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동굴 문화재지정구역 지반 무너지는데... "대책은 없다고?"
용천동굴 문화재지정구역 지반 무너지는데... "대책은 없다고?"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5.25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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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면을 보다] 제주세계자연유산의 위기6.

용천동굴 위 삼거리 교차로, 차량 통행 등으로 동굴 훼손 우려
실제 지반 무너짐 사례 포착... 행정은 "문제 없다" 방치 중

월정리 용천동굴 위 지반 무너지는데... "5년 째 방치 중"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천연기념물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용천동굴 위 지반 일부가 움푹 꺼지며 무너지고 있다. 특히 지반 뿐만 아니라 동굴 내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데, 행정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미디어제주>는 최근 월정리 지역의 문화재 관리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역 주민 및 전문가와 함께 여러 차례 현장 답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던 중 만장굴입구 삼거리 도로 옆, 용천동굴 문화재지정구역의 지반이 내려앉아 땅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현장을 발견했다. 아래 모습이다.

무너진 지반의 모습.

지면이 훼손된 현장의 위치는 용천동굴이 지나는 구간에 해당한다. 실제 동굴 속 탐사가 불가능해 오차범위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용천동굴의 위치와 지반이 내려앉은 위치는 거의 일치한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자.

지반이 무너진 현장을 노란색 별표로 표시했다. 붉은 선으로 구불구불 표시된 선은 용천동굴의 위치를 의미한다.

문제의 현장은 삼거리 교차로가 위치하는 길목에 있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일주도로 옆이며, 제주 지역 특성상 화물차량 통행량 또한 많은 곳이다. 이에 단순 지반 상층부 무너짐을 넘어, 내부 동굴 및 생성물 훼손까지 우려되는 상황.

용천동굴을 보전, 관리할 책임이 있는 행정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측은 위 지반 무너짐 현상이 용천동굴과 무관하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제주세계유산본부 관계자(이하 ‘관계자’)에 따르면, 행정은 해당 위치의 지반 무너짐 현상을 2018년 인지했다. 당시 전문가를 대동해 현장을 살핀 결과, 무너진 곳은 “용천동굴과는 관계가 없다”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무너진 지반 내부 모습. 내부가 어두워 화질이 고르지 못하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무너진 지반은 용암에 흐르며 만들어진 단순한 빈 공간일 뿐, 동굴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여야 동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관계자는 지반이 일부 무너진 이 같은 광경은 월정 지역에서 드물지 않은, 다수 포착되는 현상이라 말하기도 했다. 주변 밭 등에서도 이처럼 지반이 무너지는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며, 동굴과 무관한 흔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도로 아래 동굴 존재, 훼손 우려 제기되나 "대책은 전무"

하지만 월정리 주민들은 이 같은 행정의 해명을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반 무너짐이 잦은 지역이라면,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혹은 운전을 하다가 땅이 푹 꺼지는 현상을 겪게 된다면? 이는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반이 무너진 교차로 부근에는 "세계자연유산 동굴이 위치하니 서행하라" 등의 기본적인 표지판조차 존재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주민 의견에 <미디어제주>는 다른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행정의 말처럼 정말 ‘월정리 지역의 지반 침하 현상’이 안전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물었다.

이에 제주지질연구소 강순석 소장은 “(월정리 용천동굴) 이 주변이 다 빌레 용암지대다. 그런데 만장굴입구 삼거리 도로를 용천동굴이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은 큰 문제”라고 답했다.

특히 관계자의 말처럼, 지반이 무너지는 사례가 월정 지역에서 흔히 일어나는 중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보행자와 차량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강 소장은 “동굴 위 도로가 지나가기 때문에, 동굴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도로 위 통행 차량에 의해 지반이 흔들리고, 용천동굴은 내부에는 금이 갈 것 아닌가”라며 “도로 자체를 옮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위에 트럭 같은 화물차량이 지나가면, 동굴 내부는 다 금이 갈 수밖에 없다”면서 “용천동굴은 소중한 세계자연유산인데, 이렇게 방치해두면 안 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강 소장의 우려는 사실 과거에도 제기된 바 있다. 2017년 2월 21일 한국동굴학회와 제주도동굴연구소가 공동 주관으로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제주도 개발과 동굴 붕괴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며, 문제를 다룬 것이다.

당시 세미나에서는 용천동굴의 10개 지점 상층부가 도로와 교차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동굴 일부가 함몰되거나 낙반이 발생하는 등 훼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만장굴은 9개 지점, 벵뒤굴은 2개 지점이 도로 위에 있어 천장의 붕괴나 파괴 등 동굴 일부 구간이 훼손 단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용천동굴 위 지반이 무너지는 까닭은 뭘까.

행정은 이를 “무거운 화물차량 등이 무단 주차를 하며 지반이 가라앉은 것”으로 본다.

관계자에 따르면, 행정은 2018년 해당 사실을 인지한 후, 차량 진입을 금지하기 위해 경계석을 쌓았다. 그리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지반 침하를 방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8년 이후 상황은 어떨까? 행정이 노력한 만큼, 더 이상의 지반 침하는 없었을까? 아니다. 오히려 지반 침하는 심해졌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다음 위성지도를 통해 살펴본 지반 침하 현장. 시간이 갈수록 침하 수준이 심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반 침하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이자 용천동굴이 지나는 곳에 교차로가 존재하는 현실. 지금도 해당 도로에는 수많은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이로 인한 동굴 훼손이 우려되지만, 대책은 전무하다.

이에 용천동굴하류등재전국서명운동위원회 김은아 위원장은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마을 월정리의 보물, 용천동굴에 대한 관리,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행정의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기사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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