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책을 접하자 집안 풍경이 달라졌어요”
“엄마들이 책을 접하자 집안 풍경이 달라졌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4.22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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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중 엄마들의 책을 읽고 책 만드는 동아리 ‘찬들’
지난해 <엄마의 이름으로...> 펴내고 올해도 곧 출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돌아가신 아버지는 유품으로 말한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엄마의 모습은 늘 안타깝다. 금이는 엄마의 이름이다. 서울에 사는 언니는 물을 건너 제주로 가끔 선물을 보낸다. 캔버스화 종류의 신발을. 그러고 보니, 우린 ‘가족’이다.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어도.

가족에 대한 기억은 생산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정작 남기질 못했다. 머릿속에 기억으로만 남아 있고, 곧잘 사라진다. 아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라는 좋은 기기가 있어 열심히 셔터를 눌러댄다. 사라질 기억을 붙잡는 방법이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다.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과 글은 세상과의 교유가 없었다. ‘찬들’이라는 학부모독서동아리가 있기 전까지는.

찬들은 고산중 학교도서관 이름이면서, 학부모와 교사가 어우러진 독서동아리 이름이기도 하다. 독서라고 하니,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어깨를 짓누를 것 같지만 찬들은 그런 부담이 없다. 독후감을 써오라고 닦달하지 않는다. 책을 서서히 접하고, 한 장 두 장 읽어가며 책과 친해지면 된다. 찬들은 대신, 동아리 회원들에게 책을 만들 의무감을 준다. 전혀 어렵지 않은 의무감이다. 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꺼내고, 글로 써내려 가면 된다. 그게 책이 된다. 찬들은 지난해 <엄마의 이름으로 살다>라는 책도 내놓았다. 책을 만들어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기에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찬들동아리 회원들. 고산리에 있는 신수카페에 모여 책 이야기를 한다. 미디어제주
찬들동아리 회원들. 고산리에 있는 신수카페에 모여 책 이야기를 한다. ⓒ미디어제주

<엄마의 이름으로 살다>는 포토에세이를 닮았다. 기억 속의 아빠를 소환했고, 엄마의 모습도 기록으로 남겼다. 아이들과 제주도 곳곳을 다닌 흔적도 물론 있다. 찬들 동아리회원들은 책을 만들며 달라진 자신을 발견했다. 동아리회원은 지난해 6명에서 올해는 10명으로 늘었다. 반강제적(?)으로 참가했다가, 사라진 감성을 소환한 회원도 있다. 박미란 회원의 경우다.

“반 억지로 시작을 했고, 별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억지로라도 책을 읽을 시간대를 만들고, 책을 읽기 시작하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책을 읽은 느낌을 쓰고, 사진도 찍어서 올리기 시작하니까 감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것들이 생기고, 활력도 일어나요. 어딜 가더라도 관찰하는 습관도 생기고요.”

찬들 동아리 활동은 고산중 김난숙 교사의 강렬한 의지와 학부모들의 열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김난숙 교사는 저녁 시간대에 고산리에 사는 찬들 회원들과 마주하기를 즐긴다. 읽을 책을 서로 소개하기도 하고, <엄마의 이름으로 살다> 후속작 이야기도 한다. 책을 접하면서 그동안 아이에게 대했던 미안한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윤정 회원은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강제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애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직접 책을 읽어보니 쉽지 않은데, 아이들에게 강제로 읽으라고 했으니까요. 그게 너무 미안했어요.”

찬들 동아리 회원들은 말한다. 책을 접하면서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도 달라졌다고. 책을 읽는 엄마의 모습은 이젠 익숙하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읽을 책을 권하는 새로운 풍경도 집안에 만들어졌다. 남편의 칭찬은 이젠 덤이다. 책이 가져온 집안의 풍경은 이처럼 즐겁다.

고산중학교 엄마들이랑 찬들 동아리로 활동하는 김난숙 교사는 전에도 독서동아리를 구성했다가 ‘반짝’하며 완성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찬들은 다르다. 김난숙 교사는 지속성있게 찬들을 꾸려갈 생각이다. 김 교사가 책을 들고나온 이유는 있다.

“고산은 부모님들이 어디 가보려고 해도 박물관도 미술관도 문화센터도 없어요. 그래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읽지 않더라도 많이 사들이고 쌓아두라고 했거든요. 게중에 언젠가는 읽을 책이 나오잖아요.”

언젠가는 읽힐 책. 고산중은 읽힐 책을 부모들에게 선물한다. 차곡차곡 쌓인 ‘읽지 않은 책’은 하나 둘 ‘읽은 책’으로 바뀐다. 엄마가 서서히 변하니, 아이도 변하고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

고산중 학부모동아리 찬들이 지난해 펴낸 '엄마의 이름으로 살다'. 미디어제주
고산중 학부모동아리 찬들이 지난해 펴낸 '엄마의 이름으로 살다'. ⓒ미디어제주

찬들은 지난해 ‘엄마’의 이름을 걸고 책을 냈다면, 올해는 다른 이름을 걸었다. 바로 ‘소녀’이다. 엄마는 뭔가 해야 하는 의무감을 지녔다면, 소녀는 다르다. 소녀는 감성을 안고 있다. 찬들 활동을 하며 책을 읽었더니 엄마였던 회원들은 언제부터인가 소녀의 감성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엄마의 이름으로 살다> 후속작은 <소녀시대>로 정했다. 설렌다. 곧 나올 감성가득한 <소녀시대>의 모습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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