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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결정됐는데 웬 주민투표? "제주자연체험파크, 마을 분열 조장 우려"
'반대' 결정됐는데 웬 주민투표? "제주자연체험파크, 마을 분열 조장 우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3.28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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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주사파리월드 사업, 선흘1리 마을회 '반대' 의견 의결
이후 '제주자연체험파크'로 사업명 변경해 재추진, 대표자는 동일

-제주자연체험파크, 선흘1리에 10억원 제안... 주민 찬반투표 추진키로
-사업 반대 측 주민 "반대 결정된 안건인데 지금에서 주민투표? '불합리'"

*특정 개발사업에 대한 마을 내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찬반 갈등'으로 비춰지거나 마을 분열로 이어지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주민 이름은 익명으로 기재합니다.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지에 바로 인접한 제주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 곶자왈 습지의 모습. (사진=한국생태관광협회 고제량 대표 제공.)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이미 마을 총회에서 한 차례 ‘사업 반대’로 뜻을 모은 안건이 수년 후 다시 마을총회 안건으로 상정되며, 외부 자본에 의한 마을 내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동일한 대표자가 사업자, 사업명만 바꾼 채 사업을 재추진하며, 사업 반대 측 마을에 현금 10억원을 제안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재차 논란이 예상된다.

논란이 되는 사업은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산1번지 일대에서 추진 중인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이다. 사업자는 ㈜도우리(대표자 문현봉)다.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이라는 이름은 2020년도 와서야 붙었다. 원래 ‘제주사파리월드’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다가 조천읍 이장단 차원의 사업 반대 등으로 내용이 변경된 것이다. 아래 내용을 참고하자.

2017년 선흘1리 마을회 사업 '반대' 의결 당시

사업명: 제주사파리월드 / 사업자: ㈜바바쿠트빌리지(대표자 문현봉)

곶자왈과 습지보호구역훼손, 생물다양성 훼손 우려 등으로 사업 내용 변경

2020년 사업명: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자: ㈜도우리(대표자 문현봉)

사업명과 사업자가 변경됐지만, 자세히 보면 대표자의 이름은 동일하다. 즉,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는 동일하다는 의미다.

이에 선흘1리 전 이장 A씨는 “사업명과 사업자가 변경됐지만 대표자 이름이 동일하므로, 제주자연체험파크는 제주사파리월드의 연장선에 있는 사업”이라고 평가한다. 여전히 선흘리의 곶자왈과 람사르습지 훼손이 우려되는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오늘(3월 28일) 저녁, 선흘1리 마을회는 마을총회를 앞두고 있다.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을 안건으로 놓고 진행되는 주민 대상 찬반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투표 참가 자격은 꽤나 까다롭다. 선흘1리를 주소지로 두고 1년 이상 거주해야 할 것, 그리고 ‘리세(마을에 내는 기금의 일종)’을 납입한 사람일 것.

이에 A씨는 “‘리세’의 존재 여부조차 몰라 납부하지 않은 이주민이 많을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했다. ‘사업 반대’ 쪽 주민 중 상당수는 이들 이주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해당 사업의 전신, ‘제주사파리월드’는 이미 2017년 선흘1리 마을회 임시총회에서 ‘반대’ 의견으로 의결된 바 있다. 그리고 ‘제주자연체험파크’는 동일한 사업지, 동일한 대표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주민 의견 다시 묻기’를 허용한다면? 이는 이전 마을회 의결사항을 무시하는 부적절한 처사로 비춰질 소지가 다분하다.

관련해 선흘1리 전 이장 A씨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있는데, 이번 안건 또한 이에 해당한다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재추진되는 주민투표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마을 투표를 놓고, “개발 사업자에게 이토록 ‘무한 아량’을 베푸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개발 사업자들은 마을회에 무한정 재투표를 건의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사업 내용만 바꿔 신청하면, 언제든지 ‘마을회의 반대 의결사항’을 뒤집을 명분이 세워지는 셈이다.

이미 현재 진행형인 문제도 있다.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에 따른 선흘1리 마을 주민 참여 계획 및 스폰서쉽 협약서’라는 이름으로 마을에 전달된 협약서 때문이다.

사업자와 선흘1리, 동복리 간 논의되고 있는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에 따른 선흘1리 마을 주민 참여 계획 및 스폰서쉽 협약서’ 내용.

이 협약서는 아직 체결되지 않은 상태로,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선흘1리 마을회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 협력한다.

사업자는 선흘1리에 현금 10억원을 지불한다. (본 공사 착공 시 5억, 영업 개시일 5억)

 

협약서에 대해 한국생태관광협회 고제량 대표는 “제주에 들어온 개발 사업자들은 이렇게 지역 주민을 흔든다”면서 “이 협약서로 인해 선흘1리는 분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A씨 또한 이에 동의한다. 현재 마을 내에서 “제주도의회 상임위 2명만이 사업 반대, 나머지는 찬성 쪽”이라는 소문이 돌며, “우리(주민)들이 아무리 사업 반대를 원하더라도, 도의회에서 사업을 승인해버리면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씨는 “’어차피 사업이 승인된다면 10억이라도 사업자에게 받아, 동백동산 등 마을 지키기에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라는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이것이 ‘사업 찬성’을 말하는 주민들의 속내라는 것이다.

그는 ‘사업 반대’만 외치다 마을 분란만 가열되고, 마을 피해만 가중될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사업 찬성’에 손을 드는 주민이 상당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오는 29일 제주도의회에서 다뤄질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에 대해 도의원들이 ‘부결’ 혹은 ‘안건 보류’ 결정을 내려준다면? 현재 ‘사업 찬성’ 쪽인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돌아설 수 있을까?

A씨는 “가능할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놨다. 도의원들이 주민 의견을 좀더 세삼하게 살펴 결정해준다면, 주민들도 마을 내 떠도는 뜬소문에 치우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사안을 판단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다.

한편,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에 대한 선흘1리 주민 대상 찬반투표는 28일 저녁 7시경 마을회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선흘1리 마을에 1년 이상 거주 △리세 납부 등 조건이 붙으며,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되는 주민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자연체험파크는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산1번지 일대 74만4480㎡ 규모에 추진 중인 개발사업이다. 주요 도입 시설로는 관광휴양시설(방목 목장, 글램핑장 등), 숙박시설, 공공시설(도로, 주차장, 재해방지용 저류지), 녹지(원형보전녹지, 조성녹지) 등이 있다.

사업기간은 개발사업시행 승인 후 3년으로 예상된다.

해당 사업은 2021년 10월 1일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조건부 동의를 얻었고, 2022년 3월 29일 제주도의회 상임위가 이에 대한 협의내용 동의안을 살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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