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스쳐 지나던 풍경이 눈에 들어오게 되죠”
“걷다 보면 스쳐 지나던 풍경이 눈에 들어오게 되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2.22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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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축가와 함께 걷기] <4> 비앤케이건축 고이권

도시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대형구조물? 수많은 사람들? 높은 건축물이 많고, 인구가 많다고 도시에 힘이 붙을까? 그러진 않다. 도시의 힘이란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 도시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난 214일부터 제주시민회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공공건축가들이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는 걷고 싶은 도시 공간 만들기라는 기획전이다. 기획전에 참여한 공공건축가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공공성지도로 표현하고 있다. 공공건축가들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원도심 일대, 제주 도내 곳곳에 널린 오일시장에 그들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미디어제주>는 기획전에 참여하고 있는 공공건축가를 직접 만나서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공공성지도를 기획했고, 그들의 제안 내용이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신산머루’와 ‘제주시민회관’ 잇는 보행로 구상

도시재생 사업구역을 연계하는 고민 흔적 보여

“미래를 차근차근 만드는 게 공공건축가 역할”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폐쇄된 고가철도에 설치된 공원이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하이라인’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자연에 가깝다면, 하이라인은 도시공간을 향한다. 하이라인은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High Line)’이라는 비영리단체의 힘이 만들어낸 공원이다.

하이라인은 운송체계의 변화가 만든 산물이다. 1930년대 활황이던 철도 운송은 고속도로에 차츰 밀린다. 그러다 1980년대 들면서 맨해튼 남쪽 철도 구간은 폐쇄를 맞는다. 하이라인은 수십년간 방치되면서 수풀이 우거진 공중정원이 되고 만다. 주변의 토지주들은 고가철도 철거를 요구했고, 여기에 반발하면서 ‘하이라인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하이라인은 도심을 바라보는 매력이 있다. 2km가 넘는 하이라인은 걸으면서 도심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영향은 서울의 ‘서울로 7017’이나 ‘경의선 숲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공원이라면 자연풍광을 먼저 맞는 곳이라는 선입견을 던지고, 도심을 향해 열린 공간도 시민들의 쉼터가 된다는 사실을.

걸으면서 도심을 즐길 때 끊이지 않고, 이어진 길을 따라간다. 그래야 도심을 걷는 맛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선형’이라는 말을 쓴다. 걷기에 불편하지 않고, 걸을 때 방해받는 요소가 없다면 제대로 된 ‘선형공간’이라 부를 수 있다. 그래야 특정인의 공간이 되지 않는다.

비앤케이건축의 고이권 소장은 공공성지도에 막힘이 없는 보행을 제시했다. 그는 이번 공공성지도에

고이권 소장이 제안한 ‘신산·시민연결길’. 미디어제주
고이권 소장이 제안한 ‘신산·시민연결길’. ⓒ미디어제주
산지천을 연결하는 다리도 제안에 들어 있다. 미디어제주
산지천을 연결하는 다리도 제안에 들어 있다. ⓒ미디어제주

이라는 제안을 했다. ‘신산’은 도시재생 사업이 마무리된 신산머루 도시재생뉴딜사업구역을 말하며, ‘시민’은 제주시민회관을 이른다. 두 지역은 행정구역도 다르고, 건너지 못할 벽도 있다. 그 벽은 다름아닌 산지천 줄기였다. 고이권 소장은 두 지역을 연결할 경우 정주여건 개선은 물론, 도심에 활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도시재생이 이뤄진 신산머루 지역에 사는 이들이 걸어서 제주시민회관까지 올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을 품었다. 두 지역을 가로막고 있는 산지천을 잇는 연결다리도 그의 구상에 들어 있다. 선형적 산책로인 산지천변을 활성화시키고, 산지천으로 갈라진 길을 동서로 연결하는 제안이다. 제주시민회관이 언젠가는 다른 모습으로 바뀔텐데, 신산머루에 있는 주민들도 혜택을 주자는 의도이다.

건축가 고이권이 제안한 ‘신산·시민연결길’은 어떤 제안을 담았는지, 그의 입을 통해 더 알아본다.
 

- 어떻게 신산과 시민회관 지역을 맡게 되었고, 두 지역을 연결하는 구상을 하게 되었는가.

지난해 공공성지도를 만들 때는 참여를 하진 못했다. 지난해 좋게 본 건 산지천의 풍경이었다. 현실화 된다면 제주시에 정말 엄청난 선적인 보행로가 만들어질 것 같았다. 그게 좋았고, 이번 공공성지도에 참여를 하면서 지난해 구상을 더 좋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봤다. 선적인 보행로를 만드는 게 첫 번째였고, 도시재생 사업 구역과 연계를 고민했다.
 

