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와 송곳, 두 번째 이야기
청개구리와 송곳, 두 번째 이야기
  • 미디어제주
  • 승인 2022.04.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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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조각모음]<38>

세상은 엘리트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감동도 변호사 등 사(士)자 돌림이나 권력자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가 규정한 구청․시청의 재활용품을 훔쳐파는 사람들, 그런데도 불법을 도와 리어카를 밀어줬던 어느 무명의 청년, 청소년에게서 나왔다. 그리고 그런 따뜻한 사회를 믿는 몇몇의 청개구리들을 통해 사회는 나아져 왔다.

이들이 공부를 잘하거나 좋은 부모를 만난 금수저이거나, 아니면 게임 폐인이거나 문신을 새긴 비행청소년이라도 관계없다. 이들의 ‘배경’보다는 이들이 만든 ‘풍경’에서 이야기가 나온다. 계산된 친절과 준비된 감탄사보다, 미련하지만 조건 없는 친절과 준비 없는 침묵에서 감동이 나온다.

나는 세계를 구하기보다 사회복지사로서 이처럼 어려운 이 몇몇을 돕고, 전 재산을 털어 차린 조그마한 점포를 차린 소상공인에게 무료나 저렴하게 경영컨설팅을 하려는 청개구리가 되려고 한다.

사회학자 오찬호의 책제목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것들에 관하여』처럼 이토록 좋은 세상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려고 한다.

아이와 비정규직의 노동문제와 노동조합과 대기업의 갈등을 다룬 드라마 『송곳』을 보았다. 아이가 극중의 대사인 ‘언젠가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 걸음 내딛고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를 중얼거리며 말한다.

“아빠는 ‘송곳’ 같은 사람이야.”

어찌 보면 청개구리와 송곳은 닮았다.

청개구리는 도약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다리에 모아 웅크린다. 꼼짝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한 번 뛰면 자기 몸 길이의 수십배의 거리를 단숨에 이동할 수 있다. 송곳도 마찬가지. 주머니 속의 송곳은 말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분명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

지난해 겨울부터 노동조합과 기업의 다툼이나, 임금 등 노동법 관련 분쟁을 해결하는 전문직인 공인노무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40대 중반에 20대도 힘들다는 전문자격증 공부를 시작한 나에게, 아내는 ‘이번이 당신의 정말 마지막 자격증 공부야.’라며 응원과 질책이 혼재된 말로 상황을 정리한다.

아버지는 10대부터 70세 가까지 일하면서 그 흔한 근로계약서 한 번 써 본 적이 없다. 물론 노동을 했고, 임금을 벌었다. 하지만 4대 보험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연일 뉴스에서는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 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국민연금에 가입당해본 적이 없다. 주 52시간, 휴가 등도 남의 나라 얘기다. 아버지가 일을 나가지 않은 날은 60여년간 60일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기에는 능력이 부족하지만, 세상을 참기에는 성격이 더럽다. 무슨 사명감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처럼 다쳐도 참고, 억울해도 견디는 사람이 적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인노무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버지를 구하기에는 늦었지만, 남아있는 아버지들을 구하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 억울한 사람은 없어야 한다. 그 일익을 담당할 만큼의 능력은 충분하다.

나는 송곳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청개구리다.

도약을 준비하며, 세상을 뚫을 각오를 다진다.


 

일상의 조각모음

홍기확 칼럼니스트

2004~2010 : (주)빙그레, 파주시, 고양시, 국방부 근무
2004~2010 : (주)빙그레, 파주시, 고양시, 국방부 근무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경영지도사(마케팅), 박물관 및 미술관 준학예사, 관광통역안내사(영어)
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지식과감성#
『느리게 걷는 사람』, 2016년, 지식과감성#
『일상의 조각모음』, 2018년, 지식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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