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제주4.3연구소 "검찰, 희생자 재심 발목잡기 그만하라"
제주4.3연구소 "검찰, 희생자 재심 발목잡기 그만하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7.26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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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을 상징하는 동백꽃.
제주4.3을 상징하는 동백꽃.

2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3희생자 특별재심 심문기일 후,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가 검찰에 비판 입장을 밝혔다.

제주4.3연구소는 26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은 4.3희생자 재심 발목잡기를 그만하라”며 이제는 4.3희생자 제외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 요구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4.3당시 일명 무장대 등 활동 경력이 있거나, 그러한 경력이 의심되는 사람은 4.3희생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특별재심 개시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이에 제주4.3연구소는 “이번 기회에 2001년 9월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4‧3 희생자 배제 기준의 틀을 과감하게 손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4‧3중앙위원회는 ‘4.3 희생자 제외 대상’을 “△4·3 발발에 직접 책임이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간부 △군·경의 진압에 주도적·적극적으로 대항한 무장대 수괴급 등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 자 등으로 규정한 바 있다.

제주4.3연구소는 위 규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그만한 증거자료가 있어야 한다 주장한다. ‘4.3희생자 제외 대상’ 행위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제주4.3연구소는 “4.3중앙위원회는 희생자 결정 기준을 전향적으로 개선하라” 요구함과 동시에 검찰에는 “희생자 명예회복에 진정으로 겅감하는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검찰은 4‧3 희생자 재심 발목잡기 그만하라
-4‧3희생자 제외 기준 변경을 요구한다-

2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3 희생자에 대한 특별재심을 지켜본 우리는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오늘 열린 재판은 지난 12일 검찰이 4‧3 희생자 4명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례적으로 ‘추가 심문’을 요구해 열린 재판이었다.

우리는 지난 12일 검찰이 추가 심문을 요구하자 4‧3 전문가들도 전혀 볼 수 없었던 자료를 가지고, 헌재 기준에 맞는지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검찰이 내놓은 자료는 총리실 산하 제주4‧3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의 희생자 심의 결정 당시의 자료 이상도 이하도 아닐 정도로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출처도 불분명했다. 일부 재심 대상자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도 틀렸다. 재판 과정에서 내놓은 자료는 부실했고, 중앙위원회의 희생자 결정을 존중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검찰의 4‧3 희생자 결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발목잡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제주4‧3특별법의 취지는 그동안 감춰졌던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명예회복을 통해 국민화합과 인권 신장에 이바지 하는 것이다. 도민사회와 유족들은 화해와 상생, 포용을 언급하고 있다.

검찰은 더 이상 4‧3 희생자들의 재심 사건에 발목잡기를 그만해야 한다. ‘사상검증을 한다는 비판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재판부의 발언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2001년 9월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4‧3 희생자 배제 기준의 틀을 과감하게 손 볼 것을 요구한다. 4‧3중앙위원회는 그 기준에 따라 ‘희생자 제외 대상’을 “△4·3 발발에 직접 책임이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간부 △군·경의 진압에 주도적·적극적으로 대항한 무장대 수괴급 등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 자로서, 현재 우리의 헌법체제 하에서 보호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희생자의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되, 이 경우 그러한 행위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증거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검찰의 이른바 ‘사상검증’ 논란도 헌재의 기준에서 비롯됐다. 그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4‧3특별법을 위헌이라고 하는 자들의 위헌 청구소송으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소송을 제기한 그들이 누구인가. 제주도민에 대한 반인륜적, 패륜적 악행과 무차별적 학살이 누구에 의해 자행됐는가. 4‧3 진압에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군 인사, 악명 높은 서청 출신들도 소송 당사자였다. 4·3 당시 무고한 제주도민들에 대해 법적 절차 없이 반인륜적 학살을 감행한 군·경, 서청의 지도부도 똑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자들이 아닌가.

검찰은 이날 “재심 개시가 불허된다면 해당 피고인과 유족에는 아쉬운 일”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아쉬운 일’이 아니라 70여년 이상 움츠리고, 동굴 속에 살던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나 다름없다. 또한 그 후손들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내년이면 4‧3 75주년이 된다. 20년 전 정부의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만들어진 희생자 제외 기준은 바꿔야 한다. 시대는 변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진행되고 보상금 지급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유독 4‧3 희생자 결정 기준만 바뀌지 않았다. 그들이 청구한 소송의 그늘 속에서 언제까지 4·3으로 제주도민이 신음해야 하는가. 4‧3은 역사로 전진하고 있다. 왜 역사의 발걸음을 뒷걸음치게 하는가. 시간은 유족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유족들 가운데는 80이 넘은 유족들도 있다. 우리는 75주년이 오기 전에 이런 논란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거듭 요구한다.

4‧3 중앙위원회는 희생자 결정 기준을 전향적으로 개선하라.

검찰은 희생자 명예회복에 진정으로 공감하는 자세를 보여라.

 

2022년 7월 26일
(사)제주4‧3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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