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 평소처럼 라이딩을 즐기던 중 마주 오는 차를 피하려다 자전거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떨어지며 무릎을 심하게 부딪혔는데, 통증 때문에 걷기가 힘들고 무릎이 부어올라 병원을 가보니 슬개골에 골절이 발생했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수술 없이 깁스로 고정해도 회복이 가능한 정도지만, 평소 운동을 즐겨 하고 회사도 다녀야 하니 수술을 받는 게 좋겠다고 한다. 슬개골 골절, 꼭 수술을 해야 할까?
슬개골 골절은 A씨처럼 스포츠를 즐기는 분들에게 간혹 발생하는 부상입니다. 무릎의 앞 쪽을 만져보면 납작하고 동그란 뼈가 만져지시죠? 이 뼈가 슬개골입니다. 무릎을 보호하고, 허벅지 앞 쪽의 대퇴사두근, 다리 아래 뼈인 경골로 이어진 슬개건과의 협동작용에서 마치 도르래와 같은 역할을 해서 무릎관절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슬개골은 얇은 피부 아래 위치해 손상을 입기 쉬운 부위 중 하나로, 교통사고나 A씨의 경우처럼 무릎부터 땅에 떨어지는 추락 등으로 인해 무릎 앞쪽에 직접 강한 힘이 가해질 때 골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슬개골에 붙어있는 근육이 강한 힘으로 잡아당기는 간접적인 작용에 의해 골절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무릎을 과도하게 굽히거나 움직였을 때 슬개골 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외에 고령, 폐경기 여성 등 뼈가 약한 상태인 분들은 미끄러져 넘어진다거나 하는 비교적 작은 충격으로 슬개골 부상을 입기도 합니다.
슬개골 골절이 발생하면 통증이 매우 심합니다. 무릎을 펴거나 구부리기 어렵고, 제대로 서기도 힘듭니다. 부상 직후부터 부종이 나타나며, 골절 부위를 손으로 눌렀을 때 통증이 더욱 심하고 눌린 부위가 함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슬개골 골절이 의심되면 함부로 무릎을 움직이려고 하지 말고, 가능한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A씨와 마찬가지로 많은 슬개골 골절 환자분들이 수술을 꼭 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데요. 수술 여부는 부상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부러진 뼈가 원래 위치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것을 전위라고 하는데, 전위가 일정 수준 미만이면서 무릎이 움직이는 기전에 문제가 없다면 석고 고정 등 보존적 치료로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심하게 손상됐거나, 기전에 문제가 발생했거나 전위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뼈의 위치를 정밀하게 바로 잡고 금속 내고정물로 고정하는데요. 이후에 고정물을 제거하는 수술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환자분들 중에 수술을 하는 것보다 비수술 치료가 좋은 게 아닌지 묻는 분들도 있습니다. 수술을 하면 비수술 치료에 비해 부서진 뼈를 정확한 위치에 고정할 수 있고, 골유합이 되는 속도도 빨라지므로 일상생활을 빠르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면 의료진과 의논해 수술에 따른 득실과 환자의 나이, 생활 패턴, 전반적인 건강상태 등을 판단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또한 비수술 치료든 수술이든 골절 후 재활에 힘써야 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만약 재활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면 주위 근육의 근력이 약화되고, 외상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연골 손상과 슬개골 유착 등에 의해 무릎관절이 굳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운동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부상 정도, 뼈가 회복되는 속도, 통증을 느끼는 정도가 모두 다르므로, 다른 환자의 사례들을 보며 조급해하기보다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근력 향상과 기능 회복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가장 좋은 것은 가능한 골절을 입지 않는 것입니다. 부지불식간에 발생하는 사고를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운동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보호구를 바르게 착용하고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는 것, 무리한 동작은 삼가는 것 등으로 슬개골 부상을 예방하시기 바랍니다.
김성찬의 무릎클리닉
김성찬 칼럼니스트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제주대학교병원 인턴 및 레지던트 수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슬관절 임상강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스포츠의학 임상강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임상 자문의
現 한국병원 관절척추센터 정형외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