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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만 가득한 곳에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을”
“주택만 가득한 곳에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2.17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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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축가와 함께 걷기] <2> 건축사사무소 ‘낯선’ 강승종

도시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대형구조물? 수많은 사람들? 높은 건축물이 많고, 인구가 많다고 도시에 힘이 붙을까? 그러진 않다. 도시의 힘이란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 도시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난 214일부터 제주시민회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공공건축가들이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는 걷고 싶은 도시 공간 만들기라는 기획전이다. 기획전에 참여한 공공건축가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공공성지도로 표현하고 있다. 공공건축가들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원도심 일대, 제주 도내 곳곳에 널린 오일시장에 그들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미디어제주>는 기획전에 참여하고 있는 공공건축가를 직접 만나서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공공성지도를 기획했고, 그들의 제안 내용이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동네 공공시설을 활용한 정주 환경 개선‘ 제안

천지동은 어린이공원을 제외하면 여유공간 없어

커뮤티니 공간 만들고 다양한 길 모색할 것 주문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도시는 거기에 살지 않는 사람, 속칭 ‘이방인’으로 불리는 이들에게 더 열려 있다. 이유는 다른 곳에서 온 이방인에게 도시는 색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늘 똑같은 풍경, 바로 ‘일상의 모습’을 이방인은 새롭게 들여다본다. 어쩌면 이방인의 시선을 가질 수 있다면, 내가 사는 도시의 풍경은 매번 달라 보이고,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방인은 ‘낯섦’을 즐긴다. 그러다 정착하지 못하고 늘 떠도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정착’을 택한다. 정착을 하는 순간 ‘이방인의 시선’은 사그라들고, 자신이 언제 이방인이었는지도 모르는 존재가 되곤 한다. 공간을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진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공간’이던 곳은, 정착을 하면서 ‘특정 장소’로 바뀐다.

건축사사무소 '낯선' 강승종 소장의 '동네 공공시설을 활용한 정주 환경 및 기존 환경 개선안 구상. 미디어제주
건축사사무소 '낯선' 강승종 소장의 '동네 공공시설을 활용한 정주 환경 및 기존 환경 개선안 구상. ⓒ미디어제주

이방인의 시각이 사라지면 ‘특정 장소’에만 몰입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방인이었을 때의 감성마저 사라진다. ‘특정 장소’에만 안주를 하게 되고, 주변을 기웃기웃하며 걷는 일도 뜸해진다. 이젠 그러지 말고, 이방인의 감성과 시선을 다시 찾아보면 어떨까.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는 강승종 소장(건축사사무소 낯선)의 제안을 듣다 보면 내재된 이방인의 시선이 튀어나올 지도 모른다.

건축가 강승종은 ‘동네 공공시설을 활용한 정주 환경 및 기존 환경 개선안 구상’을 꺼내들었다. 그의 제안은 서귀포시 천지동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기도 하다. 강승종의 제안은 공영주차장의 자투리 땅에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길을 모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천지동은 여유공간이 없다. 주택은 가득하고, 사람과 사람들이 숨 쉬는 ‘사이공간’이 너무 없다. 사이공간이 없으니, 걷고 싶어도 더 걷기 힘들어진다. 그러고 보니 천지동 주민들이 ‘이방인 시선’을 빨리 던져버린 이유는 여기에 있는가 보다.

네덜란드 건축가 얀 겔은 보행환경 전문가로 명망이 높다. 그는 열린공간의 활동으로 세 가지를 설명한다. 필수적 활동, 선택적 활동, 사회적 활동 등이다. 필수적 활동은 어떤 목적을 지니는 행동으로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다. 목적지까지 오가는 행위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선택적 활동은 그와 달리 목적지로 오가는 이동 외에 산책이나 서성거리기 등 부가적인 행동이 뒤따른다. 사회적 활동은 이웃간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다. 길을 걸으며 이웃에게 인사를 하고, 쉼터가 있다면 이웃들이랑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모습이 사회적 활동에 들어간다. 건축가 강승종의 제안에 따라 천지동이 바뀐다면 얀 겔이 제시한 세 가지 활동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강승종은 기존 아랑조을거리와 연계되는 상가 지역에 ‘폴앙조을거리’를 조성하고, 어린이공원 일대는 쉼터를 조성해 ‘만남조을거리’로 만들자고 했다. 천지동의 오솔길과 연계되는 ‘걸엉조을거리’는 녹지공간으로 만들어서 길과 길을 잇자고 한다.

