넘어 새로운 역사기술법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특히 제주4.3을 통해 전후 체제를 새롭게 규정하고 새로운 국제질서의 전망을 도출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개된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미 형성돼 있는 국제운동과 연대를 통해 의제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이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했다고 자처하면서 정작 일본 제국주의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부분을 짚어낸 것이었다.

한편 4.3국제네트워크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범국민위원회,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를 비롯해 재일본제주4·3사건희생자유족회, 재미4·3기념사업·유족회, 대만제주4·3동지회, 제주4·3을생각하는모임(유럽)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일본 4·3단체들도 추가 참여를 논의 중이다.

오광현 오광현 재일본제주4·3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일본에서도 매해 4·3 위령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4·3위령비도 설치되는 등 확고한 위치를 잡아가고 있다”면서 “오늘 4·3국제네트워크 창립을 계기로 제주, 서울과의 연대만 아닌 일본, 미국, 대만, 유럽까지 4·3의 이름으로 연대의 폭을 넓혀나가자”고 제안했다.

오영훈 지사는 영상 축사를 통해 “제주도민들은 냉전과 분단 참극을 넘어 평화와 인권의 정신으로 4·3을 극복해 왔으며, 이러한 제주도민의 발자취는 세계 역사에도 선명하게 기록돼야 한다”면서 “오늘 출범하는 4·3네트워크가 세계사 속에서 4·3의 진실과 정의를 찾아가는 데 앞장서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양수연 재미4·3기념사업·유족회장은 “우리는 국제적인 협력과 연대를 통한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4·3의 정신을 세계에 공유하고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적인 연대활동을 해나가자”고 밝혔다.

4·3 국제네트워크는 이날 창립식을 계기로 ▲제주4·3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포럼 및 다음세대를 위한 4·3 교류사업 ▲미군정에 대한 4·3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국제연대 사업 ▲'국제 평화를 위한 연대활동' 등의 사업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다음은 4.3국제네트워크 창립선언문 전문.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4·3국제네트워크 창립선언문

오늘 우리는 국제적인 협력과 연대를 통한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이 자리에 모여 창립을 선언한다.

제주도민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제주4·3은 74년 전 제주 섬에서 일어났지만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세계지도를 펼친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는 해방의 함성이 가시기도 전에 강대국들 간 또 다른 전쟁터였다. 제주4·3은 해방 이후 한반도의 운명을 강대국들의 결정하는 것이 아닌 제주민중들 스스로 개척하려했던 정의로운 역사이기도 하다.

특히 오늘 7월 27일은 69년 전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이다. 이날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의 포성은 잠시 멈추었지만 남과 북의 분단은 고착화됐고, 평화가 아닌 대결과 갈등의 동굴 속을 여전히 지나고 있다.

돌아보면 제주4·3은 분단으로 귀결된 남쪽만의 단독 선거, 단독 정부를 거부하고 스스로의 해방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역사의 정방향을 향한 거부할 수 없는 몸짓이었다.

그동안의 진실과 정의를 향한 4·3의 여정은 가만히 앉아서 이뤄진 것은 없다. 제주4·3단체들과 시민사회의 헌신적인 연구와 운동, 4·3유족들의 노력은 4·3특별법 제정, 정부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 대통령의 사과로 이어졌다. 모두의 노력이 뒷받침된 4·3 특별법 개정은 정부차원의 보상과 군사재판 직권재심이라는 역사의 진전을 이뤄냈다.

제주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4·3의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한국에서 4·3의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시기였던 7∼80년대 4·3 진실규명을 위한 목소리가 일본에서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유족회만이 아닌 다음세대를 위한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유족회가 결성돼 활동하고 있으며, 대만에서도 4.3동지회라는 이름으로 작지만 의미있는 걸음을 시작하고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 국제사회에서 4·3의 진실규명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4·3 70주년을 기점으로 민간차원의 4·3연대운동은 미국정부와 국제연합을 향한 4·3에 대한 진실과 책임을 요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 등,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을 찾아 다양한 활동을 펼친 바 있다.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회 이승만의 날 저지운동, 국제연합 과거사 특보 방한 대응, 제네바 국제연합 인권이사회 대응,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4·3공동서한문 채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해 왔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오늘 출범하는 제주4·3국제네트워크는 제주4·3의 국제적 조직과의 연대와 협력을 향한 또 다른 진전이다. 우리는 각 국가와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4·3운동의 방식과 내용을 존중하면서 오늘 출범을 계기로 연대와 협력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

4·3에 대한 국제교류를 비롯해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4·3 당시 미군정의 책임 등에 대한 진실규명과 사과를 이끌어 낼 것이다. 4·3의 정신을 세계에 공유하고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적인 연대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계절의 봄은 스스로 찾아오지만, 역사의 봄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의 연대를 향한 발자욱은 제주4·3의 또 다른 내일을 밝히는 날줄과 씨줄이 될 것이다.

우리는 불의에 저항했던 4·3의 정신을 평화와 인권의 꽃으로 피워 낼 것이며, 다음세대로 이어가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2022년 7월 27일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4·3 국제네트워크

제주4·3희생자유족회/(사)제주4·3범국민위원회/재일본제주4·3사건희생자유족회/재미4·3기념사업·유족회/(사)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제주도4·3사건을생각하는모임도쿄(확인필요)/제주4·3을생각하는모임-오사카(26일 최종 확인)/대만제주4·3동지회/제주4·3을생각하는유럽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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