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걷는다는 건 소통하는 기회를 가지는 행위”
“도심을 걷는다는 건 소통하는 기회를 가지는 행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2.24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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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축가와 함께 걷기] <7> 홍건축 홍광택

도시에 힘이 붙을까? 그러진 않다. 도시의 힘이란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 도시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난 214일부터 제주시민회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공공건축가들이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는 걷고 싶은 도시 공간 만들기라는 기획전이다. 기획전에 참여한 공공건축가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공공성지도로 표현하고 있다. 공공건축가들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원도심 일대, 제주 도내 곳곳에 널린 오일시장에 그들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미디어제주>는 기획전에 참여하고 있는 공공건축가를 직접 만나서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공공성지도를 기획했고, 그들의 제안 내용이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서문 일대와 탑동 연결하는 보행환경 적극 제안

지난해 제안한 탑동 워터프론트를 잇는 연계 작업

“공공건축가는 지역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일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교통이 세상을 지배하기 이전엔, 사람의 발이 땅에 우선 닿았다. 때문에 오래된 도심은 으레 ‘걷는 자의 도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도시를 찾는 이들은 걷기를 즐긴다. 차량이 아닌, 인간 본연의 교통수단인 두 다리를 이용하는 이유는 걸어야 옛 도시의 숨겨진 곳을 볼 수 있어서다.

도시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연환경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들에게 도시를 벗어나는 일은 너무 어려운 선택이다. 도시의 갑갑함을 털어낸다면서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 정착을 했다가도, 유턴을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미 그들의 몸엔 ‘도시의 취향’이 가득 배어있어서다. 그렇다면 도시는, 도시에 사는 이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어떻게? 걷기를 강조하는 사회학자 정수복은 <파리를 생각한다>는 책을 통해 이렇게 읊었다.

“살기 좋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걷는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도시의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즐겁게 걸을 수 있는 도시라면 살기 좋은 도시의 기본 조건은 갖춘 셈이다. 풍경은 원래 자연에 있었지만 이제는 도시도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걸으면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맞는 말이다. 풍경을 즐기는 일은 주변을 바라볼 수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 주변을 탐닉하고, 주변에 호응하는 도시는 모든 게 작다. 도로도 작고, 건물도 작다. 대도로를 끼고 있고, 마천루의 빌딩 숲을 지닌 도시가 느끼지 못하는 풍경이 옛 도시에 가득한 이유가 아닐까.

제주시 원도심도 작다. 걸어서 오갈 수 있다. 제주성이 있기 이전의 모습도 제주시 원도심은 지니고 있다. ‘무근성’이라는 이름이 그걸 알게 해준다.

공공건축가 홍광택이 제안한 보행환경 제안. 미디어제주
공공건축가 홍광택이 제안한 보행환경 제안. ⓒ미디어제주

제주목사를 지냈던 이형상(1653~1733)의 저술인 <남환박물>을 들여다보면 무근성의 흔적을 알 수 있는 기록이 있다. <남환박물>은 제주도의 고적을 소개하고 있는데, ‘고성(古城)’이 보인다. 이형상은 “제주성 서북쪽에 남아 있는 터가 있다”고 적어두었다. 제주성의 서북쪽은 병문천 동쪽으로, 지금의 무근성 지역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땅은 아무런 기억이 없어 보이지만, 늘 흔적을 남긴다. 무근성은 ‘터’는 없어도, 이름으로 흔적을 이야기한다.

공공건축가 홍광택은 ‘남성로와 탑동 워터프론트 연계를 위한 남북축 보행환경 개선 및 공간 제안-무근성 서문 성곽 옛길을 통해’라는 공공성지도를 제시했다. 거기엔 서문 일대에 공유공간을 찾아내고, 개선을 하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내교회 바로 앞 공영주차장 일대를 새롭게 변화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도시재생이 진행되는 남성마을과 이어주는 연계도 거기에 담겨 있다. 장기적으로는 신항만이 들어설 경우에 대비, 지역 주민들이 탑동까지 자연스레 오갈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건축가 홍광택의 입을 빌려 그가 제안하고 있는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 어떻게 이 공간을 맡게 되었는가.

