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서 수거된 해양쓰레기, 지난해 2만2000톤
바다거북, 해양쓰레기 먹이로 오해 … 수거된 거북 속에서 쓰레기 다수
쓰레기 구분하는 고래도 먹이 섭취 과정서 쓰레기 먹게 돼
제주바다는 안녕할까? 물음에 대한 답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늘어나는 해양쓰레기에 해양동물들은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고 각종 레저활동에 고통을 받는 동물들도 늘어난다. 가속화되는 오염에 연안생태계 역시 악영향을 받고 있다. 제주바다를 뛰노는 남방큰돌고래들의 삶도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지적과 증거들이 꾸준히 이어진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제주바다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년에 걸쳐 쌓인 상처들이 보인다. 이 상처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더 많은 이들이 제주바다의 상처를 치유해주길 바라본다.<편집자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10여마리의 바다거북들이 해변에서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바다에서의 생활에 알맞게 변형된 물갈퀴로 힘껏 해변의 모래를 밀어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이 거북들은 바다로 나가 자유롭게 헤엄을 치며 앞으로 수십년 이상 그들의 삶을 이어나갈 것이었다.
이들의 주변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바다거북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환호를 보내고 “힘내라”라고 외치고 있었다. 바다로 나아가는 일부 바다거북의 등 위에는 위치파악을 위한 GPS 장치가 달려 있었다.
제주도와 해양수산부 등이 함께 좌초된 후 구조 및 치료되거나 인공증식한 바다거북을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행사의 풍경이다. 매년 서귀포시 중문색달해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2018년의 행사는 좀더 기억될만했다.
그 해 8월 모두 13마리의 바다거북이 중문색달해변을 통해 바다로 나아갔다. 아마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바다에서 자유롭게 해엄을 치며 삶을 살아갈 바다거북을 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의 응원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 한 마리는 바다로 나아간지 불과 11일만에 부산 기장 앞바다에서 다시 땅 위로 올라왔다. 바다에서의 시간을 제대로 가져보기도 전이었다. 그 거북이 다시 땅으로 올라왔을 때, 거북은 더 이상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이 바다거북의 부검 결과 바다거북의 뱃속에선 200여개가 넘는 쓰레기가 나왔다. 삼다수 페트병 라벨과 사탕포장지 등의 비닐 조각 쓰레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그물 조각도 있었다. 제주 앞바다에서 헤엄을 치기 시작한지 11일, 이 거북이 마주한 것은 먹이가 아니라 수많은 쓰레기들이었다. 도대체 제주 바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해양수산부에서 운영하는 해양환경정보포털에 따르면 제주도 일대 해양쓰레기는 지난 10년간 큰 폭으로 늘어왔다. 2012년 제주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모두 1만145톤이었다. 그러부터 10년이 지나는 동안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두 배로 늘어 지난해에는 2만2082톤이 기록됐다.
이렇게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대부분 해안에서 나왔다. 2만2082톤의 93%에 달하는 2만472톤이 해안가에서 수거됐다. 바다 위를 떠다니던 부유쓰레기는 469톤이 수거됐고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침적쓰레기는 512톤이 수거됐다.
이 쓰레기들은 말그대로 ‘수거된’ 쓰레기들이다. 바다 위나 바다 속에 비해 월등히 쉬운 해안가에서 더 많은 쓰레기가 수거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해안에서 수거된 쓰레기가 더 많다고 해서 바다 속보다 해안가에 쓰레기가 더 많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오히려 침적 쓰레기가 더욱 많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해양쓰레기와 해양생물에 대해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인하대 김태원 교수는 “바다로 쓸려가거나 바다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는 대부분 바닥에 가라앉는다”며 “그 수가 엄청나고, 그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썩지 않고 남아 있게 된다. 1980년대에 출시된 라면봉지가 40년동안 바다를 떠돌다가 수거된 사례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바다거북에게 이렇게 떠다니거나 가라앉은 쓰레기들은 충분히 먹이로 오해될 수 있다. 김태원 교수는 “거북이 비닐봉지를 먹이인 해파리로 오해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제시된 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실험 결과 플라스틱 및 비닐류를 해파리와 구분하지 못하는 거북이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하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제주대에서 해양생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김병엽 교수 역시 바다거북이 비닐과 먹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김병엽 교수는 “거북은 사물의 구분이 힘들어서 비닐 등을 해조류나 해파리로 오해해서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면 바닥에 가라앉은 낚시줄이라던가 각종 쓰레기들을 해조류와 같이 먹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해양쓰레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주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되는 거북의 수도 상당하다. 김병엽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2019년 22마리, 2020년 17마리, 지난해에는 30마리가 발견됐다. 올해는 벌써 13마리가 발견됐다.
김병엽 교수는 "발견됐을 당시 부패가 심해서 부검을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10마리 정도의 사체를 부검해본 결과 쓰레기와 더불어 미세플라스틱과 미세비닐 등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래도 이 쓰레기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김병엽 교수는 “고래는 먹이와 쓰레기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지만 먹이를 먹다가 쓰레기를 같이 먹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김태원 교수는 2019년 12월22일 제주 앞바다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참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고래의 사인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한 부검에 참여했던 김태원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고래 안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수염에서부터 위장까지 45개 정도가 발견됐다. 이 고래는 어린 개체로 파악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 많은 쓰레기들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기사는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