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건축작업을 하는 장소, 그곳이 곧 지역이다”
“내가 건축작업을 하는 장소, 그곳이 곧 지역이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12.11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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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지역을 말하다] <12> 울산 지역 건축가와의 만남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은 건축이라는 틀에서 이뤄진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건축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시대를 만들어낸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건축은 그 시대의 결정(結晶)이다고 외친 건 건축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한다. 시대의 결정을 탐구하려고 그동안 숱한 건축 기획을 하며, 건축가들을 만나곤 했다. 기억 나는 건축가들과의 만남을 들라면 <나는 제주건축가다>를 꼽겠다. <나는 제주건축가다>는 제주의 젊은 건축인들이 이야기하는 제주를 담았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제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담았으나, 다른 지역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침 기회가 왔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한국예총 제주도연합회(회장 김선영)와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회장 문석준)가 공동 주관하는 ‘2021 6대 광역시+제주 건축교류전1211일부터 16까지 제주에서 열린다. 제주도가 아닌, 6대 광역시의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지역의 특성을 살펴보고, 각 지역의 건축가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편집자 주]

 

[인터뷰] 온건축사사무소 정웅식 대표

건축물 ‘녹슨’으로 구도심 변화 기폭제 역할

“건축 교류전은 지역 가치를 다시 찾는 작업”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건축사사무소 ‘온’을 찾았다. 건축가 정웅식. ‘온’은 울산에서도 시골에 터를 둔 아뜰리에이다. 아무도 가지 않을 것 같은 시골은 그의 작품 무대이며, 건축에 대한 생각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저장고이다. 그의 터가 된 시골은 사람들의 로망을 자극한다. “여기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끄집어내게 만든다.

건축가 정웅식은 ‘사람을 위한 건축’을 제시한다. 사무소 이름 ‘온’에서 그게 읽힌다. 온은 ‘모두 다’를 뜻하는 뜻도 담겼고, 분주하게 움직이며 활동하는 상태를 일컫는 영어 ‘온(on)’이기도 하며, 따뜻함을 보유한 ‘온(溫)’으로도 변환된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였다. 그의 작품에 반했다. 그가 소개한 울산 중구의 동네가게 ‘녹슨(NOXON)’은 개인적으로 언젠가는 가봐야 할 건축물로 ‘찜’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기획 ‘건축, 지역을 말하다’의 마지막 여정은 그와의 만남으로 꾸렸다. 기상 악화로 제주와 울산을 잇는 항공편이 끊기며 발길을 돌리려 했으나, 부산행으로 바꿔 타면서까지 그를 만났다.

건축가 정웅식은 ‘온전한’ 지역 건축가다. 그는 울산이라는 지역을 무대로 작품을 내놓으면서 독일에서 열린 아이코닉 어워드 주거부문 ‘위너(WINNER)’를 수상하기도 했다. 지역이라는 무대가 결코 좁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는 왜 지역을 택했을까.

울산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건축가 정웅식. 미디어제주
울산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건축가 정웅식. ⓒ미디어제주

“학창 시절 여행을 하면서 유럽은 다양한 지역에서 건축가들이 작업을 하는 걸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지역을 택하는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한번 가보자고 했죠.”

때로는 잘 했다는 생각이 들고, 지역을 택한 자신의 생각이 옳았는지 스스로 되묻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지역을 사랑한다. 주변이 온통 논으로 둘러싸인 울주군 입암리에 사무소를 연 걸 보면 처음부터 지역에 가치를 둔 그를 발견한다. 건축가들에게 항상 묻는 질문, ‘건축의 지역성’에 대해 그는 뭐라고 할까.

“지역이라는 어떤 영역을 한정지어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작업하는 장소, 그곳이 지역이죠.”

특정 지역이기에 남다른 지역성을 건축적으로 띠거나, 지역 건축가이기에 지역을 말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중요한 건 자신이 터를 잡은 그 지역을, 건축가라는 입장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건축과 사람을 떼려 하지 않는다. 사람이 있어야 건축이 존재하기에 그렇다. 울산에 어울리는 건축에 대한 답은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단다. 그의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들어야 하는데, 그는 20년은 작업을 해야 자신에게 울산이 녹아드리라 믿는다.

그의 여러 작품 가운데 ‘녹슨’은 외벽에 동판을 이어붙인 독특함이 있다. 동판의 다양한 질감을 내려고 자동차를 움직여 동판을 뭉개기도 해보는 등 실험정신을 담은 작품이다. 녹슨은 그런 실험정신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동네가게 녹슨이 주변을 움직였다. 건축물 하나가 주는 힘이다.

