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3:21 (금)
“4.3 때 제주사람들은 아름다운 이들이었습니다”
“4.3 때 제주사람들은 아름다운 이들이었습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4.15 09: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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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신 김미희 작가 그림책 <동백꽃이 툭,>

4.3 때 스러져간 제주사람을 동백꽃으로 표현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피었다’로 승화시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남쪽 나라엔 동백꽃이 핀다. 동백꽃의 학명에 든 ‘카멜리아’는 필리핀에서 활동했던 선교사와 연이 닿는다. ‘카멜리아’는 17세기 말 필리핀에서 활동했던 요제프 카멜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니, 정말 동백꽃은 남쪽 나라의 꽃임은 분명하다. 물론 남쪽 나라인 제주에도 동백꽃은 널렸다.

제 몸을 통째로 불사르는 동백꽃은 여느 꽃과는 다른 삶을 산다. 우리 눈에 흔히 보이는 꽃은 작은 망울에서 출발해 꽃을 활짝 피워내고, 꽃잎을 하나씩 흩날리며 삶을 마감한다. 동백꽃은 그러지 않고, 통째로 떨어지는 통꽃이다.

통꽃인 동백꽃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보았는가. 통꽃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본 적은 있는가. 무거운 꽃잎 전체를 달고 땅으로 떨어지려면 “툭~”하는 소리를 내야 할 듯싶다. 동백꽃을 내놓아야 하는 가지에서도 ‘툭’하는 장면이 보이고, 땅에 떨어질 때도 ‘툭’하는 소리가 들린다.

강요배 화백의 작품은 ‘툭’ 소리가 들리는 동백꽃을 잘 설명한다. 그의 작품 ‘동백꽃 지다’는 통꽃으로 낙하하는 동백꽃의 장면을 아무 말 없이 설명한다. 통꽃을 내놓는 동백의 가지는 어떤 기분일까. 동백꽃은 낙화하며 무슨 생각을 할까.

개인적으로 잘 아는 제주 출신 김미희 작가가 최근에 내놓은 작품이 있다. <동백꽃이 툭,>(김미희 글, 정인성·천복주 그림)이라는 그림책이다. <동백꽃이 툭,>이라는 제목의 ‘툭’ 뒤에 쉼표를 찍어 통꽃의 떨어짐이 더 느껴진다.

3월에 받은 그 책을 4.3에 맞춰 쓰렸는데 게으름 탓에, 그만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래도 4.3이라는 시계는 흔들림없이 갈 길을 간다. 늦게 쓰는 이유에 대해 “4.3은 4월 3일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다”며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동백꽃은 가톨릭에서 순교자에 비유를 한다고 한다.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 시점에 제 몸을 불사르니 순교자와 다르지 않다. 선연한 아름다움을 가진 동백꽃은 너무 붉은 탓에 피비린내의 ‘선혈’이라는 단어와도 멀지 않다.

눈 쌓인 산, 발자국들이 엉켜 있던 곳에


둑,


- <동백꽃이 툭,> 중에서

무차별적인 학살에 희생된 제주사람들의 모습을 동백꽃과 함께 보여준다.
무차별적인 학살에 희생된 제주사람들의 모습을 동백꽃과 함께 보여준다.

택이 아버지, 식이 큰형님, 찬이 할아버지, 철이 어머니, 숙이 할머니, 그리고 수많은 제주 사람들. 스러져갔다. 무차별적인 소탕 작전에 김미희 작가의 표현처럼 “후두둑”하며 스러졌다. 수만 송이의 통꽃은 그렇게 제주 섬을 채웠다. 얼마나 붉었을까. 통꽃은 차가운 바람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제 모습을 밝히고, 눈을 맞으면 더더욱 붉은 빛을 띄웠다.

<동백꽃이 툭,>은 4.3 때 사라졌던 제주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림책 <동백꽃이 툭,>은 국가폭력의 현장에서 희생된 제주사람들을 ‘툭’하며 떨어지는 동백꽃으로 말한다. 제주사람들은 힘없이, 동백꽃처럼 ‘툭’하며 떨어졌으나, 그림책은 제주사람들은 순교자로 승화시킨다. 떨어진 동백꽃은 진 꽃이 아니라, 핀 꽃이라고.

동백꽃은 시들지 않은 채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떨어져서도 말합니다.
피었다고.

택이 아버지, 식이 큰형님, 찬이 할아버지, 철이 어머니, 숙이 할머니….
그리고 꽃 같은 누나가
자꾸만 부릅니다.
피었다고.
피었다고.

- <동백꽃이 툭,> 중에서

한라산을 배경으로 수많은 동백꽃이 섬을 메우고 있다. 그림책은 '피었다'고 말한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수많은 붉은 동백꽃이 섬을 메우고 있다. 그림책은 '피었다'고 말한다.

<동백꽃이 툭,>은 섬사람들에게 바치는 노랫말이다. 그 시절은 선혈이 낭자했으나, 희생자들은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그들의 죽음 자체는 단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림책은 떨어진 통꽃이 피었다고 이야기한다. 순교자처럼.

그러고 보니 4.3 때 열세 살이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린 소년은 죽임을 당한 아버지(내겐 할아버지가 된다) 주검을 찾으려고 들판을 헤집었다. 1949년 1월에 희생된 할아버지를 찾아낸 건 몇 개월 후였다. 그때도 동백꽃은 피었으리라. 통꽃으로 제주 땅을 가득 메우며, 피웠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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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2022-04-15 10:32:04
4.3 의 역사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고 봐요. 민주적인 사람들이 승리를 해야 4.3은 의미있는 역사로 적혀질겁니다.

한국인 2022-04-15 12:40:17
1905년 미국 테프트와 일본 가쓰라장관이 필리핀과 조선을 식민지 만들기에 적극협조한다는 약정을맺어
덕분에 일본식민지가된 조선
2차대전때 강건너 불구경하던 미국을 일본이 침략하자 마지못해 참전 원폭투하로 일본항복과 연합군에 독일도 항복한뒤
원폭투하로 유엔을 장악한 미국이 일본이 약탈한 엄청난 금괴를 받는대신
일본왕도 전범처리않고 독일처럼 갈라야할 일본대신 조선을 가르기로 일본과 비밀약정을 맺은뒤
조선을 강제분단시키자 김구선생님등 애국자와 독립군과 애국국민들이
미쏘군 철수주장하며 조국분단 반대하자 미국과 앞잡이 이승만이 처벌하려던 친일파를 구출후
군경 요직에 배치후 북한서 친일파를 처벌하자 남으로 도망온 서북청년단과 합세하여
제주도민을 빨갱이로 몰아 학살한것으로 6.25도 강제분단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