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트라우마센터 오승국 부센터장, 시인으로 돌아오다
4.3트라우마센터 오승국 부센터장, 시인으로 돌아오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12.29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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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직전에 첫 시집 <아쉬운 기억> 헌사
30년 넘게 가슴에 담아두었던 서른 편의 詩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첫 시집이 너무 늦게 나왔다. 아니다. 이제라도 나오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시인 오승국이 얼마 전 <아쉬운 기억>이라는 첫 시집을 세상에 보여줬다. 어쩌면 영원히 만나지 못했을 시를 <아쉬운 기억>은 그나마 붙잡고 있다. <아쉬운 기억>에 실린 시편은 모두 서른. 그의 필력에 비하면 너무 소소하다.

1961년생인 그가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20대였다. 대학시절 문학동아리 ‘신세대’와 ‘풀잎소리 문학동인’을 통해 시를 접했고, 시인이 되었다. 그런 그가 2021년인 올해 첫 시집을 내놓았다니,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는 줄곧 시를 써왔으니 그의 이름을 홀로 내건 시집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을 뿐이다. 그걸 주변에 있던 이들이 안타까워했고, <아쉬운 기억>은 주변의 안타까움을 해소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시인 오승국은 4.3에 푹 빠진 인물이다. 제주4.3연구소 사무처장을 지냈고, 그런 이력은 4.3평화재단 직원으로 안착하게 만들었다. 트라우마센터가 세워지며 부센터장이라는 자리에도 앉게 되었다. 그는 첫 시집을 내놓지 못한 이유를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자칫 첫 시집이 나오지 못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있었다. 그가 정년퇴임을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첫 시집 <아쉬운 기억>은 퇴임 전에 선물로 쥐어졌다.

필력은 오랜데, 시편이 남고도 남을텐데 왜 서른 편에 그칠까. 예전에 써두었다는 시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여기저기 실린 시를 모으고 모았다. 버릴 시는 버리고 묶었더니 서른 편이었다. 첫 시집에 오르지 못한 시들은 두 번째 시집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쉬운 기억>은 4.3도 이야기를 하고, 제주개발에 대한 그의 절절한 심경도 포착된다.

시인 김수열은 ‘오래된 유예를 마치고 마침내 도착한’이라는 발문을 쓰며, 시인 오승국의 첫 시집 <아쉬운 기억>을 맞아들이고 있다. 김수열의 발문 중 일부를 옮겨본다.

“헤아려보니 30편의 시와 1편의 산문이 들어있다. 통념으로 봤을 때 편수가 부실하다 할 수 있겠지만 시의 편수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긴 소출이 그러할진대 달리 방법이 없지 않겠냐고 위안으로 삼아본다. 물론 시집을 내기로 약조하고 새롭게 쓴 시편들도 여기에 더러 포함되어 있다.

시를 써본 사람은 안다. 시가 무슨 자판기에서 커피 뽑듯 동전만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장마철 가난한 집에 빗물 새듯 천장에서 줄줄 떨어지는 것도 아니란 것을 말이다. 이를 계기로, 한 바퀴 갑자를 돌아 새롭게 출발 지점에 선 그에게 시의 신께서 강림하시어 문운이 창창하기를 절절히 빌어 마지 않는다.”

발문처럼 시는 쉽게 말하는 단어는 아니다. 쉽게 쓰지도 못하고, 쓰일 수도 없다. 서른 편의 시는 그걸 다 알고 있다. 시인 오승국은 이젠 ‘공직’이라는 무게를 털어내고, 자연인이 된다. 이젠 정말 그의 시를 쉽게 만날 날이 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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