- 다른 도심은 하천을 중심으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는데 제주도는 그런 것 같지 않다.

차량이 많아지고, 그렇게 많아진 차량을 어떻게 주차시킬지, 또 도로를 원활하게 이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러지 않았을까.
 

- 이번 제안에 고심을 한 부분이 있다면.

유심히 봤던 게 ‘서울로 7017’이라는 프로젝트였다. ‘서울로 7017’은 고가도로로 차량 중심이던 길이 수명을 다하게 되면서, 차량이 다니던 길을 사람에게 돌려주자는 개념이다. 그 프로젝트는 사람에게 도로를 내준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 지역과 연결시키는 보행로를 계속 만들었다.
 

- 걷는 길을 제안을 하면서 특징적으로 잡아낸 게 있다면 뭘 들 수 있을까요.

산지천의 풍경을 회복한다는 관점에서 몇가지 제안을 했어요. 현재 두 지역을 연결하는 건 (제주성터 동쪽에 있는) 다리 하나 밖엔 없으며, 차량 위주로 돼 있어요. 가장 좋은 루트를 생각해보니 연결다리는 만드는 방법이었어요. 분명히 여기에 사시는 분들도 두 지역을 연결하는 보행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또한 앞으로 탈바꿈할 제주시민회관을 이용할 때 보행을 통해서도 접근을 하는 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했어요.
 

신산머루와 제주시민회관 일대는 산지천이 가로막고 있다. 산지천변을 볼 수 없도록 커다란 시멘트 벽이 보인다. 미디어제주
신산머루와 제주시민회관 일대는 산지천이 가로막고 있다. 산지천변을 볼 수 없도록 커다란 시멘트 벽이 보인다. ⓒ미디어제주

- 그렇다면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할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걷기 편해야 합니다. 제안 내용 중엔 일도초등학교 주차장 쪽에 급경사가 있는데, 그 경사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했어요. 또한 ‘스트리트 갤러리’도 만들어준다면 걸으면서 심심하지 않게 하려고요. 그러면서 천변을 따라서 오다보면 자연스럽게 연결다리를 만날 수 있게 되죠. 연결다리를 건너면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체육시설이 있는데, 거기에 쉼터나 전망대를 만든다면 산지천을 내려다볼 수 있죠. 그런 재미들을 담는 것이죠. 재미있는 환경 요소들이 있고, 중간중간 쉼터를 만들어주면 차를 타는 것보다 재밌다는 느낌도 주리라 생각합니다.
 

- 도심에서 걷는 일은 무척 중요하죠. 그 이유는 뭘까요.

도시 환경은 차를 타고 지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걷게 되면 볼 수 있습니다. 운전을 하면 그냥 스쳐 지나던 풍경이 걷게 되면서 눈에 들어옵니다. 보이지 않던 환경이 보이고, 그러면 더 친숙하게 다가오고, 지역을 더 아끼는 마음도 들게 되겠죠. 걷는 환경이 많이 만들어진다면 도시차원에서도, 지역차원에서도 더 좋지 않을까요.
 

- 여러 제안을 하셨는데, 행정에서 뭘 받아줬으면 좋을까요.

제안은 사유지를 건드리는 건 아니어서 행정의 의지와 약간의 비용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봐요. 교육청이랑 얘기가 잘 된다면 학교 교육환경에 변화를 주고 싶어요. 일도초 주차장 입구는 높낮이가 있어서 모서리로 진입을 해야 합니다. 보행자와 차량 충돌도 될 수 있는 환경이기에 차를 낮은 곳에서 진입하게 하고, 모서리 부분은 계단으로 만든다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쌈지공원을 만들거나, 스트리트 갤러리는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서도 가능할 것 같아요.
 

- 공공건축가들이 좋은 제안을 많이 해주시는데, 공공건축가의 역할은 뭐라고 보시나요.

공공건축가들의 활동은 공공건축을 좋게 만드는 역할도 있을테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챙기지 못했던 부분들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건축물과 도로, 건축물과 기반시설 접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지금까지 챙기지 못한 그런 부분을 하나씩 찾아내고, 공공건축가들이 제안을 하는 것이죠. 결국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이고, 그 미래를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게 공공건축가들의 역할 아닐까요. 제주도에 있는 건축사 모두가 공공건축가가 되는 그날까지 작은 역할이라도 지속적으로 했으면 합니다. 미래환경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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