“우리는 건축물을 기성품으로 바라보곤 해요. 공장의 기성품은 동일한 비용으로 균질의 품질을 만들죠. 그러다 보니 가성비라는 단어도 나오는데, 건축도 그동안 그런 게 묻어 있었죠. 그런데 건축은 공간이라는 요소에 의해 가치가 탄생하고, 때문에 건축이 지역에 변화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돼요. 건축물 하나가 들어오니까 상업적 효과를 거두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좋은 공간이 오니까 즐겁고 가치도 오르게 된 것이죠. 그러면서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주변의 부동산 가격도 같이 움직였죠.”

온건축사사무소에 있는 동네가게 녹슨 모형. 미디어제주
온건축사사무소에 있는 동네가게 녹슨 모형. ⓒ미디어제주

녹슨의 사례가 그렇다. 쇠락하던 도심에 녹슨이 들어오면서 주변을 변화시켰다. 녹슨 주변을 행정에서 재생사업으로 들여다보고, 몇년간 방치된 녹슨 주변의 3층 건축물을 누군가 사들여 리모델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건축가 정웅식의 얘기로는 방치된 건축물은 10년 가까이 됐다고 한다.

“워낙 구도심이었어요. 장기간 어느 누구도 구도심의 가능성을 얘기하지 않았는데, 저는 주변을 다니면서 저 건물은 보배다, 보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누군가 다듬으면 좋은 요소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런 가능성을 보고 후발주자들이 와서 지역을 조금씩 바꾸고 있어요.”

건축의 힘은 대단하다. 녹슨은 젊은이들만 찾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장년의 나잇대 어른들도 녹슨을 찾아서 건축물 곳곳을 둘러보기도 한다. 이처럼 건축물이 지역에 미치는 힘은 크지만, 지역이라는 곳에서 건축활동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움을 들라고 하면, 관행적으로 해오던 시스템을 설득하는 것이죠. 전혀 해보지 않은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걸 추구하면 반발이 많아요. 건축은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하는데 숙련된 기술자들도 사라지고 있어요. 1970년대 지어졌던 건축물을 보세요. 목수의 퀄리티라든가 사람들의 손맛이 좋았거든요.”

그는 오감을 자극하는 건축을 원한다. 만들어진 기성품이 아니라, 현장에서 만드는 손맛을 추구한다.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재료의 물성을 찾고, 그런 고민은 실험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런 실험을 하기에 그가 있고, 지역이 있다. 그는 6대 광역시와 제주 건축교류전에 대한 기대감도 표출했다.

“우리의 삶은 다양한 곳에서 이뤄지고, 사람들도 여기저기 살고 있어요. 이번 교류전은 지역의 가치를 다시 한번 찾아보고, 지역의 가능성을 가지자는 거죠. 아니면 잃어버린 감성들을 찾아서 재발견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봐요.”

온건축사사무소는 시골에 묻혀 있다. 그러나 개발이 몰려올지도 모른다. 미디어제주
온건축사사무소는 시골에 묻혀 있다. 그러나 개발이 몰려올지도 모른다. ⓒ미디어제주

울산을 터로 잡은 건축가 정웅식. 그는 비싼 건축이 아니라, 평등한 건축을 하려 한다. 값싸면서도 “이런 공간이 가능해?”라는 작품을 남기고 있다. 그의 사무실도 그렇다. 창고로 쓸 재료로 폼나게(?) 만든다.

기획 ‘건축, 지역을 말하다’를 접을 시간이다. 건축가 정웅식의 창고이면서 작품과 같은 공간에서 공간 너머를 보면 다른 풍경이 들어온다. 다름아닌 개발이다. 울산은 광역시로 바뀌면서 도시와 농촌이라는 이중구조를 가지게 됐다. 부산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부산은 서로 다른 공간이 이어지면서 ‘다공성’의 질감이 보이는 반면, 울산은 다공성의 느낌보다는 서로 다른 영역의 ‘경계’가 보인다. 그만큼 도시와 시골이라는 다중성이 뚜렷하다. 그의 사무실이 있는 입암리는 더더욱 그렇다. 사무실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너른 들판이 있고, 멀리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벼를 키우는 논과 아파트 단지와의 경계가 보이지만 조만간 도심이 침투하리라는 우려가 든다. 자연 가득한 곳에, 개발이 곧 밀려오는 풍경을 예고하는 듯하다. 제주도만 그런 건 아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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