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변호사 피살사건, 정치권 개입했나" 의혹 증폭
"22년 전 변호사 피살사건, 정치권 개입했나" 의혹 증폭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12.23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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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관련, '정치권 개입설' 의혹
12/23 4차 공판에서 '살인교사' 혐의 피의자, 관련 진술해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22년 전 제주에서 살해된 이승용 변호사와 관련, 해당 사건이 1999년 당시 제주 정치권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고인 A씨는 12월 23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가 속행한 4차 공판에서 피해자를 ‘정치적 걸림돌’로 여긴 누군가가 그에게 상해를 입힐 것을 사주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고 전했다. 피고인이 ‘진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속칭 ‘갈매기’로부터 이 같은 고백을 들은 바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피고인 진술 중 상당수를 '거짓'으로 보고 있다. 이에 '그날의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에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살인교사’ 자백했던 피고인, 재판 시작되자 혐의 부인 중

1999년 11월 5일 오전 제주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이승용 변호사에 대한 살인교사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55.사진 가운데 검은색 옷)씨가 지난 18일 제주국제공항을 나서고 있다. © 미디어제주
1999년 11월 5일 오전 제주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이승용 변호사에 대한 살인교사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55.사진 가운데 검은색 옷)씨가 지난 8월 18일 제주국제공항을 나서고 있다. © 미디어제주

피고인 A씨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의 인터뷰 및 경찰, 검찰 조사를 통해 ‘자신(피고인)이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과 관련이 있다’라는 취지로 수 차례 진술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공판 과정이 시작되자 돌연 그는 말을 바꾼다. 그동안 했던 진술이 자신이 앓던 ‘리플리증후군’에 따른 거짓말이고, 스스로가 무죄라는 주장이다.

피고인 A씨의 초반 진술에 따르면, 그에게는 ‘살인교사’ 혐의가 적용된다. 피해자를 ‘손 좀 봐달라’는 조직 두목의 요구에 응했고, 동료에게 일를 부탁했기 때문이다.

경찰 및 검찰 조사 초반 당시, 피고인 진술 내용은 아래와 같다.

<경찰 및 검찰 조사 초반, 피고인 진술 내용>

피고인은 자신이 몸담던 조직폭력배 두목으로부터 “이승용 변호사를 ‘손 좀 봐달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피고인은 이를 같은 조직원이자 동료인 속칭 ‘갈매기’와 상의한다. ‘갈매기’는 피고인 대신 나서 지시를 이행하기로 한다.

피고인 초반 진술에 따르면, ‘갈매기’는 수 일 동안 피해자를 미행하며 기회를 노렸다. 그러던 중 1999년 11월 5일 새벽, 술을 마시고 홀로 카페(술집)에서 나온 피해자를 보고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갈매기’와 피해자는 몸싸움을 벌인다. 피해자는 ‘갈매기’의 멱살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고, 이에 당황한 ‘갈매기’는 현장에서 벗어나려다 피해자를 수 차례 흉기로 찌른다. 복부와 팔 등에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는 현장에서 사망한다. 결국 ‘갈매기’가 피해자와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주장이다.

피고인은 위 내용을 ‘갈매기’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 및 검찰 등에 진술한 바 있다. 수 차례 일관되게 진행된 피고인 진술에 따라, 그는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피고인이 ‘살인교사범’이 아니라, 사실은 피해자를 살해한 ‘진범’이라는 시선도 있다.

지난 12월 8일 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B씨는 “피고인이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진범”이라는 취지로 진술을 이었다. B씨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했다”라는 고백을 연인 C씨에게 한 적이 있다. B씨는 피고인과 사이가 멀어진 C씨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살인교사 자백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돌연 진술 번복한 피고인

현재 피고인은 경찰·검찰 조사 초기 때 했던 진술을 번복하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살인교사 자백’을 했던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리플리증후군과 일종의 ‘허풍’에 따른 거짓말이었다는 주장이다.

지난 1차 공판 때부터 피고인은 자신이 ‘리플리증후군’을 앓고 있다 주장하는 중이다. ‘리플리증후군’이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며 스스로 지어낸 거짓말을 진실로 믿어버리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한다. 자신이 수 차례 일관되게 ‘살인교사 행의를 자백한 까닭’은 정신병(리플리증후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피고인은 리플리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전문의 소견서 등 실질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검찰 측은 피고인의 현재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23일 있었던 4차 공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 진술에 대한 행동분석을 진행한 결과, 피고인은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스스로에 대한 통찰이 부족하고, 적대감을 적절히 다루지 못하고 과도한 형태의 감정을 분출할 소지가 있다”며 “재범 (가능성의) 수준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측은 피고인의 후기 진술 중 상당수에 ‘신빙성이 낮다’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피고인의 ‘리플리증후군’ 주장 등이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또 검찰 측은 피고인이 갈매기의 범행 경위를 설명하며 ‘우리’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는 사실을 꼬집기도 했다.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은 조사 초반 당시 ‘우리’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해 사건 개요를 설명했다. ‘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우리는 그런 일을 시행할 때’, ‘우리가 일부러 한 것도 아니지 않나’ 등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이승용 변호사를 만나본 적이 없다”라고 주장한 피고인의 말이 사실이 아니며, 범죄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를 증거로 제출한 상태다.

또 검찰 측은 혐의 입증을 위하 증거로 “피고인의 사건 현장에 대한 묘사 과정이 상당히 구체적이었다”는 점을 알리며, “본인(피고인)이 직접 목격한 것을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진범’은 누구? ‘정치권 개입설’ 진실일까?

지난 18일 붙잡혀 제주국제공항에 대기 중인 경찰 호송차에 탄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용의자 A(55)씨. © 미디어제주
지난 8월 18일 붙잡혀 제주국제공항에 대기 중인 경찰 호송차에 탄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피의자 A(55)씨. © 미디어제주

이날 피고인은 피해자 살인(혹은 폭행)을 사주한 이가 누구인지 진술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사 기자들도 계시고, 너무 부담스러워서”라며 수 차례 답변을 머뭇거린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면서 “피고인이 하는 말이 다 진실이 아닐 수 있지만, 진실을 찾아가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피고인이 용기 있게 말하는 것이 희망의 끈일 수 있다”라고 피고인 설득에 나섰다.

재판부의 계속된 설득에 피고인은 관련해 짧게 입을 열었다.

피고인 진술에 따르면, 갈매기는 “이승용 변호사가 정치적으로 걸림돌이 돼서 테러를, 혼만 내줘라”라는 이야기를 조직폭력배 두목에게 듣게 된다. 그리고 ‘갈매기’는 “범행 이후 어느 순간 조사가 덮어졌고, 이 사실에 놀랐다”는 말을 피고인에게 한다. 피고인은 이 같은 내용을 사건 후 10여년이 지나고 나서야 갈매기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 측은 그의 진술에 거짓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검찰 측은 그의 증언이 끝나자 "잠깐 기대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피고인이 여전히 살인교사 혐의를 부인하며, 상세한 설명을 꺼렸기 때문이다.

한편, 다음 공판은 오는 2022년 1월 10일로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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