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중3의 고민 “주거 마련이 걱정입니다”
추자도 중3의 고민 “주거 마련이 걱정입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7.0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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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운영위 아이들을 만나다
올해 5월 열린 청소년정책제안 대회에서 대상 받아
추자·우도 지역 청소년 위한 주거 지원 정책 내놓아
등대전망대에서 바라본 추자도 상추자 모습. 미디어제주
등대전망대에서 바라본 추자도 상추자 모습. ⓒ미디어제주

 

육지나 본섬 등으로 ‘강제 유학’을 떠나야 해
가정 형편 되지 않으면 고교 진학 꿈에 불과
후배 위해서라도 제안 내용이 꼭 이뤄졌으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섬이라고 다 같지 않다. 눈에 보일 듯 잡히는 섬이 있고, 오랜 시간을 들여야 마주할 수 있는 섬이 있다. 추자도는 후자에 속한다. 지금은 배편이 예전보다 나아졌음에도 파도가 조금이라도 거세면 배편은 끊긴다. 하루에 오갈 수 있는 섬은 됐으나 불시에 발이 묶일 수 있다. 추자도는 그런 섬이다.

이 섬엔 고등학교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중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강제 유학’을 해야 한다. 모든 건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한다. 때문에 추자에 사는 아이들은 뭍에 있는 아이들이나, 제주 본섬에 사는 아이들과 다른 생각을 한다. 고교 진학에 대한 걱정에다, 주거 마련 걱정도 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어른은 없다. 어른이라고 해봐야 전적으로 부모 혹은 조부모의 몫일 뿐이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정은 고교 진학이라는 ‘강제 유학’을 꿈꾸지 못한다. 검정고시를 치르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집값 마련에 따른 부담을 이길 수 없어서다.

추자 아이들은 그런 고민을 함께해보자며 얼마 전에 정책제안을 내놓았다. 그들이 낸 정책제안은 청소년의 달인 올해 5월에 열린 ‘2022 제주특별자치도 청소년 정책제안대회’에서 대상이라는 타이들로 다가왔다. 그들의 정첵제안은 ‘섬(추자·우도) 청소년들의 안전한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주거 마련 지원 정책, 高! GO!’였다. 말 그대로 ‘고등학교(高)’를 ‘가보자(GO)’는 아주 순수한 몸부림이다.

정책제안을 낸 아이들은 추자중학교 3학년 6명이다. 이한나, 이지호, 김나영, 박성진, 박석현, 김민석 등 6명으로 모두 같은 반이다. 더구나 이들 6명이 추자중 3학년 전부이다. 특히 이들은 추자청소년문화의집 푸름청소년운영위원회 소속이기도 하다. 같은 반이면서, 중3 전부이면서, 청소년문화의집 활동도 함께한다. 이들은 정책제안 대회에 참가하며 부쩍 성장했다. 제안에 대한 고민도 하고, 그들의 제안이 타당한지 알아보는 활동도 가졌다.

대상을 받은 정책제안을 낸 아이들이 궁금했다. 기자라는 직업이 발동을 걸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태풍이 온다길래 일정은 취소되었다가, 태풍 소멸 소식이 들리며 예정대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모든 아이들이 추자청소년문화의집에 와줬다. 시험 기간이라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준 아이들이 고맙다.

아이들은 왜 이런 정책제안을 내놓았을까.

“섬 지역에 살다 보니 고등학교를 가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선배님들의 어려운 상황을 듣게 되었고, 저희도 내년이면 부모님을 떠나 제주나 육지로 유학을 가야 해요.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집을 구해야 합니다. 기숙사를 들어가도 주말에는 나와야 하고, 집을 구하지 못한 아이들은 친척집이나 친구집을 떠돌며 생활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큰 정책이지만 도전을 해봤습니다. 지금 당장은 실현되기 어렵겠지만 앞으로 섬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지호)

이번 정책제안은 나영이라는 친구가 발표했다. 제안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달라고 하자, 다음처럼 이야기한다.

“우리가 내놓은 정책제안은 추자도와 우도의 청소년들이 주거지원을 받아서 안전하게 지내고, 부모님들의 고충도 해소하자는 겁니다. 도서 지역의 어려운 형편에 있는 청소년들의 복지도 개선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건 바로 청소년들이 누려야 할 권리보장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푸름’ 이름으로 참가한 정책제안 대회에서 대상이라는 타이들을 딸 수 있을지 기대는 했을까.

“참여하는 의미로 시작했습니다. 주거 제안정책이 너무 큰 제안이라서 ‘대상’ 수상이라고 했을 때는 믿기지 않았고, 너무 큰 상을 줘서 가슴 뭉클하고, 뿌듯했어요.” (한나)

추자중 3학년 아이들. 이들 모두 추자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운영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추자중 3학년 아이들. 이들 모두 추자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운영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아이들이 제안한 내용은 좋지만 정책에 반영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에 대한 생각도 들어봤다.

“너무 큰 제안이라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지원정책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민석)

좋은 제안은 묵히지 말고, 활용되는 게 답이다. 현실화시키려면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청소년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제주도나 도교육청에서 도서 지역의 아이들이 의무교육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고, 우리의 제안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합니다.” (나영)

추자도에 사는 아이들은 또다른 고민도 있을 듯하다. 그들이 지난 또다른 고민을 들어봤다.

“교통수단 불편입니다. 파도가 높으면 배편이 결항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다리를 놓을 수도 없고, 해저터널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아요. 여기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교육적·문화적 혜택도 많지 않습니다. 추자에서 청소년들이 문화적으로 활동할 공간은 추자청소년문화의집 밖엔 없습니다. 다양한 체험학습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석현)

다양한 문화활동을 접하고 싶지만 모든 게 제약돼 있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추자청소년문화의집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추자청소년문화의집 운영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얻는 것은 뭐가 있을까.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갑니다. 학교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면서 경험과 지식을 쌓고 자신감과 리더십도 배워요. 요즘 환경오염이 심각한데, 우리들은 추자지킴이가 되어 환경정활동도 하고, 지역을 아름답게 꾸미는 벽화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참여하면서 협동하며 지내는 곳. 우리 청소년들을 위한 유일한 문화적 공간이 바로 추자청소년문화의집입니다.” (성진)

아이들과의 짧은 만남. 시험을 앞둔 아이들을 더 붙잡기 미안했다. 위안이라면 현실의 문제를 타개해보려는 몸부림이다. 6명의 아이들이 낸 정책제안이 언젠가는 새로운 정책으로 반영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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