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3-02-04 08:53 (토)
학생들의 의지가 담뿍 담긴 ‘핫 플레이스’
학생들의 의지가 담뿍 담긴 ‘핫 플레이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7.26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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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학교 공간을 찾아] <1> 한림여중

학교 공간이 바뀐다. 우리가 늘 생각하던 학교 공간의 틀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건 바로 권위적 형태를 지닌 건물의 변화를 말한다. 그런 변화가 가능해진 이유는 학교를 구성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바뀌고 있는 학교 공간을 <미디어제주> 지면을 빌어 소개한다. ‘바뀌는 학교 공간을 찾아는 제목의 기획은 <제주교육소식>에도 실리고 있다. [편집자 주]

학교공간혁신사업으로 ‘플레이스 또똣’ 탄생

학생 참여형 설계…학부모들 대상 설명회도

학생들은 이 공간을 통해 SNS 소통하기도

학교공간혁신사업으로 다시 태어난 한림여중의 '플레이스 또똣'. 미디어제주
학교공간혁신사업으로 다시 태어난 한림여중의 '플레이스 또똣'.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건축공간을 보면 시대를 읽을 수 있다. 중앙 현관을 두고 회랑처럼 양 날개로 뻗은 교실. 그게 일제강점기 이후 이어온 학교 건축의 ‘정형’이다. 이젠 그런 모습은 차츰 사라지고 있다. 학교 공간은 자유가 넘치고, 학교 운영자들은 구성원의 핵심인 학생들의 생각을 반영하려 한다. 그러고 보면 미스 반 데 로에(1886~1969)가 이야기한 “건축은 공간에 표현된 시대의 의견이다”는 말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SNS가 대세인 시대. 누구나 핫 플레이스를 찾아 셀카를 찍고, SNS에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을 올린다. 젊은이들의 자연스런 몸짓이다. 한림여중 학생들은 그런 몸짓을 교내에서 하곤 한다. 굳이 먼거리를 내달리며 핫 플레이스를 찾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바로 이 학교엔 ‘플레이스 또똣’이라는 핫 플레이스가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플레이스 또똣’은 이름에서 장소성이 풍긴다. ‘또똣’은 따뜻함을 이야기하는 제주어로, 아이들이 많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임을 이름에서 단박에 알게 만든다.

‘플레이스 또똣’은 학교공간혁신사업으로 살아난 공간이다. 한림여중 이현주 교사를 중심으로 학생들과 “내가 학교 공간을 바꾸는 주인공”이라는 이름으로 ‘체인지 메이커’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학교 공간을 변화시키는 일도 해버린다. 한림여중 학생들에게 바꾸고 싶은 공간을 물었더니 90% 이상의 학생들이 지목한 곳은 지금의 ‘플레이스 또똣’이다. 예전의 ‘플레이스 또똣’은 한림여중의 상징적 공간인 ‘꿈비디광장’이었다. 그러나 ‘꿈과 비전이 있는 디자인’을 담는다는 꿈비디광장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해왔다.

‘덜컥’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꿈비디광장을 바꾸겠다며 신청한 학교공간혁신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된다. ‘덜컥’이라고 표현했지만, 준비가 되었기에 그 사업도 따올 수 있었다. 체인지 메이커 프로그램을 해온 이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플레이스 또똣’은 학교 공간을 쓸 학생들의 의견이 압축된 곳이다. 바꿔야 할 공간으로 지목했던 이들이 학생이며, 학생들은 설계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변화를 주도했다. 학생들은 ‘플레이스 또똣’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 오정헌(건축사사무소 오)과 머리를 맞대고 ‘플레이스 또똣’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했다. 학생과 함께 변화 일선에 서 있던 이현주 교사는 공간 변화 과정을 다음처럼 설명했다.

“오정헌 건축가와 아이들이랑 6차례 건축 교육을 했어요. 나중엔 졸업생과 학부모들도 모시고 공간혁신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고요.”

기존에 있던 은행나무를 살려 공간을 만들었다. 미디어제주
기존에 있던 은행나무를 살려 공간을 만들었다. ⓒ미디어제주

참여형 설계임을 엿볼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플레이스 또똣’은 쉬는 공간이면서 공연도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모든 걸 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하나를 더 요구했다. “포토존을 만들어달라”는 의견이 들어왔다. 마침 오정헌 건축가와 협력하던 디자인팀이 있었고, 도서관 건물 바깥벽을 활용, 디자인 요소를 집어넣었다. ‘플레이스 또똣’이 오롯이 새겨진 벽면은 “우리는 당신에게 따뜻한(또똣한) 마음을 줍니다.(We give you warm hearts.)”는 글귀도 있다. 한림여중 아이들은 곧잘 이 공간을 통해 SNS와 소통하곤 한다.

‘플레이스 또똣’은 두 그루의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데크를 깔아서 학생들이 다양하게 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학교 벽면이랑 붙어 있는 벤치도 있고, 콘크리트 의자에 앉아도 좋다.

‘플레이스 또똣’은 지난해 문을 열었고, ‘2021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프로젝트’ 우수상도 받았다. 졸업 영상을 찍을 때는 당연히 들러야 하는 필수코스이기도 하다. 그런 공간이 학생들만의 공간은 아니다. 학교 공간이 모두의 공간도 될 수 있음을 ‘플레이스 또똣’은 이야기한다. 이현주 교사의 이야기를 더 들어본다.

“여기서 독서교육도 잘 되죠. 우리 행사만 하는 건 아닙니다. 학부모들도 오셔서 날씨가 좋으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한림여중은 스마트학교로 선정되면서 모든 공간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플레이스 또똣’은 학생들의 힘으로 바꾼 공간이기에 살려달라고 했어요.”

한림여중 '플레이스 또똣'은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미디어제주
한림여중 '플레이스 또똣'은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미디어제주

새로운 공간변혁인 스마트학교. 모든 공간이 달라지지만 ‘플레이스 또똣’은 남는다. 이현주 교사의 말처럼 학생들의 힘으로 바꾼 공간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공간의 힘을 느낀다. ‘플레이스 또똣’은 공간의 힘이 무한함을 일깨운다. ‘플레이스 또똣’은 방과 후엔 외부인들에게도 열린 공간이다. 다만 그 공간을 사랑한다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가을엔 책 한 권을 들고 ‘플레이스 또똣’을 찾아야겠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아래에서 노란 낙엽의 벗이 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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