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주도가 대선 후보들에게 ‘제주 제2공항 정상 추진’을 대선 공약으로 반영해주도록 요청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11월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제주 관련 현안사업을 공약으로 채택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제주 미래과제와 추진전략’이라는 제목의 자료집을 준비했다.

자료집에는 ‘‘섬’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을 리드하는 제주’라는 비전과 함께 10대 핵심 아젠다와 40개 핵심과제, 78개 세부과제가 망라됐다.

이 중에는 핵심과제 중 하나로 ‘제주 제2공항 정상 추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2공항은 1년 전 도민 여론조사를 통해 ‘반대’ 여론이 많은 것으로 확인된 사안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사업 주체인 국토교통부로 추진 여부에 대한 판단의 책임을 떠넘겼고, 국토부는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최종적으로 반려 처분했음에도 다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보완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해놓은 상태다.

두 차례에 걸쳐 단독 응찰로 유찰된 이 용역은 수의계약으로 용역 업체가 선정돼 용역 결과는 오는 7월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제2공항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실상 차기 정부에서 내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료집 내용을 보면 제주도는 제2공항에 대해 “급속한 제주공항의 항공수요 증가로 지연과 혼잡, 안전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2공항 정상 추진을 통한 공항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제2공항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하게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이 수용 능력의 98.6%로 한계치에 도달했고 2019년 항공기 결항 횟수 1695회, 지연 횟수 2만4052회 등으로 비정상 운항 비율이 15%에 달한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단계별 계획은 1단계로 2035년까지 목포 수용여객 연간 1690만 명을 목표로 ‘국내선 전용’으로 제2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2단계로 2036년부터 국제선 운영을 시작해 2055년까지 연간 목표 수용여객을 1922만 명으로 늘린다는 내용도 담겼다.

당초 이 부분은 국토부의 제2공항 기본계획 중간 보고회 때는 제2공항을 국제선 전용으로, 기존 제주공항은 국내선 전용으로 운영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가 국내 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최종 보고회에서는 내용이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문상빈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공동대표는 “선출직이 아닌 도지사 권한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부지사가 대선 후보들에게 이같은 제주 공약을 요청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한 결과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한편 해당 자료집에는 이 밖에 제주외항 2단계 개발과 환상 순환도로 인프라 조성 사업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석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