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제주여고 인권침해 논란, 철저히 조사해야" 졸업생 109인 한목소리
"제주여고 인권침해 논란, 철저히 조사해야" 졸업생 109인 한목소리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3.22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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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여고 졸업생 109명이 교내 인권 침해실태와 관련, 제주도교육청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앞서 제주여고 졸업생 김채은 씨와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제주학생인권조례 TF팀 등은 지난 15일 제주여고 일부 교사들의 폭언 등으로 인한 학생인권침해 실태를 폭로한 바 있다. 이들은 당시 제주도교육청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을 요구했고, 도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도교육청은 지난 21일 제주여고 졸업생과 재학생(2~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침해 실태파악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109명의 제주여고 졸업생들이 학교와 도교육청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제주여고를 사랑하는 졸업생 모임(가칭)’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측에는 사과를, 도교육청 측에는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들 졸업생들은 22일 성명을 통해 “진순효 교장 명의로 발표된 학교 측 입장문은 책임 회피와 피해 학생에 대한 2차 가해로 점철됐다”며 “즉시 사과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앞서 제주여고 진순효 교장이 발표한 입장문 중 “가장 가슴이 아픈 점은 첫째, 학생을 진정으로 아끼고 교육에 열정을 바치는 대다수 선생님들이 이번 일로 한꺼번에 매도되는 점입니다. 극소수 일부 선생님들 때문에 상처받은 학생도 피해자이지만, 아무 잘못 없이 열심히 살아온 선생님들도 피해자입니다”라는 부분이다.

이에 졸업생들은 “진위가 밝혀지기 전에는 결코 ‘교사도 피해자’라는 말을 뱉으면 안 된다”면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어 졸업생들은 도교육청이 실태파악에 나선 점을 들어, 문제가 발견된다면 “반드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도교육청이 약속한 실태파악 등 후속조치 내용에도 이행 여부를 끝까지 감시할 계획이다.

한편, 이들 졸업생은 “진상조사 과정에서 학생, 졸업생이 겪을 지 모를 2차 피해나 불편사항에 대해 늘 열린 창구가 되겠다”며 “최대한 많은 동문들이 실태조사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2022년 졸업생 여러분께 지지와 감사의 뜻을 표하며, 공론화 취지를 왜곡한 진순효 교장의 사과 및 제주도교육청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다!

▲ 2022년 졸업생(70회)들이 학내 인권침해실태를 공론화한 것은 모교의 발전을 도모하고 후배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고귀한 행동으로, 그 자체로 학교의 명예를 빛낸 일이기에 110여 명의 선배들은 이를 열렬히 지지하고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

▲ 70회 졸업생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개인의 하소연으로 폄하하고 ‘교사도 피해자’라는 시의 부적절한 입장을 밝힘으로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진순효 교장의 즉각적인 사과를 촉구한다.

▲ 제주도교육청은 진상조사 과정에서 2차 가해가 없도록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성추행 의혹뿐 아니라 폭언·욕설 등 언어폭력에 대해서도 아동복지법상 정서학대로 수사 의뢰하는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

▲ ‘제주여고를 사랑하는 졸업생 모임(가칭)’은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가해 교사가 교단을 떠나고 좋은 교사와 후배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환경 속에서 생활할 때까지 법률지원, 추가제보 접수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에 존경하는 동문 여러분의 동참을 호소드린다.


지난 15일 제주여고 2022년 졸업생 김채은 씨(21년도 학생회장)와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은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여고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에 관한 기초조사(이하 기초조사)> 분석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학내 인권침해실태를 공론화하고 빈틈없는 진상조사 및 학생 피해에 대한 개선 대책,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 등을 요구했다.

기초조사는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2022년 졸업생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전체 졸업생 347명 중 87명이 응답했다. 설문 항목은 교사 폭언, 교육권 침해,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 시 학교 측 조치 여부, 교사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 성희롱(성추행), 성적 등 개인정보 유출, 체벌 등으로 구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설문 항목에 따라 학생 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지목된 교사는 A부터 J까지 총 10명이나, 이 가운데 미친◯·시발◯·◯◯새끼 등 욕설과 멍청하다·바보 등 인격 모독성 발언이 응답자로부터 반복적으로 지목된 교사는 A~C 단 세 명으로 입에 올리기 어려운 수준의 언어폭력을 일상적으로 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 18세 미만인 자에 대한 상습적인 언어폭력은 정도에 따라 아동복지법상 제17조제5항에 따른 정서적 학대로 간주 되며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 지는 중범죄이다. 응답자 87명 중 9명은 상담 시 교사가 다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답변했다. 즉각적인 피해자 보호와 철저한 진상조사가 시급한 상황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태를 접한 많은 제주여고 동문들이 우려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이에 후배 재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근절하고 자랑스러운 제주여고를 바로 세우기 위해 사태 해결에 미력하나마 일조하고자 하는 110여 명의 동문들이(42~68회) 급하게 뜻을 모아 ‘제주여고를 사랑하는 졸업생 모임(가칭)’을 구성했다.

