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연에 풀어놓는 이야기
제주 자연에 풀어놓는 이야기
  • 김형훈
  • 승인 2022.01.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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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Happy Song] 제7화

제주 서귀포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을 꼽는다면 자연과 매우 친밀해진다는 것이다. 굳이 차를 안 타도 5분 정도만 걸으면 오르막길을 올라 숲길에 들어서기도 하고 저 멀리 유유히 흐르는 바다를 볼 수 있다. 숲속에서 향긋한 나무냄새와 흙냄새를 맡으며 나무와 풀을 관찰하면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힐링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멀리 보이는 바다의 풍경은 소소한 근심거리로 가득한 머릿속을 ‘별거 아니야.’ 하며 슬그머니 비워준다. 또한 가슴이 답답할 때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 혹은 뭔가 자랑하고 싶은 ‘꺼리’가 있을 때 확 트인 바닷가에 가서 뜀박질을 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그림처럼 폭풍이 그침 없었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일게 된다. 그리고 자랑거리를 주저리주저리 노래 부르듯 흥얼거리며 밖으로 내놓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렇게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제주가 정말 좋다.

 

# 나는 여기에 있을게

정경임
모슬포 바닷가.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비멍’하며 무심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 저 멀리 돌고래 두 마리가 둥근 몸을 물 밖으로 드러냈다. 급히 헤엄쳐 갈 곳이 있는 건지 아니면 놀이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 모습을 보니 순간 ‘돌멍’(돌고래 멍하니 바라보기)~. ⓒ정경임

그래서인지 제주에는 여행객이 참 많다. 그중 20~30% 정도는 ‘홀로 제주’에 온 여행객으로 짐작된다. 그 근거는 올레길을 걷다 보면 여자든 남자든 홀로 걷는 사람들이 그 정도로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홀로 걷는 걸까? 필자 역시 서울에 거주할 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 홀로, 아니면 친구 한 명을 꼬드겨서 제주에 왔다. 그 당시에는 중문에 있는 천제연에만 가도 이미 힐링의 충만함을 경험했다. 제주도립곶자왈공원에 처음 갔을 때 마치 아마존 열대우림에 온 듯한 가상세계에 맞닥뜨렸다. 곶자왈은 제주어로 곶과 자왈의 합성어이다. 곶은 숲을, 자왈은 덤불을 뜻한다. 그러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이곳에서 살고 싶어.’라는 욕망을 품게 되었다. 그 당시 올레길을 걸으면서 에피톤 프로젝트의 <유채꽃>을 많이 들었다. 노랫말이 필자의 마음을 건드려서 그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푸른 바다 제주의 언덕/ 올레길마다 펼쳐져 있는 그리움을 따라/ 무얼 찾으러 이곳에 온 걸까?/ 너는 혹시 알고 있니?/ 얼마나 더 걸어야 할까?/ 비바람 불고 모진 계절이 힘겨울 때마다/ 가만히 나를 안아주던 네게/ 다시 기대어도 되니?/ 사랑스런 노란 꽃들은/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을 끌어안고서/ 다시 그들의 노래를 들려주려고 해/ 너도 같이 들었으면 해/ 나는 여기에 있을게

 

# 무엇을 잃어버렸나요?

올레길을 걷는 숱한 여행객들은 무엇을 찾으려는 걸까? 아니면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잃어버린 것을 알아야 찾으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뜻 떠올려보면 건강도 있을 것이고, 공부나 일에 쫓겨 챙기지 못한 자기 자신도 있을 것이며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제대로 성찰하지 못한 세상과 관계를 잘 잇지 못한 인연에 대한 아쉬움, 이득을 취하기 위해 관계망을 형성한 나머지 순수함이 배제된 것 등 살아오면서 잃어버린 것들은 많고도 많다. 아마도 홀로 제주를 여행하거나 이주한 분들은 대개 삶에 대한 재구성을 갈구할 것이다. 필자 역시 여행객으로 홀로 제주에 방문했을 때 간절히 삶의 재구성을 계획했다. 그러다 마침내 서귀포에 정착하려 애쓰며 살고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만다. 계산적인 삶을 살지 말자고 했는데, 오름을 자주 오르자고 했는데, 자원봉사를 하며 살자고 했는데, 머리만 굴리며 살지 말자고 했는데, 이렇게 적다 보니 더 이상 창피해서 적을 수가 없다.

 

# 제주는 유실물 보관소

ⓒ정경임
제지기오름을 오르며. 보목포구 부근에 있는 작은 오름이다. 납작한 계단을 오르는 길이 꽤 신비롭다. 특히 비 갠 다음날 오름에 오를 때는 신비감이 든다. ⓒ정경임

제주의 곳곳에 유실물 보관소가 있다. 올레길에는 그곳을 걷던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들이 잔뜩 보관되어 있을 것이고, 오름에는 그 길을 오르내리던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들이 얼추 오름의 개수만큼 보관되어 있을 것이며 바닷가에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들이 포말만큼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유실물 보관소에 차곡차곡 쌓인, 그 누군가의 잃어버린 사연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다. 금전적 사고를 당해 물질은 물론 그 사건 때문에 많은 지인을 멀리해 ‘우정’을 잃어버린 경우, 거짓말을 많이 하는 직장동료 때문에 ‘신뢰’를 잃어버린 경우, 일에 너무 집중하여 안타깝게 ‘건강’을 잃어버린 경우 등등 제주의 유실물 보관소에는 사연을 풀어놓은 사람들의 고백이 그득할 것이다. 그들은 분명 고백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려고 할 것이다. 제주는 그런 곳이다. 잃어버린 것을 찾고자 애쓸 수 있는 곳. 제주의 유실물 보관소는 순환된다. 그래서 지금도 자신의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려 제주를 향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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