건축가 강승종이 제안한 ‘동네 공공시설을 활용한 정주 환경 및 기존 환경 개선안 구상’을 그의 입을 통해 더 들어보자.
 

강승종의 동네 공공시설을 활용한 정주 환경 및 기존 환경 개선안 구상. 건축사사무소 낯선
강승종의 동네 공공시설을 활용한 정주 환경 및 기존 환경 개선안 구상. ⓒ건축사사무소 낯선
공공건축가 강승종이 제안한 천지동의 '만남조을거리' 풍경. ⓒ건축사사무소 낯선
공공건축가 강승종이 제안한 천지동의 '만남조을거리' 풍경. ⓒ건축사사무소 낯선

- 공공건축가로서 천지동 주거지역을 맡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천지동은 특별한 변화도 없고, 몇십 년 전의 노후된 공간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어요, 어찌 보면 정체된 도심이죠. 여기 사시는 분들은 천지동의 오솔길을 내 집 앞마당처럼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차단돼 있다는 게 가장 아쉬웠어요. 이유를 들여다보면 여유 공간이 너무 없다는 점입니다.
 

- 여유공간이 없는 이유가 있었을텐데요.

당초 도시계획 자체가 그런 여유공간을 너무 부족하게 준 게 아닌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일하게 찾은 공간이 천지동 어린이공원이고, 어린이공원을 적극 활용하면서 아랑조을거리와 연결짓고, 오솔길과 연결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주차빌딩도 하나의 자원입니다. 주차빌딩을 크게 지었는데 자투리 공간이 있어요. 이 공간을 활용하면 주민공동시설을 만들 수 있다고 봤어요.
 

- 폴앙조을거리, 만남조을거리, 걸엉조을거리라는 이름이 보이는군요.

이름을 새로 지었어요. 상가는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에 ‘폴앙조을거리’라고 이름을 지었고, ‘걸엉조을거리’는 오솔길과 같은 맥락으로 연결하도록 녹지공간을 구성했어요. 바닥재도 차별화를 했고요. 어린이공원은 이 지역의 유일한 유휴공간인데 어르신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죠. 어린이만 전유하지 말고 주민들이 함께 쓰는 공간으로 구상을 했어요. 보행 중심의 커뮤니티 공간이죠.
 

- 이 일대 도로를 보면 다 ‘보차 겸용’이지만 사람보다는 차량 위주로 돼 있어요.

양방향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추진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유휴공간이 생길 수 있어요.
 

- 그러나 일반통행이어도 나무를 심거나 그러진 않더군요.

공공건축가들이 주창하는 게 그런 점입니다. 도시계획을 하는 이들과 조경, 토목 등이 모두 참여를 하자고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 시민들의 의식도 필요한 것 같아요. 나무를 많이 심거나 벤치가 있으면 더 좋다는 사실을요.

성공사례를 보여주는 게 가장 쉬운 방법 같아요. 월정리는 의자 하나로 유명해졌잖아요. 의자 자체가 ‘집객’을 하는 거잖아요. 그럼 상가는 더 좋아지는 것이죠.
 

- 제안이 상당히 좋은데 행정에서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 같은가요.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남조을거리’를 먼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역주민들이 모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줘야 해요. 보행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차량도 빼야 합니다. 현재 주차빌딩은 공실률이 높은데 주민들이 광장을 제공하는 대가로 몇 가구에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여기 사시는 분들은 연령대도 상당히 높아요. 그분들이 오솔길을 오간다면 더 좋겠죠. 오솔길로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행정에서 (오솔길 입구 건물을) 매입해준다면 엄청난 메리트가 있을 겁니다.
 

- 마지막으로 공공건축가 역할에 대해 물어보고 싶습니다.

홍보가 부족한 것 같아요. 아직도 공공건축가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홍보가 되고 나서 저희가 할 일도 많죠. 지역주민들이 동네의 민원해결을 위해 시청 민원실을 찾고, 여기저기 헤매기도 합니다. 그러지 않고 동네를 맡은 공공건축가를 찾으면 비전문가들의 요구사항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저희들이 찾고, 실천 과제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게 공공건축가들의 최종 목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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