지난해 공공건축가로 공공성지도를 만들 때 탑동의 워터프론트 계획을 내놓았아요. 올해 공공성지도는 탑동과 연계를 해보는 작업입니다.
 

- 무근성과 서문이 있던 주변에 보행로를 제안했는데 내용이 궁금합니다.

서문 유적지 일대는 공영주차장으로 쓰고 있어요. 주차장 곁에는 초가 형태의 갤러리가 있는데 잘 쓰이지 않고 있죠. 갤러리를 포함해서 3.5m 정도의 레벨을 둬서 포치를 만들게 된다면, 성곽 위를 걷는다는 느낌을 부여할 수 있으리라 봤어요. 아울러 갤러리 기능도 보완할 수 있고요.
 

- 기존 주차장을 건드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포치가 생긴다면 그 공간은 플리마켓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하부공간 역시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서문 일대 주차장에 포치를 세우고 갤러리로 쓰는 곳은 폴리를 세울 것을 제안했다. 미디어제주
서문 일대 주차장에 포치를 세우고 갤러리로 쓰는 곳은 폴리를 세울 것을 제안했다. ⓒ미디어제주

- 폴리를 세우는 구상도 있던데요.

새로 해석을 한 성곽길과 폴리를 결합하는 구상도 해봤어요. 또한 무근성과 물을 테마로 쉼터로서 기능을 하는 폴리도 구상했어요. 용천수 모양의 ‘제주 스프링 워터’라는 이름을 단 조그마한 휴게공간입니다. 남초등학교 앞에 조금 넓은 공간이 있는데, 물이 흐르는 느낌을 표현하는 ‘엠브레싱 제주 씨(Embracing Jeju’s Sea)’라는 폴리도 넣어봤어요. 용천수라는 물이 있고, 물을 성곽으로 표현해보고, 그걸 느끼면서 바닷가 근처로 가면 탑동의 워터프론트와 만난다는 개념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도시재생이 이뤄지는 남성마을과 연결시키는 구상도 필요하고요.
 

- 남성마을 도시재생지구는 4차선 도로를 건너야 하는데, 연속성이 이뤄져야 하잖아요.

고민을 해야 할 부분입니다. 어떤 사람은 쉽게 접근을 하자며 육교를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남성마을 일대가 활성화된다면 보행환경 개선에 대한 보완 이야기가 더 나올 겁니다. 최근에는 이 일대 교통량이 줄어들었고, 보행 여건은 더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 도심에서 걷는다는 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요.

사람을 만난다는 거겠죠. 걷는다는 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행위이며, 걷게 됨으로써 그 도시를 느끼고, 사람도 느끼고, 건축도 느끼게 되죠.
 

사진 왼쪽이 주차장 북쪽에 위치한 갤러리 용도로 쓰이는 공간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활용을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미디어제주
사진 왼쪽이 주차장 북쪽에 위치한 갤러리 용도로 쓰이는 공간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활용을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미디어제주

- 여러 제안 중 행정에서 해줬으면 하는 게 있다면요.

공공성지도는 미래지향적입니다. 만일 개선을 한다면 서문 일대의 갤러리 부분은 지금과 달리 개선할 필요성은 있다고 봅니다. 여기엔 예전에 철거된 현대극장도 있고, 성내교회가 지닌 역사성도 있기 때문에….
 

- 길은 막히지 않고 소통이 돼야 하는데, ‘내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이어야 사람들이 쉽게 접근을 할까요.

두 가지가 있을 겁니다. 내가 잘 아는 길이 있고, 처음 접하는 길이 있죠. 두 길에 대한 감정의 차이는 다릅니다. 호기심과 액티비트의 성격을 부여할지, 아니면 오래된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차분함을 유지할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두 성격이 혼용돼야 한다고 봅니다. 공공성지도에 제안한 내용은 전자에 가깝습니다. 흥미를 좀 더 유발시키고 있는데, 여기에다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준다면 안락하고 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두 길의 공존입니다.
 

- 공공건축가의 역할을 말씀해주신다면.

공공건축가 1기에 이어, 2기도 지원을 했습니다. 공공건축가는 지역에 대한 봉사 개념이 많죠.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로서, 지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제가 지닌 지식과 역량을 다하는 게 공공건축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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