우리는 졸업을 앞두고 자칫 외면하기 쉬운 학내 인권침해실태를 공론화하여 후배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물려주고자 한 70회 졸업생들의 고귀한 행동에 지지와 감사의 뜻을 표한다. 우리도 같은 교정에서 교사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하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지만, 우리는 여러분처럼 목소리 내고 행동하지 못했기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인권침해 상황에 대한 부채감을 느끼며 70회 동문들에게 다시금 경의를 표한다.

학생 인권침해는 제주여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모든 학교가 겪는 사회문제다. 2018년 전국 100여 개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일어났고 2019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아동권리위원회 협약 이행 사전심의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정도로 대한민국 학생 인권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제주도는 2018년 당시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스쿨미투가 일어나지 않은 지역으로, 모교에서 제주 최초로 학생 주도의 인권실태조사 및 공론화가 일어난 것에 대해 우리는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같은 날 진순효 교장 명의로 발표된 학교 측 입장문은 책임 회피와 피해 학생에 대한 2차 가해로 점철됐으며, 그로 인해 모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 교장은 입장문 서두에서 ‘가장 가슴이 아픈 점은 첫째, 학생을 진정으로 아끼고 교육에 열정을 바치는 대다수 선생님들이 이번 일로 한꺼번에 매도되는 점입니다. 극소수 일부 선생님들 때문에 상처받은 학생도 피해자이지만, 아무 잘못 없이 열심히 살아온 선생님들도 피해자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교장이 교사의 대표인지 학교의 대표인지 본분을 망각한 완벽한 실언이다. 어찌 교장으로서 가장 가슴 아픈 점이 ‘학생들이 겪었을 고통’이 아니라 교사 걱정이란 말인가? 게다가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 지목 교사가 교무실에서 폭언, 욕설을 스스럼없이 자행하는데도 이를 제재하는 동료 교사 한 명 없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어느 교사가 마냥 억울하고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보고서 내용의 진위가 밝혀지기 전에는 결코 ‘교사도 피해자’라는 말을 뱉으면 안 된다. 진 교장은 설문 조사에 참여한 졸업생들에게 즉시 사과하라.

이어진 입장문에서 진 교장은 ‘둘째, 이 문제를 먼저 학교에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민주적인 절차이고 학생회가 할 일인데, 한번도 공식적으로 거론된 적이 없이 한 학생회 임원이 졸업 후 학우들에게 개인적인 상처에 대한 하소연과 설문조사를 함께 병행하여 보고서를 작성한 점입니다. 인권 교육보다 민주시민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자책하고 있습니다.’라며 공론화를 이끈 김채은 씨를 공공연히 조롱했다. 공식 입장문을 통해 갓 졸업한 학생에게 노골적으로 모욕을 준 것은 교장으로서 매우 비겁한 태도며 이 또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부적절한 언사다. 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학교에 문제 제기하지 않았는지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보고서에 상세히 나와 있으니 정독하길 권한다.

어제(21일) 제주도교육청은 기자회견을 열어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도교육청은 사안 조사·처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 교육청 학생인권심의위원회 소위원회 등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진행하고 있으며, 제주지역 전체 학교에 대한 실태조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제주여고 조사 이후 전수조사 범위나 시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과정에 또 다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 교육청은 당초 오는 24일 제주여고를 현장 방문해 2,3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자필 조사서를 받을 계획을 잡았다 비판이 쏟아지자 온라인 조사를 하는 것으로 조사 방법을 변경했다. 뒤늦게나마 조사 방식을 변경한 것은 다행이지만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쏟아질 2차 가해를 충분히 고민해 조사 방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다만 졸업생 실태조사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학생인권교육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자발적으로 신청한 졸업생을 대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교육청은 성추행뿐 아니라 상습적인 폭언·욕설 등 언어폭력에 대해서도 반드시 형사책임 물어야 하며, 우리는 도교육청이 도민 앞에 약속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우리 ‘제주여고를 사랑하는 졸업생 모임(가칭)’은 좋은 교사와 후배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배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제주여고를 만들기 위해 뜻을 모았다. 우리는 진상조사 과정에서 재학생·졸업생이 겪을지 모르는 2차 피해나 불편사항에 대해 늘 열린 창구가 되어 후배들에게 법률지원 등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졸업생 대상 실태조사에 최대한 많은 동문들이 참여하도록 홍보하고 독려해 나갈 것이다.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교에 좋은 교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교사 대 학생’ 구도를 만들어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고 학교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세력들을 강력히 경계하며, 학교의 문제를 은폐하고 축소하는 것은 결코 학교를 위한 길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리사욕일 뿐이라고 선언한다. 오늘은 110여 명에 불과하지만, 더 많은 동문들께서 흔쾌히 동참해주시리라 믿으며, 후배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노라 우리 자신과 약속한다.

2022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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