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소통 없는 사업 추진, 세계자연유산 문화재 등 현안"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도가 주민 동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추진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인권 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하는 제주 동부하수처리장(이하 ‘동부하수처리장’)은 1일 처리 가능한 하수 용량이 1만2000t 규모 수준이다. 하지만 제주도내 난개발 및 급격한 인구 증가로 하수량이 늘며, 현재는 수용량이 한계에 다다랐다. 이에 제주도는 동부하수처리장의 1일 하수처리 최대치를 2만4000t까지 증설할 방침을 알린 바 있다.
문제는 지역 주민들과 제대로 된 소통 없이 증설 절차가 진행되며,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화북 중계펌프장에서 진행 중인 공공간이하수처리시설 공사 사태와 닮았다.
이와 관련, 1월 10일 김창현 월정리장 등 월정리 주민들로 구성된 ‘제주동부하수처리장철거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상대책위’)’는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현안을 공유했다.
우선 비상대책위는 동부하수처리장이 위치한 월정리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공식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로 거론했다. 일종의 ‘혐오시설’인 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시행하며, 주민 동의를 제대로 거치치 않은 것은 “월정리민 전체의 공적 권리를 유린한 것”이며,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라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비상대책위는 동부하수처리장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동굴들의 인근에 위치한 점을 지적하기고 있다.
실제로 동부하수처리장 인근에는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두 동굴은 200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며 환경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문제는 당처물 동굴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시점이 1996년임에도, 이듬해(1997년) 하수처리장 공사 착공이 시작되었다는 점. 그리고 2005년 용천동굴이 발견되었고, 2006년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까지 되었음에도 2015년 동부하수처리장 용량이 6000톤에서 1만2000톤까지 증설된 점이다.
비상대책위는 이를 “문화재보호법의 취지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세계자연유산을 훼손하는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이라고 본다. 당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면, 동부하수처리장 용량 증설은 커녕 착공조차 시도하지 못했을 거라는 입장이다.
특히 오는 7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본부가 6년마다 시행하는 ‘자연유산 등재 여부’에 대한 재심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월정리 주민들은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이 세계자연유산 등재 목록에서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며, 경고를 전하고 있다.
비상대책위는 제주도의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철회를 넘어, 하수처리장 철거를 주장한다. 세계자연유산을 잘 보존하고, 가치를 자랑스럽게 알리기 위해 자연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