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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공직사회의 ‘다양성’ 표출
<데스크논단> 공직사회의 ‘다양성’ 표출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6.22 17: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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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공직사회의 단면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획일화'였다. 어떤 일
을 할 때 마치 '하나'가 움직이고 생각하는 듯 획일적인 태도와 모습에서 비롯된 말로 생각된다. 또 하나 유행했던 말 중 하나는 '동원 행정'이었다.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당시1991년만 하더라도 공직사회는 '획일화'와 '동원행정'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었다. 이런 말들은 공직사회가 취했던 행동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당시 도민사회에 찬반논쟁이 심화되자, 행정기관은 공청회가 열릴 때마다 공무원들을 동원해 방청석의 좌석을 선점하게 하고 후에 들어오는 반대의견을 가진 도민들의 입장을 제한시키는 일이 있었다. 논란을 빚는 일만 생겼다하면 공무원 동원이었다.

포장마차 철거 등 궂은 일에도 모자를 눌러쓰고 점퍼 차림의 공무원들은 어김없이 동원됐다.

각종 사업에 있어 동원행정의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 바다환경 정화활동을 하거나, 도로변 풀베기 운동 등을 추진할 때 공무원 조직과 관변조직 만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도 없었다.

그러나 공직사회도 변했다. '획일화'와 '동원 행정'은 이젠 옛말이다. 아무리 상급자라 해도, 상급기관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이유와 근거없이는 막무가내로 지시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세월 때문인지, 공직사회는 분명 변했다.

#계층구조로 세워진 ‘대립각’
그 변화의 가장 큰 전환점은 민선시대이다. 민선시대 후 제주도와 시.군은 상.하급 기관으로서가 아니라 별도의 독립단체로서 그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공무원 노조'의 탄생도 중요한 계기가 됐다.

만인이 한 사람같은 목소리를 내는 시대가 아니라 만인이 만가지 목소리를 내는 '다양화'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상명하복식 업무지시는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달라진 세태를 실감케하는 그 좋은 전형것이 바로 최근의 행정계층구조 개편 논의다. 계층구조 주민투표 실시가 확실시되면서 제주 공직사회는 다양화 측면을 뛰어 넘어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와 4개 시.군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제주의 주요현안과 관련해 도민사회의 논란과 갈등은 수없이 있어 왔지만, 공직사회가 분열되고 대립되는 양상을 보인 것은 처음 있는 일로 풀이된다.

제주도가 행정계층구조개편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방침을 밝히자, 시.군은 독자적 홍보활동을 통해 제주도의 '혁신안 여론몰이'를 견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동 순회 설명회를 강행하고 있다.

특히 김영훈 제주시장은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가 주민투표를 건의하는 형식에 있어 시장.군수 및 지방의회의 의견을 배격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관련 법령 위반"이라며 이에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뜻을 밝혔다.

시.군의회도 마찬가지다.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거듭 표명하면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계층구조 논의를 특별자치도 계획이 확정된 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군과 시.군의회에서는 겉으론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내심으론 '혁신안'에 대해 호의를 보이는 듯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여간 곱지 않은 모양이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지난 22일 주민투표 공표에 따른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특정안에 편향된 자료를 제공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존중해줄 것을 촉구했으나 분열된 민심은 쉽게 추스려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와 4개 시.군이 행정계층구조개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 시각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군 총론적 합의 필요
제주도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제주특별자치도와 평화의 섬, 국제자유도시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는 수년간 논란을 빚어온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 문제 해결의 방안이 바로 ‘주민투표’라는 주장이다.

이에반해 시.군에서는 도민의 역량을 모아 특별자치도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하면서도, 주민투표를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할 것이 아니라 특별자치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이후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주민투표운동 과정에서 더욱 불거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공무원노조는 혁신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도민사회의 공감대 형성은커녕 분열된 공직사회부터 제대로 추스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직사회에서 분출되는 이러한 다양한 의견은 민주적 의사표현이라는 긍정적 측면에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분열’과 ‘갈등’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보다 강한 듯 하다.

즉, 이 다양성은 잘 활용하면 ‘약’이 되겠지만 잘못 활용하거나 지나치면 우리 사회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계층구조 개편논의와 관련해 최근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주민투표 실시에 앞서, 제주도와 시.군의 총론적 합의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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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 2005-06-23 13:41:29
총론적 합의 타이밍이 이미 지나지 않았을까. 오늘 시장군수회의에서도 별 조율못본것 같더니. 그냥 주민투표 결과에 제주의운명 맡기심이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